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김] 메모리얼 데이 개인적 小考
메모리얼 데이인 5월 26일 아침, 이곳 올림피아 지역에는 빗발이 약간 날려서 비가 갠 후 12시가 넘어 Capitol Campus에 있는 한국전 추모공원에 혼자 참배하러 갔습니다.
가족이 다 같이 가고 싶었지만 집사람과 아들 녀석은 둘 다 휴일 근무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전 추모공원 제단에는 오늘 추모식을 주관한 미합중국 전쟁포로-전시 실종용사 POW -MIA(prisoner of war-missing in action)협회와 미합중국 해병전우회-USMC 회원, 그리고 NWPVA-North West Paralazied Veterans of America-미합중국 서북미지역 상이용사 회원들의 조화와 극히 일부 유가족의 조화 몇 송이만 있었습니다.
저 이외에 한인으로 보이는 추모객이나 한인이 남기고 간 조화는 한 송이도 못 보았습니다. 이 땅, '미국의 현충일'임에도 불구하고 제단 앞에 새겨져 있는 문자 그대로, '잊혀진 전쟁'의 추모공원이었습니다.
한동안, 오랫동안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 혼자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다가 다리 건너 의회 본관 건물 가까이에 있는 월남전 추모공원으로 참배하러 갔습니다.
11시경에 Vietnamese Community of Thurston County와 NWPVA 주관으로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이 다 마친 이후지만 추모객들도 바치고 간 조화들도 제법 보였습니다.
어르신 한 분은 제가 도착하기 이전서부터 혼자 우두커니 서서 반 시간 이상, 제가 떠나올 때 까지도 슬프고도 깊은 상념에 잠겨 계시더군요.
연세로 보아 월남전 참전용사 연배이신 듯한데 비명에 새겨진 이름을 계속 보고 서서 계시기에 아마 사랑하는 형제분이나 전우를 추모하고 계시는 듯 하였습니다. 옆모습만 봐도 얼마나 쓸쓸하고도 애통한 표정이신지요... 눈에 비쳐진 한국전 참전공원과 월남전 참전공원의 두 모습을 비교해보며 올해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참전과 절대적인 원조로 전후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 성공작'으로 칭송을 받습니다. 월남은 미국이 포기하고 패망하여 공산국가가 된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 실패작'으로 불려 왔습니다.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태평양 바다를 건너가 한국에서도 월남에서도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장렬히 전사하였습니다.
최다수 전사자 평균연령은 만 19세... 아직 청소년기를 채 벗어나지도 못한, 바로 이땅에 계신 수많은 부모님들의 소중한 아들들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자식을 다 키워놓고 보니 그 전사자들 부모님 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겠습니다.
'대표적 실패작'인 월남전 참전 전사자 추모비엔 Thurston County Vietnamese Community 베트남인 들의 추모의 정이 담긴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습니다. '대표적 성공작'인 한국전 참전 전사자 추모비엔 한인사회 그 어느 누구도 그 수많은 단체 그 어느 하나도, 왔다 간 흔적이 없었습니다.
증명하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혹시나 우리 한인들이 비오는 데 아침 일찍이라도 왔다 갔나 싶어서 추모공원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도 한번 유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통 안에 김밥이나 떡 쌌던 포장지에 일회용 젓가락과 김치 냄새가 나면 백발백중이니까요.
추모객이 없어서인지 통 안은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멀리 타코마나 페더럴웨이, 시애틀, 린우드 등 원거리에 사는 한인들을 두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올림피아 지역만 해도 한인교회가 열 개는 된다고 들었습니다. 월남인들이나 한국인들이나 모두 그들의 모국을 위해 전사하신 미국의 젊은이들 앞에 성서 로마서에 나오는 그대로, 우리 모두는 똑같이 '빚진자'들입니다.
6.25를 상기하며 그날을 전후로 하여 주로 토요일을 택하여 한인회를 비롯한 수많은 한인 단체 들이 힘을 합해 성대한 6.25 기념 연례행사를 해온것을 잘압니다. 저도 과거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행사 준비에 물심양면으로 수고하고 애쓰신 주관단체 임원들께 이글을 통하여 다시 한번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 행사시기를 변경하여 메모리얼 데이에 6.25 기념행사를 하시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 역시 한인사회의 하나의 전통이라면 그걸 주제넘게 변경하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행사와는 전혀 별도로, 특정 한인 단체들이 나서서 주관하는 그런 번거롭고 수고스러움 없이 완전히 개인적인 자율에 맡기고 메모리얼 데이 만큼은 한국전 참전 전사용사들을 위한 개인적인 추모의 기풍을 갖는 전통을 한인사회에서도 개인적으로라도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6월 10일, 페더럴웨이에 한우리 공원이 개장되었다고 합니다. 이 공원을 건립하는 데는 페더럴웨이시의 크나큰 지원과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 공원 안에 페더럴웨이 출신의 한국전 참전 전사용사들을 기리는 작은 명패라도 하나 봉안하여 두었는지요?
또한, 혹시 이 공원의 설립에 킹카운티의 보조나 지원도 있었다면 킹카운티 출신의 한국전 참전 전사용사들의 작은 명패도 보기 좋은 장소에 봉안하여 두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조국인 미합중국의 입장에서는 "해외참전 전사자"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우리 모국을 위해 전사하신 "순국용사"들이십니다. 이것은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라고 믿습니다.
Memorial day를 모르는 미국인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June 25th를 아는 미국인은 극히 드뭅니다.
한인사회를 하나의 가정으로 보았을 때, 한인의 날은 생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를 낳아 잘 키워주신 부모님과 손위 형제자매들께 감사함을 표현하는 생일날입니다. 메모리얼 데이는 문자 그대로 온 집안의 제삿날이자 추도일입니다.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르라."
성 어거스틴의 유명한 말씀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의 모국 대한민국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고 다치신 영령들이나 그 가족분들은 June 25th보다는 오늘을 기억하고 추모하시리라 믿습니다. 메모리얼 데이에 느꼈던 개인적 감회를 말씀드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