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칼럼] 호세의 세상(1) - 시애틀한인로컬소셜칼럼
호세의 얘기를 들으며 울지 않으려고 다짐을 해보았었다.
그리고 공연히 딴청을 피우려고 애를 써보면서 앞에 앉아있는 호세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 공간 속에서 내 눈은 어디에다 시선을 두어야 할지 방황을 하고 있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슬프고 쓰디쓴 감정이 내 목구멍까지 올라와 숨을 쉴 수도 없게 힘들어 앞에 멀뚱히 앉아 아무런 감정 없이 얘기를 하고 있는 호세에게 잠시 앉아 있으라고 하고는 상담실에서 벗어나 일단은 우리 직원용 화장실로 가서 물을 세게 틀어놓고 한참을 눈물을 흘렸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흐르고 가슴을 들썩거리며 얼굴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거울을 바라보니 그리 크지 않은 내 눈이 토끼 눈처럼 빨갛게 부어있었다.
카운슬러로 일하면서 이만큼 감정을 콘트롤하기가 힘들었던 적은 손에 꼽아볼 정도로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
눈물을 거두고 눈이 부은 것을 휴지에다가 찬물을 적셔서 부은 눈두덩을 몇 번 누른 후에 호세가 기다리고 있는 상담실로 다시 갔다.
그런데 상담실안에 앉아있어야 할 호세가 없다.
로비에 앉아있는 리셉션리스트인 캘리에게 물어보니 5분전쯤 호세가 상담실을 열고 나와서 로비에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장 밖으로 나갔단다.
내가 화장실로 주체할 수없는 감정을 정리하러가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호세는 이미 가버렸다.
아이구! 이 붙잡을 수없는 나의 슬픈 감정 때문에…
우리 카운슬러들은 일을 하면서 매년 8번씩 교육을 받는다.
고객들이 와서 상담을 할 때 공감을 하고 말을 들어주되 본인의 감정은 섞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런데도 천성이 눈물이 많은 난 때로는 슬픈 이야기에(우리 사무실에 기쁜 일로 찾아오는 이들이 거의 없다) 다들 문제가 생겨서, 어려워서, 힘이 들어서, 도움이 필요해서 오는 사람들이다.
난 고객을 대하면서 의연하게 대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나의 눈물샘이 나를 가만 내버려주질 않는다.
하여간 호세가 내가 잠깐 나간 그새를 못 참고 말없이 가버렸다.
난 내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우선 안경이 없으니까 돌아오겠지.
호세가 얼마 전 길바닥에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 보니 안경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무실에 함께 일하는 다른 카운슬러들은 어떻게 쓰고 자던 안경이 없어질 수가 있느냐고 저 자식 분명히 자기 안경하고 다른 것(드럭)하고 바꾸어 먹었을 거란다.
그리고는 호세의 이야기를 듣는 척만 하고는 아예 무시하는 눈치였다.
답답한 호세가 나를 불러냈다. 난 호세에게 렌즈 크래프트 프로그램의 무료 안경을 신청해주었다.
아무래도 건장한 미국사람들 틈에서 5피트 3인치 밖에 안 되는 나의 자그마한 체구에 몸무게는(? 비밀) 항상 싱글거리며 다니는 내가 호세가 말하기에 좀 편해 보였나보다.
일단은 우리 프로그램의 디렉터의 허락을 받고 호세를 만났다.
나는 내 담당 케이스만으로도 너무 바쁘다.
그런데 내가 담당할 케이스도 아닌데 마음 쓰기도 뭣하고 해서…
호세를 상담실 방으로 들어오라고 한 다음 호세의 삶에 대해서 얘기를 듣는 중이었다.
호세는 36살인데 겉으로 보면 한 50살쯤 되어 보인다.
나이도 늙어 보이는데다가 쓰고 있어야 할 안경마저 없어져 안경 쓰던 자리에 허옇게 그림자가 생겨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호세는 5살 때부터 포스터(위탁가정)에서 살아왔다.
호세의 부모는 누구인지 모른다.
자기 기억에는 엄마아빠모습이 전혀 기억이 없단다.
