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마이크로소프트 대란(Chaos and Confusion:Tech Outrage Causes Disruption)…
<지난 호에 이어>
음식을먹고 렌트카를 돌려주는시간에 맟추어 엘에 공항에 도착하니 3시다.
오늘 저녁 7시 반에 비행기가 시애틀로 가니 그때까지 공항에서 책도 보고 그동안 밀린 이메일도 체크엎 해야겠다 생각을하는데 시간은 빠르게 지나 내가 예약한 비행기 시간인 7시 30분이 되어가기에 전광판을 살펴보니 비행기가 연착이 되어서 8시 30분에 탑승을 한단다.
8시가 넘고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서 뭐지? 궁금해하는데 전광판에 비행기가 연착을 하는데 9시 15분에 떠난다고… 9시가 넘었는데도 아예 아무런 움직이 없어서 델타 스테이션에 가서 무슨 일인가 하니 마침 비행기를 운전해갈 기장과 한 명의 스텝이 고객을 상대로 설명을 해주는데 스텝이 부족해서 비행기가 뜰 수가 없단다.
전광판은 10시 45분에 비행기가 떠날 예정이라고 하니 나는 시애틀 친구 집에(공항에서 가까운 친구 집) 새벽에 도착할듯싶어 전화를 걸어 내 차를 차고 밖으로 내놓으면 내가 도착해서 살짝 다녀가겠노라며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는데 미국 친구는 걱정 말고 아무 때나 도착하면 문을 두드리란다.
10시 45분이 넘고 다시 새벽 2시에 비행기가 뜬다며 알려주는데 델타 데스크로 가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스탭이 모자란단다고..
그래서 내가 서빙을 잘하는 사람이니 내가 오늘 서빙 스튜어디스로 봉사하겠노라고 하니 규정상 훈련된 직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그러나 언제든지 네가 원하면 델타를 들어올 수가 있다며 기장이 자기의 추천을 받으면 쉽게 델타에 취직할 수가 있다고 얘기를 해주어 우리 세 사람이 얼마나 웃었는지!
내 친구 중에 30여 년간 간호원으로 일하던 백인 여자친구는 30년 간호원 생활에 종을 찍고 나서 델타 에어라인으로 들어가 76살인 현재에도 스튜어디스로 일하는데 워낙에 건강하고 76살인 지금도 허리도 꽃꽃하고 엄청 멋장이인 이 친구가 레지나, 레지나도 지금하는 일 그만 두고 우리 함께 델타에서 일하자고 꼬드기는 중이라 내 마음이 싱숭생숭하는 중인데…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무척 재미있을 듯싶은데 불행하게도 내 시원찮은 무릎이 비행시간 동안에 서빙하고 고객을 돕는 일에 협조를 안할 듯하여 에이 그만 생각하자! 생각 중이었는데…
76살 백인 여인인 내 친구는 일주일에 두 번 비행을 하는데 주로 유럽을 다니며 여행 자체를 즐기며 노후의 인생을 하늘에서 신나게 보내는 중이다. 시애틀로 가야 할 비행기는 이젠 새벽 5시에 떠난다고 하는데 밤을 새운 100여 명의 고객들은 피곤에 지쳐 버려 눈자위가 풀리고 모두들 의자에 반쯤 누워 피곤에 지친 상태인데 저만치서 한국 부부가 있어 인사를 하고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해결할 길이 없으면 이 시간도 즐기자!
라고 얘기를 한 후 서로 통성명을 하고 마침 내 가방 안에 있던 며칠 전 한국에서 부쳐온 내 책 두 권 중 한 권을 꺼내어 이 부부에게 주면서 책을 읽고 피드백 써서 보내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예쁘고 여리여리해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한국말로 말을 걸어와 두 권의 책중 남은 한 권의 책에 싸인을 해주면서 책을 선물을 하니 이분들 마치 내가 무슨 작가라도 되는 양 감사해하길래 딱 잘라서 나는 작가도 아니고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해놓으며 살아가
는 크리니컬 쇼셜월커라 설명을 해주고 내 책의 내용은 너무 재미있고, 힘들고, 화나고, 기분 나쁘고 또 웃기기도 하는 일상생활 중 특별히 중독자, 정신질환자, 노숙자들의 이야기라고 알려주고 여자 셋이 한바탕 신나게 얘기꽃을 피우는데 비행시간이 아침 7시에 떠난다고..
