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뜻 꺼내놓기도 쉽지 않고, 실천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이 용서의 주제를 여러분들은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실천하고 계십니까!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연약하고 유한한 인간들이기에 우리의 삶 속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반드시 이러한 삶의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서로 돕는 삶의 모습과 또한 서로 부딪쳐 피해를 주는 삶의 모습이지요. 이것들이 항상 서로 맞물려 우리의 삶을 채워갑니다.

5년 만에 온 가족들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저희만 기쁘고 들뜬 것이 아니라 저희를 맞이하시는 어머님과 형님들도 얼마나 기쁘고 좋았겠어요! 저희가 가기 몇 주 전부터 곰팡이 난 베란다가 혹시나 아이들 건강에 해로울까 미리 조치하시고, 쓰지 않던 방을 며칠에 걸쳐 청소하시다가 아파트 아래층으로부터 시끄럽다는 소리도 들으셨더라고요. 

저 역시 혹시나 시차 적응이 안 된 아이들이 새벽에 쿵쿵거려 다닐까 봐 머무는 내내 아이들한테 살살 걸어라!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다! 몇 번이고 주의를 주고 당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가족에게는 너무나 행복하고 기쁜 일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의도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피해가 되는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지요.

그래서 우리의 삶 속에는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감사하는 삶이요 또한 용서하는 삶입니다. 이 감사와 용서가 사랑의 열매를 맺기도 하고, 또한 분쟁의 매듭을 푸는 은혜로 우리의 삶에서 역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잘 안되는 것이 무엇입니까! 용서이지요! 용서는 결코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처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기 때문입니다.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그 죗값을 받는 것이 사회정의요 평등한 사회인 것이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아셨습니다. 죄로 얼룩진 이 땅에서 정작 자기 자신도 죄인일 뿐인데 공평과 정의를 논한다고 해서, 그러한 삶이 성취될 수 없다는 것을 아신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죄인인 우리를 대신하여 그 심판자가 되신 하나님께 용서의 기도를 드리셨던 것입니다. 어디에서요? 우리 모두의 죗값을 치르시는 바로 그 십자가 위에서 말이지요! 

이렇듯 용서하는 삶은 우리의 힘으로, 주장으로, 외침으로, 가능한 삶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용서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오직 은혜받은 자만이 끊임없이 그 은혜를 기억하며 그 은혜를 흘려보내는 믿음의 삶인 것입니다. 저는 이 용서라는 주제를 묵상하다가 자연스럽게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의 이 대목이 떠 올랐습니다.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은 다만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니라, 끝까지 그 기도를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그 용서하는 삶을 우리로 살아낼 수 있도록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죗값을 대신 치르신 것이지요. 그러므로 비로소 우리가 누구인지가 밝혀진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이미 용서받은 자입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정해진 것이지요. 세상은 용서의 문제를 “나”로부터 풀지 않습니다. 내게 상처를 주고, 나를 미워하는 “그 사람”에게서 찾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다 피해의식 속에서 살아갑니다. 조금만 불편한 일을 당하면, 다 상처받았다고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오직 상처받은 사람만 수두룩한데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은 용서의 문제를 언제나 “그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하라 말씀하십니다. 성경을 보면, 용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더 큰 사랑 안에, 더 온전한 믿음 안에 거하는 자들인 것을 보게 됩니다. 스데반이 순교하면서 그에게 돌 던지는 자들을 향하여 외칩니다.

행 7:59-60)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자기를 노예로 판 형들을 용서하는 요셉입니다.

창 5:19-21) 요셉이 그(형)들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마소서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리까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려 하셨나니 당신들은 두려워하지 마소 서 내가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녀를 기르리이다 하고 그들을 간곡한 말로 위로하였더라 여러분 이렇듯 용서는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용서받은 자인 것을 깊이 체험할 때 가능한 믿음의 삶인 것입니다. 마태복음 18장의 한 대목입니다. 마 18:21-22)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 어떻게요! 어떻게 그러한 삶이 우리에게 가능할까요?

 저에게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이렇게 들려옵니다. 네가 바로 내게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받은 자란다! 용서란 내가 누구인지를 알 때 시작되는 은혜라는 것이지요! 여러분, 이 말씀이 이렇게 들려온다면 적어도 그 어떤 사람, 그 어떤 일 속에서도 우리는 용서를 품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내가 누구인지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났기에 말이지요! 

내가 하는 용서라면 그 어떤 일보다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예수 안에 있음을 기억한다면 그리고 용서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계신 주님께서 나를 통하여 그 영혼을 만지시는 은혜의 사건 임을 기억한다면 용서는 오직 은혜로 가능한 것이지요. 시편 90편에서 모세는 하나님 앞에 놓인 우리의 죄악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시 90:8) 주께서 우리의 죄악을 주의 앞에 놓으시며 우리의 은밀한 죄를 주의 얼굴빛 가운데에 두셨사오니 여러분 하나님 앞에 감추어진 죄란 없습니다. 하나님은 늘 우리의 죄를 당신 앞에 놓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의 불의를 긍휼히 여기시고, 우리의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않으신다 용서하실까요? 그냥! 그러고 싶어서! 난 하나님이니깐!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가 우리 모두의 죗값을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 안에서 이미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용서 없는 이 땅에 용서의 물꼬를 여는 예수의 사랑인 것입니다. 여러분 그 유명한 일만 달란트 빚진 자의 결론이 어떻게 끝을 맺습니까!

마 18:33, 35)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김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하고 너희가 각각 마음으로부터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여러분, 용서는 내가 그리스도 예수의 은혜 아래 있음을 증거하는 믿음의 삶인 것입니다. 죄로 인하여 메말라가는 이 세상 속에 하나님과 세상을 잇는 다리는 오직 그 사랑에 푹 잠긴 자만이 할 수 있는 은혜의 삶인 것이지요!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 안에 푹 잠길 때 여러분을 통하여 그 일만 달란트의 풍성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서의 은혜가 세상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그렇게 살아내는 용서의 사람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