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레지나 칭칭 나네!(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레지나 칭칭 나네!(2)

<지난 호에 이어>

우리 프로그램의 Harm Reduction program은 잘 모르는 분들은 왜 쓸데없이 정신 질환자들이나 중독자들을 보호하고 막대한 돈을 사용하느냐고 하면서 우리 이민자들은 말도 못하지 돈도 없지 환경도 전혀 다른 곳에서 열심으로 일을 하고 아끼고 아껴서 혼자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이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살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뭐가 부족해서 도와주어야 하느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좀 더 나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물론 내 대답이 이분들에게 만족을 시킬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도 지혜도 또한 이성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신 질환 고객들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든 중독자인 고객들에게는 그렇게 자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아니, 왜 그것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에게는 책임을 질 수는 없지만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데 손잡아 줄 수 있는 것은 온전히 건강한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 라고 대답을 하고 싶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나는 럭키이다. 한 번 살아가는 인생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아니 삶의 길에 함께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들을 돕는 일은 끝이 없는 길이다.

웬만큼 상식적인 마음 상태여야지만 기대도 하고 희망도 있지만 우리 고객들에게는 기대도 안 되고 희망도 안 생기지만 메인테인을 해 주면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역할을 우리가 하는 것이다.


우리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사용하던 코케인을 아직도 하는 고객들이 있고 술을 아직도 마셔대는 고객들도 있는데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들은 이들이 마구 복용하게 놓아두지 않고 약을 줄여 가도록 다른 것으로 대체시키는 방법들을 알려 주고 권면해 주며 이들의 생명을 아껴 주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아침과 점심은 든든히 먹여 주면서…

전화 메시지에 낯설던 목소리의 고객에게 전화를 마지막으로 거니 이제야 생각이 났다.

퀸앤 지역 저소득층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나의 예쁜 할머니 고객(나이가 67세)인 000이다.


000은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나라에서 받는 혜택이 1280불로 웰페어보다도 돈이 많은데 65세가 되면서 혜택을 받던 메디케어가 끊기고 나서 우리 사무실에서 상담 혜택과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본인이 매달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돈을 낼 수 없다고 그냥 발길을 끊어 버린 고객이었다.


고객에게 전화를 거니 반갑다며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서 다시 상담을 받고 싶다며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나는 고객의 인컴을 확인해 본 후 이 고객에게는 웰페어 받는 이상의 돈들은 spend down으로 사용할 수가 있어서 그러고 나면 메디케어 커버를 다시 주문할 수가 있다고 설명을 해 주고 난 후 어찌 지내냐고 물으


니 자기 옆방의 정신 나간 여자가(사실은 내 고객도 정신 질환이 있다) 내 고객이 옆방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내 고객이 들어온 것을 보았다며 내 고객 방으로 찾아와서 머리채를 붙잡고 행패를 부려서 매니저가 경찰을 부르고 그 옆집 여자는 일단 경찰서로 연행이 되어 갔는데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서 레지나가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단다.


나는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우리 사무실 인테이크 스페셜리스트 하고의 상담이 먼저이고 그다음에 나를 찾아오면 되지만 일단 네가 지금 어려운 상황이니 법적인 도움을 받는 길을 찾아주고 나니 시간이 꽤나 흘렀다. 이들하고 함께 생활을 해 온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무엇이 나를 이 사람들하고 함께 생활을 하는 데 불편하지 않게 하는지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형제들이 자라온 환경이었던 것 같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이 어릴 적에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따스한 밥 한 끼를 먹여 보내고 돈을 구걸하는 사람에게는 엄마의 주머니를 열어서 이들에게 잔돈이라도 쥐어 주셨으며 헐벗고 추운 이들에게는 아버지의 오래된 옷이나 오빠들의 헌옷이라도 입혀서 보내셨다.


우리 형제들은 우리 엄마에게서 보고 들은 삶을 그대로 살고 있는 듯하다.

