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내가 정해준 시간대로 살아가는것(1)
30여 년간 일해오던 일을 은퇴를 하고 나서 거의 세 달간은 마음이 심란했었다.
우선 늘 하던 대로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추어 깨어나게 되어 있는 자연스런 몸의 리듬이 역시 새벽 5시 30분이면 잠을 깨우고 나도 모르게 그랬던 것처럼 출근할 때 습관대로 움직여졌다.
씻고 간단히 아침 식사 준비해서 먹고 차를 타고 출근을 하려고 키를 찾다가 하면서 아차! 지금 내가 뭘 하는 거지 싶었다.
아, 나 은퇴했지!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멍하니 밭의 풍경을 바라다보다가 아, 정신 차리자! 지금 내가 뭘 하는 거지?
운동복으로 옷을 차려입고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처음 몇 달간 공연히 불안했었다.
공연히 세상에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허전함에 가슴이 휑해지기도 하였다.
30여 년간 살던 집을 정리를 한 것은 3년 전이었다.
거의 6년간 괴롭히던 무릎 통증에 세 아이를 어릴 적부터 키워온 오래 살아왔던 3층 구조의 집을 정리를 하는데 집 안에 있던 가구나 짐들을 정리하는 데 트럭 두 대가 넘쳐나게 많은 물건을 도네이션했었다. 세 아이를 다 키운 집이니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있었는지…
그리고는 오래 살던 곳에서 조금 외지로 작은 단층집을 구입하려니 단층집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요즈음은 땅값이 많이 오르니 집 짓는 사람들이 작은 땅을 활용하느라 층을 올리는 집을 많이 지어서 분양을 하니 어느 정도 땅도 있고 단층인 집을 찾는 일이 쉽지가 않았는데 그때 마침 막내아들이 직장 관계로 다른 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살던 단층집을 내놓으면서 아들 집은 한동안 집이 비어 있었었는데 팬데믹 때이고 오래된 집을 손을 보지 않고 살아서인지 집이 형편이 없었다.
1960년도의 집.
아들 집은 방 세 개에 화장실 하나, 뒷마당은 산책을 할 수 있을 만큼 땅이 넓었다.
아들이 직장 관계로 비워두었던 집을 공사하는 분들의 견적을 내어서 부엌하고 거실하고 벽을 터고 방마다 천장에 밝은 창을 내고 창고로 쓰던 작은 공간을 화장실로 새로 만들고 50여 년간 사용했던 마루 한 부분이 멋진 오동나무를 사용해서 깔아놓은 바닥이라 나는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며 같은 재질의 오동나무를 찾아내어 새롭게 마루 바닥을 깔고 온 집 안을 밝은 하얀색으로 칠하고 뒷마당에는 예전 집에 예쁘게 심어져 있던 꽃들을 생각하며 100여 가지의 꽃들을 사다가 꽃들의 성향을 연구해가며 꽃과 나무들을 심었다.
앞마당 입구에는 허니 크리스피 사과나무를 심고 가까운 지인이 주신 아로니아도 심고 뒷마당에는 무화과 묘목도 심고 동백꽃나무, 무궁화, 등등 꽃과 나무들의 개수를 세어보니 150종류의 꽃들을 심었다.
그리고 뒷마당의 민둥산을 정리하며 산책로를 만들어 예쁘고 멋진 돌을 구입하여 깔아놓고 산책로 옆에는 작은 태양광 등을 적당한 간격으로 설치하니 밤이면 하루 동안 햇빛을 받아온 등들이 환하게 산책로의 길을 밝혀주고는 했다.
꽃밭 한가운데에는 작은 연못도 만들어 손가락만 한 금붕어 13마리를 사다가 넣었다.
집 주위에 울창한 나무가 하늘 높이 치솟아 한밤중이면 너구리들이 자주 나와서는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다니고 해서 연못 주위에 너구리가 넘보지 못하게 주위를 예쁜 철망으로 주위를 둘러놓았다.
3년 전 은퇴를 하게 되면 즐길 수 있는 꽃밭을 준비하느라 일어서고 구부리고 앉고 하느라 무릎은 더욱 아파지게 되고 앞으로 3년은 더 일하고 은퇴하려는 계획을 앞당겨 은퇴를 하고 나니 허전한 마음과 상실감에 한동안 마음에 어려움이 왔었다.
그런데 생각을 많이 해보니 내가 열심히 일을 다 마치고 이제는 초조해할 이유가 없는 시간인데 왜 그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느리게 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면서 나의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을 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만 쓰는 법을 배우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의 대화에 시간을 보내고 “나는 이제 무엇을 위하여 시간을 쓰고 싶은가?” 생각을 해보았다.
햇살이 비춰지는 창가에 앉아서 책도 읽고 텃밭에 상추도 키워보고 손주들과도 함께 놀아주고 친구들과 모여 이런저런 수다도 해보고
은퇴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시간의 속도를 내가 정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나보다 더 앞서 간다 해도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 늦어도 괜찮아!라면서 혼자 자신을 다독거려보기도 했다.
30여 년간 일하면서 쌓아놓은 소셜연금 가지고는 살아가는 것이 그다지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혼자만의 연금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합쳐지면 살아가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막상 은퇴를 하고 나니 여유 있게 사용하던 수입이 없어지니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고 또한 은퇴하고 나니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질 무렵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한 달에 케이스(상담) 몇 개를 가져가서 출근하지 않고 일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그런데 나는 은퇴 후에는 재미있고 좀 더 즐거운 일들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에 답을 보류하고(언제든 또 하고 싶을 수가 있을 테니까)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