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 문학칼럼] 잘 가시게 여름 - 시애틀한인 문학칼럼

전문가 칼럼

[박미영 문학칼럼] 잘 가시게 여름 - 시애틀한인 문학칼럼

몸은 타지에 있어도 한국 추석이 다가오는 순간 비로소 가을을 실감한다.

사계절 가운데 가을은 깊어간다는 표현을 한다.  

가을이 깊어간다는 의미는 우리가 사는 인생에 대해 더 진지한 무르익은 사색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단풍이 든 가을의 정취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저물어가는 한 해를 잘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쓸쓸하고, 허무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계절적 우울증이 가장 많다는 계절이기도 하다. 햇빛의 양과 일조 시간이 줄어서인 신체적 리듬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블루 현상으로 점점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활기가 없고 균형이 깨질 무렵 우울증이라는 손님이 은근슬쩍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계절이다.

그러나, 날씨가 일 년 내내 같은 계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사계절을 누리는 혜택은 고마운 일이다.

가을은 그렇게 덥지도 그렇게 강추위도 아닌 한 나절이 졸리지 않을 만큼  독서하기 좋은 독서의 계절이다.

밝고 최대의 푸르른 자연으로 가득찼던 무더운 여름을 겪고 찾아온 가을이라  더 소중한 이유다. 

또한 추수 감사절인  큰 기쁨도 누릴 수 있는 풍성한 가을에 이웃에게  나눔이 지금부터 시작된다면 그들도  쓸쓸하게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수확의 계절로 배부른 계절이기도 하지만 한 해 동안 뜨겁던 태양과 비바람을 견디고 제 자리의 몫을 다 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사색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온다. 행복하고 감사한  또는 고독한 명상에 감정에 한껏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가을을 즐겨보지도 못하고, 겨울이  또 다가옴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해의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한 해를 구분 지어 세월을 판단 짓는 것도 나쁜 버릇인 거 같다. 계절마다 색이 다르듯이 사람의 인생 또한 아흔아홉 가지 실패해도 한 두 가지 만족을 느꼈다면 그것또한 행복한 한 해일 것이다.

한 두 가지 가운데 많이 읽고 많이 사색하고 또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 마음도 무르익은 단풍과 은행잎의 노랗고 붉은 색감으로 깊게 여유롭게 물들어 갈 것이다.

'잘 가시게 여름아' 코로나도 함께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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