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대입 에세이에 날아든 칠면조?
독자께서 이 신문을 집어 드시는 주말이 지나고 두 주가 조금 지나면 추수감사절이 된다.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이제 가을도 점점 깊어가는 시기이다. 가을은 풍성한 결실의 계절임과 동시에 한때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때이다. 이러한 양면성은 가을의 이름 짓기에 잘 나타난다.
가을의 영어 이름은 원래 Harvest(추수/결실)였다고 한다. 이 단어는 게르만족의 언어로 ‘줍는/과일을 따는’ 등의 의미가 있었다 하니 가을에 보통 행해지는 일들을 잘 표현했다 싶다. 그런데 북반구에서 가을의 천문학적인 시기는 9월 21일경(입추)으로부터 겨울의 시작인 12월 21일경(동지) 직전까지이니, 위의 의미가 포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에서 16세기 초부터는 Fall이라는 말이 좀 더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 이름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묘사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1600년경부터 초오서와 셰익스피어 등의 문호들이 사용하게 되면서 Autumn(언어학적 의미가 불확실한)이 보다 더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Fall이 19세기 말경부터 더욱 많이 쓰이는 가을의 이름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다. 이 Fall에 대칭이 되는 Spring(봄, 싹이 돋는다는 의미)도 역시 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는 명명이다.
이때는 또한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는 때이다. 가족 모임을 방해하는 한 방해꾼은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 등장한다. 추수감사절 휴일을 지나자마자 다가오는 캘리포니아(UC) 대학들과 남가주(USC) 대학의 예술학과들이나 몇몇 음악대학들의 원서 마감이 그 원흉이다.
올해는 추수감사절이 늦은 해라서인지 버클리와 UCLA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 대학들의 원서 마감일이 원래의 11월 30일에서 12월 1일로 늦춰졌고, 남가주 대학도 12월 1일이 마감일이다. 칠면조 고기를 먹다가 말고 대입 에세이 생각이 나서 입맛을 버렸다는 고3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을 정도이다.
어떤 아이들은 이 칠면조의 일곱 가지 색깔을 자신의 일곱 가지 희망에 관한 대입 에세이와 연관시킬 수 없을까 고민하는 긍정적 재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다 더 긍정적인 추수감사절을 보내며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한 몇 가지 팁들을 제공해 드린다. 이것은 하버드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제공하는 것으로 유익하다고 생각되어 필자의 의견을 가미해 몇 회에 걸쳐 소개하니 한 번 읽어보시고 자녀들에게 ‘넌지시’ 전해주시기 바란다.
아시다시피 어깨를 감싸 안아주시며 별 중요한 것은 아니라며 지나치듯 “이런 걸 봤는데 대부분 아는 내용이지.”라며 말씀해 주시는 요령이 필요하다. 잔뜩 긴장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톡 쏘듯 명령조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괜스레 감정을 상하게 하는 독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에세이 쓰기 요령에서 말하는 것처럼, 첫 번째는 ‘진정성 있는 에세이를 쓰라(be authentic)’는 것이다. 많은 명문대학들이 사용하는 원서 플랫폼인 공통원서에서는 주어진 7개 에세이 제목 중에서 하나를 골라 에세이를 쓰라고 한다. 이 중에서 진정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를 골라야 한다. 일단 주제가 결정되면,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들을 사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된다.
능력을 과장하기 위해 보통 잘 사용되지도 않은 고상한 단어들을 쓰거나 과도한 유머 등은 어색해 보이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글 읽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니, 이 글이 자신의 얼굴에 억지로 먹지도 않은 화장으로 분칠을 한 글인지, 스스럼없이 자연스레 풀어나간 글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어떤 주제를 선택했건, 다시 한 번 돌아볼 것은 이것이 읽는 사람에게 과장되이 잘 보이려는 시도인지, 실제로 자신에게 진심으로 중요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자신의 특별한 강점이나 특별한 경험, 습관뿐만 아니라 자신의 약점에 대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 그것의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단한 승리의 외침보다 더 울림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읽는 이의 시선을 끌어라(Grab the reader from the start)”이다. 대입 에세이는 엄밀하게 말해 그것을 읽는 대입 사정관의 눈길을 끌고 상상력을 촉발시켜 끝까지 관심을 갖고 읽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것이 목적 중의 하나이다. 그러니 에세이의 시작부터 눈길을 잡아채는 첫 문장이나 첫 단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대담한 문장이나 앞으로의 에세이 전개와 상관되는 세심한 인용 또는 대화, 자신이 갖고 있는 질문, 또는 잔잔히 감정이 이입된 어떤 일이나 상황의 자세한 묘사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처음에 주어진 주제문은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요긴한 지도가 될 수도 있고, 목적지에 순조롭게 도달하기 위한 서문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나머지는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기로 약속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