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칼럼] 별일 없는 하루
'태어나고 죽는 것은 책의 겉표지나 뒤표지와 같다' 유태인의 속담이다.
삶과 죽음은 같은 선상에 있는 좌표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원하다. 한 방에 성공하고 재물을 얻는 꿈을 한번쯤 상상해본다.
별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고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불안감이 밀려 올 때가 있다.
별일 없는 하루란 재미없는 하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평범한 별일 없는 일상은 누구나 누리는 공기 같은 일상이 아닌 이들도 많다.
갑작스런 사고나 원치 않은 운명이 아침에 눈을 뜨면 누구나 불충분한 운명을 맞딱드릴 수 있는 확률이 있다. 가족끼리 마주 앉아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아주 가끔이라도 뼈져리게 느껴야 한다.
땡스기빙 연휴에 가족이 모였을 때 2세 자녀에게 K 팝이 전 세계적인 명성으로 인기몰이하면서 대한민국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질 하는 현재가 미 주류사회 속 2세들에게 끼치는 영향 등 긍정적인 대화를 오간 지가 엊그제였다.
갑작스런 고국의 현실을 접했을 때 하루아침에 박탈감을 느끼는 이 또한 오늘의 현실이다.
이미 전 세계 뉴스로 계엄군이 지나간 대한민국 국회 상황을 MZ세대들 나아가 2세 자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국을 떠난 지 몇십 년이 흘렀어도 운 좋게 아직까지는 평범하게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는 지금의 평범한 일상에 묻혀 지내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남의 땅에서 키운 자녀들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조언하고 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간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른다.
당장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니어도 별일 없는 오늘의 하루가 잠깐의 햇살 하나에도 감사한 오늘이라고 인지할 줄 아는 정신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 파묻혀 과오를 흐릿해져 갈까 하는 걱정 뿐이다. 그저 지루할지언정 별일 없는 하루가 내 인생에 죽을 때까지 지속되길 바라는 욕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