그런데 위탁가정에서 귀에 따갑게 들어온 얘기는 호세의 부모님은 코케인 중독자였는데 코케인을 팔다가 갱들의 총에 맞아죽어서 어린 호세와 여동생 둘과 함께 위탁가정으로 맡기어졌단다.
위탁가정을 여러 번 바뀌면서 호세하고 두 여동생, 0하고 0은 어디로 갔는지 연락두절 상태란다.
지금쯤 여동생들도 30대 초반들인텐데,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단다.
호세가 6살이 되던 해 위탁가정 부모님들은 호세를 담당하는 쇼셜워커가 온다는 통보를 받고 호세에게 아침밥으로 무엇을 먹었느냐고 물어보면 베이컨 ,에그, 토스트에 우유를 먹고 간식으로는 과일을 먹었다고 시키고 저녁식사로는 스테이크에 야채 캐스롤을 먹었다고 얘기 하라고 시켰다.
물론 어린 호세는 위탁가정 엄마가 알려준 대로 대답을 했다. 위탁 엄마와 아빠는 호세를 담당하는 호세의 쇼셜워커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호세에게 깨끗한 옷을 입게 하고 리빙 룸에 장남감 등을 널려놓으며 호세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광경을 일부러 연출을 하며 보여주고는 했다.
안경을 끼고 머리가 꼽슬거리고 몸이 무거워 보이는 소셜워커는 호세를 살피러 와서 호세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무엇인가를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한참을 위탁엄마와 수다를 떨다가 자리에서 일어날 쯤에 호세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가고는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소셜워커가 호세가 사는 곳을 방문했지만 매번 호세는 장난감에 파묻혀서 노는 줄만 알고 위탁모와 수다만 떨고 갔다.
호세는 절망했다.
아니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위탁부모님들이 자기의 애들하고 식탁에 맛있는 스테이크와 갖가지 음식들로 상을 차리고 냄새를 피우며 맛있게 식사하면서도 지하실 방에 있는 호세에게는 며칠 지난 토스트에 잼을 발라 우유 한 컵과 함께 먹으라고 준 것을 침대에 누워서 조금씩 뜯어먹으며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엄마 아빠를 그리워해보았다.
그러나 엄마 아빠의 얼굴조차도 생각나지 않는다.
가끔씩 아니 어쩌다 가끔씩 포스터 엄마는 무슨 마음인지 호세를 자기 가족들의 식탁에 함께 앉아 밥을 먹게 하는 날이 있다가도 무슨 트집을 잡아서 이제 제대로 된 음식을 앞에 두고 맛있게 먹고 있는 호세를 불러 세워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서 먹었다는 둥 음식을 여기 저기 흘리고 먹어 지저분해 함께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호세를 불러 세워 다른 사람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세워두고는 했단다.
다른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면 (호세가 식사가 끝나지 않았어도) 여전히 배가 고픈 호세는 그냥 일어서야만 했단다.
언젠가는 먹던 접시를 안 빼앗기려고 접시를 움켜잡아서 내놓지 않으려고 했다가 지하실 방에서 못나오게 해서 며칠 동안은 지하실 컴컴한 방에서 불도 없는데 며칠을 가두었단다.
어린 호세는 너무 무서워서 눈을 꼬옥 감고서 잠만 잤단다.
매일매일 잠을 잤단다. 겨우 위탁모의 화가 풀려서 일층으로 올라오니 위탁모는 어린호세에게 스프레이와 수건을 집어주면서 기름 스프레이를 가구에다 뿌리고 수건으로 광을 내게 닦으라고 하여 어린 호세는 하루 종일 가구를 닦았단다. 호세가 7살이 되고 학교에 입학하면서 호세는 학교 갈 시간을 너무나 좋아했는데 호세의 위탁모는 호세를 맡은 담임선생님에게 호세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애인지를 얘기해 역시 학교에서도 호세는 왕따였단다.
호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호세가 8살 되던 해 호세는 무조건 집을 뛰쳐나왔다.
아니 학교에 갔다가 그 길로 무조건 걸어서 어디론지 모르지만 한없이 걷다가 남의 집 가게 앞에서 잠들어 있다가 그 지역 사는(이미 집을 나와 떠도는 틴에이저 그룹들)에 계속하여 형들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라도 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