오 마이 갓!
도대체 14시간을 기다린거야!
다른 한국 여자 분은 아침 8시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행기가 연착이라서 지금까지 거의 20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아침 7시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는데 다시 8시에 비행기가 뜬다고…
이때쯤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며(이미 밤을 새워서 내 정신이 아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전 세계가 마이크로소프트 대란이라 모든 통신망이 엉망이라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이제는 정확히 알았으니 오늘 다른 에어라인 회사의 비행시간을 잡으려 하니 사이트가 열리는데만 40분.. 겨우 인포메이션 입력하고 나면 모든 인포메이션이 그대로 사라지기를 대여섯 번..
이미 밤을 꽉 새운 내 머리 속은 무기력하지만 오직 시애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자리를 잡고서 눈이 빨개지도록 두 시간 동안 인터넷을 붙잡고 씨름을 한 덕에 겨우 월요일 아침 새벽 6시 비행기를 예약하는데 성공, 그것도 비행기표 값이 평소 왕복의 몇 배의 요금을 내고 겨우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을 겨우 잡은 듯한 느낌으로 감사해하며..
오늘이 21일 아침 9시 40분 겨우 비행표(알래스카 에어라인으로 바꾸어서) 내일 아침 22일 6시 비행 그러면 새벽 4시면 공항에 나와 있어야 하니 우선 공항 근처의 호텔을 찾아보는데 여기도 인터넷 대란으로 인포메이션 입력하면 스크린이 없어지고 하기를 대여섯 번 이제는 참아온 인내에 짜증이 붙을 즈음 겨우 호텔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예약을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쪽에 한국에서 여행 온 분이 영어가 안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서 그분 옆으로 가 그분 일행이 다시 비행기 예약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호텔 부킹도 도움을 드리고 나니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천근만근..
셔틀버스 타고 호텔에 도착하여 별로 차린 것도 없는 호텔 뷔페를 40불에 팁까지 주고 나니 어제 저녁 4시부터 오늘 아침 10시까지 빈속이었던 내 위장을 채울 수 있었던 한가지 이유는 이 허망한 뷔페라는 아침식사 메뉴에 “김치”가 올라와 있어 별 볼 일 없는 서너 가지 패스트음식을 뒤로하고 오트밀에 김치 한 사발 먹고 나니 이제 정신이 차려지는데 정신차리고 나니 서빙하는 웨이터를 불러 김치가 맛있는데 누가 만들었나?
물어보니 자기는 서버고 아마도 쉐프가 잘 알거라며 곧장 쉐프를 불러준다.
30대 초반인 잘 생긴 쉐프에게 잠깐 음식에 대해서 잘난 체를 조금 하면서 이 김치도 맛있지만 그런데 누가 이 김치 만들었니? 물어보니 나보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주방에 가서 김치병을 확인해본다고 하고 들어갔다 오더니 “Sinto Kimchi”란다.
나는 이 순진하게 착해 보이는 힐튼호텔에 아침 뷔페에 먹을게 김치밖에 없는 쉐프를 불러 김치의 유래와 김치의 효능(아이구, 하룻밤 날밤 새우고도 웬 정신이 나는지 김치에 대하여 연설을 하며 누가 뭐래도 김치는 한국 사람이 만든 것이 영양과 효능이 확실하다는 연설을 하는데 이 순진한 쉐프 눈을 껌벅이며 마치 김치 고수님을 뵙는 자세로 열심히히 내 얘기를 듣더니 사진 한장같이 찍고 싶다고 그리고 앞으로 요리에 대해 질문이 있으면 물어보겠다고..
쉐프가 물어 온다 앞으로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냐고?
글쎄 그래!
나는 그야말로 초짜 요리사인데 마치 내가 요리 전문가인 양 건방을 떨며 이 프란시스코 쉐프의 큰 키의 어깨에 내 발 뒷꿈치 올려 내 짧은 손을 올려놓고(나는 5피트 3인치 이 쉐프는 6피트 3인치) 그래 네가 물어보면 언제든 내 답을해주마”
주로 김치와 오트밀로 채운 내배가 불러오니 눈꺼풀이 밀려오고 아이구 피곤하다!
이젠 호텔방으로 가서 두꺼운 커튼 드리우고 내일 아침 새벽 4시에 깨워달라고 하고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