내 전화 메시지의 고객은 정신적으로 물건들에 대한 집착이 병인 증상이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거의 우울증이 함께 있기도 하다.


이 고객의 집인 원베드룸 아파트 방문을 가면 그야말로 작은 방 안이 미로를 지나가야 한다.

집안 곳곳에 크고 작은 물건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여간 다니기가 불안한 게 아니다.

발뒤꿈치 들고 발을 디딜 때를 찾아야 한다.

집 안에는 온갖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안 입는 옷 더미는 왜 그리 쌓여 있는지 옷장 문이 안 열어진다.

부엌 싱크대에는 그릇들과 음식물들이 그야말로 층을 이루며 쌓여 있다.

물론 음식물이 너무 많이 쌓여 있으니 냉장고 깊숙한 곳에 있는 음식들은 썩어서 곰팡이가 피어 있기도 하였다.


나는 어떻게든 이 고객이 살고 있는 이 쓰레기 더미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지만 그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고객에게는 물건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어서 버리면 안 된다. 하다못해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손목에 채워져 있던 인포메이션 팔찌만 해도 40여 개가 넘게 매달려 있다. 


저것들은 뭐 하려고 안 버리냐 물어보니 자기가 언제 왜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를 기념하고 싶어서란다.

또한 물건에 대한 집착증은 무엇인가에 의한 상처가 있어서이다. 사람들이 허전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나도 모르게 입으로 자꾸 무엇인가를 먹는 것처럼 이 고객은 허전하고 외로워서 물건에 대하여 집착하며 물건들을 모으는 것이다.


배가 고파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허기진 사람들이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사람처럼 물건을 들여놓으며 쌓아놓아도 외로움은, 허전함은, 상처는 보상이 되지 않는다.

물건을 쌓아두는 이 고객의 어릴 적 가정 형편은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며 할머니 손에서 구박을 받으며 자랐는데 오빠와 함께 성미가 고약한 할머니 밑에서 별다른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아온 자기의 환경에서 주어진 병이기도 하다,


물건이 없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늘 허전한 마음에 꽉 찬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공간에 자기의 모습은 누군가가 없어도 있어 주는 그 무엇들 때문에 물건들은 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통해서 많이 진전되기도 하였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 고객은 세상에 혼자밖에 없다. 하나뿐인 오빠는 배를 타는 원양어선에서 일을 하다가 다쳐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이 고객은 더 외롭다, 한참을 내 고객과 얘기를 하는데 내 고객의 마지막 말이 나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레지나는 나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거 알지!


지난겨울 한국에 있는 대학에서 Harm Reduction이라는 우리 사무실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강의를 하는데 이분들에게 그동안 일을 해 온 여러 모습들의 예를 들다 보니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시며 열심히 들어 주셨다.


조금 속상했던 것은 나는 내가 한국말을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고 강의 준비를 해 갔는데 막상 강의를 하다 보니 그 강의에 적절한 말들이 생각이 나지를 않아 엄청 고생스러웠다.

아무래도 미국 생활이 한국에서보다의 삶의 시간보다 길어서인 것 같다. 


그날 감동이었던 것은 몇 시간의 강의를 90분마다 쉬고 강의를 하였는데 강의 도중에 한 학생이 손을 뻔쩍 들더니 한국 민요 중에 쾌지나 칭칭나네가 있는데 레지나 선생님 강의를 듣다 보니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쾌지나 칭칭나네 노래를 레지나 칭칭나네! 라고 부르고 싶다시며 교실 안의 학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레지나 칭칭나네라는 노래로 바꾸어 한참을 레지나 칭칭나네라고 주시며 나의 일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 주셨다.


2020년도 어려운 코비의 시간도 지나가고 있다.

이때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열심으로 필요한 이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내밀며 함께 걸어올 수 있어서 감사한 2020이다. 앞으로도 나는 더욱더 함께 걸어가는 삶에 레지나 칭칭나네! 신나게 노래 부르며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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