[레지나칼럼] “겐마누아누 오아후”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겐마누아누 오아후”

수지가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난다.

수지는 컵케익을 손에 들고 이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노래는 영어로 happy birthday to you라는 축복송인데 수지는 17년 동안 만나지 못한 막내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나도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눈물이 흐른다. 두 손으로 받쳐 든 컵케익에 흔들거리는 촛불을 보면서 겐마누아후 오아후, 겐마누아후 오아후, 겐마누아후 Dear Baby…. 겐마누아후 오아후….


수지는 figi사람이다. 피지에서 아이들 넷을 낳고 어부인 남편과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바다로 고기잡이하러 간 남편이 탄 배가 폭풍에 침몰당하여 배에 있던 모든 사람이 다 물속으로 사라졌다. 수지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길이 막막하던 중 미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미국에 여행 비자로 왔다가 그냥 주저앉게 된 사연이 있다.


피지에서는 먹고 살 일이 없어서 미국으로 와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다하면서 모은 돈으로 피지에 있는 다섯 자녀를 공부시키고 두 자녀는 자기가 벌어서 보낸 돈으로 결혼까지 시켰으나 본인은 아직도 불법인 상태라 자식이 너무나 보고 싶어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갈 수 없는 자기의 나라 피지, 특별히 막내는 남편이 사고로 죽을 때에 배 속에 있던 아이인데 9달 되던 때에 떼어놓고 17년째 보지 못하였다.


수지가 나의 사무실에 올 때는 자기의 신분을 바꿀 수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수지와 몇 번의 만남을 통하여 수지에게 필요한 영주권신청을 위하여 나는 Northwest legal clinic. King county legal service, ACRS legal clinic 등 무료로 돕는 법률기관이란 기관은 다 찾아서 전화로 또는 찾아가서 수지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수지에게 영주권을 받게 하고자 만날 수 있는 변호사는 다 만나보았다. 또 변호사에게 사정사정하면서 도와주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변호사들은 먼 곳에서 수지와 내가 오는 것을 보면 도망가고는 했다면서…. 아무튼 수지는 이제 두 달 후면 영주권이 나온다. 수지와 나와의 만남은 나를 만나고 있던 어떤 노인분의 간병인을 면접하면서이다. 이 노인분은 젊어서 돈을 많이 벌던 분으로 자기 돈으로 간병인을 구하던 중 수지의 이력서를 다른 직원들을 통하여 보게 된 내가 수지를 면접하다가 알고 보니 수지는 17년째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 있었는데 마침 이때 정부의 불법체류자 구제방침이 있는 것을 알고 수지의 영주권을 위하여 수지와 나는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리고는 올해, 이제 두 달 후면 영주권이 나온다. 수지에게 영주권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나와 수지는 눈물샘이 터진 것처럼 눈물을 흘렸다. 

수지는 이제 두 달이면 비행기를 타고 선물을 잔뜩 실은 여행 가방을 가지고 자기의 고향인 피지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수지는 걱정이 생긴다. 9달째 떼어놓고 온 막내를 만나면 뭐라고 말하지? 그 아이가 나를 기억도 못할 텐데…. 


그 아이는 엄마를 좋아할까?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사서 가면 그 아이는 얼마나 좋아할까? 자기를 버리고 갔다고 미워하지는 않을까?

수지는 피지에 대하여 신나게 얘기하기 시작한다. 피지에는 하마가 많은데 하마고기는 피지사람들이 잘 먹는 고기란다. 하마고기를 yam과 함께 구덩이를 파서 돌을 넣은 후 구우면 그 맛은 최고라며 레지나에게 꼭 맛보게 하고 싶단다.


수지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17년 동안 꽁꽁 묶어놓았던 그리움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두 달 후면 갈 수 있는 내 고향의 산과 들의 냄새가 그리워서 잠을 못 이룬다. 꿈속에서 수지는 가족들을 만났다. 그리고 얼싸안고 눈물로 해후했다. 꿈에서 깨어난 수지가 걱정한다. 그리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Regina I had a dream, in the dream I met my whole family and my friends. Do you think I can get green card? 나는 수지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Of course! You deserved.


영주권 타는 시간이 가까이 올수록 수지는 조바심이 난다. 무엇을 사서 갈까?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이 나를 반길까?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이룬다. 수지가 피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피지에는 공장이 없어서 필요한 것들은 수입에 의존하는데 국민 전체가 가난하니까 물건이 있어도 너무 비싸서 쉽게 살 수 없단다.

수지가 이야기한다. 미국에 와서 안 해본 일이 없이 고생하여도 피지에 있는 다섯 아이들이 배부를 생각하면 자기가 하는 일이 힘들 수가 없었다고….


수지가 이야기한다. 자기가 해온 일들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공사판에서 flag man(깃발을 들고 종일을 서 있던 일) 너무 춥고 떨렸지만 다섯 아이가 배부르고 따뜻하게 지날 생각에 추워도 행복할 수가 있었다고….한여름 100도가 넘는 땡볕에서 종일 딸기를 따고 고추를 따느라고 허리가 잘 펴지지 않아 휘청거리는, 겨우 고개를 들어본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 하늘에 웃고 있는 다섯 아이의 배부른 모습에 그 땡볕의 무더위가 그다지 뜨겁지 않았노라고….


남의 집에서 식모로 일하다가 일이 서투르다고 주인(나이가 수지의 반밖에 안 되는) 여자에게 야단을 맞으며 눈물이 나왔지만 쫓겨나게 될까 봐 눈물을 가슴속에 꾹 붙잡아두고 미소를 띄우며 야단을 맞던 시간도, 건강하고 배부르게 자라는 다섯 아이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행복했다고 한다. 수지가 말한다. 왜 자기가 지금까지 혼자 살 수가 있었냐고? 어부였던 남편은 아무리 아이들이 예뻐도 항상 아내인 수지를 먼저 찾고 수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수지가 살던 동네 모든 여자가 부러워했다고. 


그리고 그런 남편이 지금도 그리워서 자기가 일하는 집 근처에 있는 물가에서 남편을 그리워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고…. 그런 남편이 지금도 자기의 가슴에 뜨겁게 자리 잡고 있다고…. 수지가 변호사에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통보 받던 날 6피트의 키에 235lb인 수지가  자기키의 머리 하나는 작은 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또 울었다. 


우린 아무 말 없이 그저 울기만 했다. 난 왜 눈물이 이다지 많을까?

수지가 행복해한다. 너무 행복하단다. 그래서 나도 행복해진다.

수지! 이젠 “겐마누아후 오아후” 노래하면서 울지 말자.

그건 happy song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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