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칼럼] 떡볶이(1) -시애틀한인로컬소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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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칼럼] 떡볶이(1) -시애틀한인로컬소셜칼럼

올해 겨울에는 정말로 비가 많이 왔었다.

50년 만에 처음 이렇게 비가 많이 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따뜻한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싫을 정도였다,

우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 중 한국에서 7년간 영어 교사하다가 온 백인 남자 동료가 있었다. 보통 미국 남자분들이 한국여자분들하고 결혼해서 사는 분들은 인상들이 아주 좋은 것 같다.

부드럽게 생기고 온화한 모습들을 가지신 분들이 많다.

며칠 전 내 사무실에서 컴퓨터에 입력해야 할 다큐멘터리논평을 쓰고 있는데 등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are you busy? 하이 레지나 바쁜가요? 라고 묻는 소리가 있어 뒤돌아보니 우리 사무실 다른 부서에서 우리 사무실로 온 백인 남자 동료였다.

동료이지만 뒤돌아보니 우리 막내아들뻘인 인상이 아주 좋은 젊은 청년이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What’s up? 무슨 일인데? 라고 물어보니 자기가 할 말이 있는데 시간이 있냐고….

이야기인즉 4월 중순쯤에 이사를 가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데 레지나에게는 미리 알려야 할듯해서 말한다고!

그래 왜? 라고 물으니 시애틀에 3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곳은 정말 힘이 들어서 이제는 다른 주로 간다고 그래 그럼 어느 주로 가는데? 

캘리포니아로 이사 간단다.

그래 캘리포니아도 좋은데 앞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면 시애틀에 머무는 것도 괜찮을 텐데? 라고 되물으니 금년에 비가 너무나 많이 와서 자기하고 자기 아내가 너무 힘이 들었다고 그리고 아내가 댄스테라피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하니 이 기회에 학교에 가 있는 캘리포니아 00지역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서는 다시 돌아오든지 아니면 캘리포니아에서 자리를 잠든 지 해야 할 것 같단다.

나는 그래! 생각 많이 해보아 그리고 다시 돌아오려면 나에게 연락 미리 주면 우리 집에서 와서 잠깐 있어도 돼!

이 동료의 아내는 곱게 생긴 한국여자이다. 두 사람 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우리 사무실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직 20대 말인 이들에게 중독자 그리고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하고 더구나 90%는 홈리스들이다. 냄새나고 더럽고 약에 취해있고 정신이 없는 사람들 하고 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올해 겨울에는 비가 너무나도 많이 와서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나 역시 미칠 것만 같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이 빈 것 같고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생기지 않는 패닉 상태가 온 것이었다. 나의 상태를 본 우리 프로그램의 디렉터(나 하고는 20년 넘게 함께 일을 해서 내 눈만 보고도 나의 기분을 느끼는)가 무조건 나를 떠밀었다.

레지나 사무실 나오지 마 그리고 출장도 네가 안 가도 돼? 다른 사람 보낼게!

아니야 이틀 동안 출장을 내가 갈게 일단 사무실을 떠나면 내가 좀 나을듯하니까 내가 갈게.  

얼마 전 한국과 동남아 출장을 가면서 나머지 시간은 출장을 다녀온 지가 얼마가 되지 않았는데

캘리포니아 쪽에 이틀을 출장을 가면서 나머지 7일간은 휴가로 캘리포니아 사막을 돌아다녔다.

마침 캘리포니아에 00지역에는 가족들도 살고 50년지기 친구도 있어서 친구 집과 가족들 집에 머무르면서 차를 빌려 가자고 네바다 쪽의 죽음의 계곡(Death Vally)에 가서 한낮 동안 달구어진 큰 바위에 누워서 사막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수많은 은하수를 바라보며 색다른 선인장 종류의 멋진 나무들이 산을 덮은듯한 쟈쉬아 파크에서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무런 생각 없이 쉬면서 햇살을 즐기다가 커다란 귀가 쫑긋하게 세워진 사막여우를 여우가 뛰어다니는 바위를 따라 함께 뛰어다니기도 하고 엘에이 산타모니카 쪽의 The Grove에도 가서 록가수들의 노래도 듣고 이들이 연주하는 곡에 맞추어 춤도 추면서 어린아이처럼 KPOP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에서 온 젊은 가수 그룹들에 노래도 들으며 아예 일을 생각하지 않고 며칠을 지내고 나니 공황 상태에 빠졌던 내 머리가 내 가슴이,내몸이 다시 에너지를 얻고서 새로이 일어날 수가 있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고객들은 심한 중독자들이기도 하고 정신지체자이기도 하고 대부분이 홈리스들이다. 이들은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자기를 관리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매주 만나는 고객 중에는 여자인데도 2년째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고객도 있다.

아무리 새로운 옷을 사다 주어도 아무리 권유를 해도 절대로 바꾸어입지 않는다. 물론 샤워 역시 안 해서 마주 대하면 냄새는 우리를 마비시킨다. 그래도 강제로 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매주 만나서 이들의 정신감정을 살피면서의 시간은 우리도 그 안에 그냥 마비 상태로 있는 것이다.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이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도 상담이 어려운 것인데 정신 줄을 놓은 고객들과의 동행은 어지간한 희생과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직업으로 일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무실 직원들의 사명감을 보면 내가 감탄할 정도이다. 어찌 저렇게 이들에게 잘할 수가 있을까? 사랑할 수가 있을까 싶게!

어느 날은 나를 기다리고 있던 20대의 여자 아프리칸 아메리칸 고객인 00가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는데 머리엔 전등(하와이에서 나는듯한 조개 껍질을 엮어서 만든 전등을 어디서 구하였는지 머리에 떡하니 쓰고 와서는 자기가 먼 나라에서 온 여왕이란다.

그리고는 자기보고 절을 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명여을하고있다가 내가 나가니 나에게 일른다 레지나 저것들이 여왕을 보고 인사를 안 한다고

그래! 우리 다음에 인사받자!

00를 달래서 상담실로 데리고 와 현재 어디에 머무는지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누구하고 함께 있는지 그리고 약을 거부하는 이들을 살살 달래어 약을 복용하게 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 정신질환인 이들은 약을 거부 하기 때문에 이들이 거부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이날도 아래층 프런트 데스크에서 전화로 나를 호출했다.

레지나 

000가 와서 너를 만나겠다는데 어찌하지? 물론 약속이 없이 온 고객이다.

서류를 찾아보니 만나본 지가 3개월이 지나서 내가 케이스를 드랍한 경우이다. 

다시 찾아온 것을 보니 아마도 제정신이 든 것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접어두고 아래층을 내려가 000를 반기니 수심이 가득한 000의 얼굴에 가냘픈 미소가 어린다. 몸도 야리야리하고 머리엔 세수타월을 머리에 더 돌려쓰고서 상담실로 데리고 들어와 얼굴을 맞대니 그제야 000는 안심이 되는 듯 어깨에 짊어진 백팩과 두 손에 든 종이백 둘을 내려놓는다. 어디든 길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으면 누군가가 집어가 버리니까 아무 데에다 내려놓을 수가 없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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