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밤과 대추
이제 추운 겨울이 돌아온다. 제철 과실로 밤과 대추가 있다. 예로부터 밤과 대추는 복숭아, 자두, 살구와 함께 5과(果)라 하여 귀하게 대접받았다. 그래서 조상께 올리는 제사상이나 차례상에도 밤과 대추는 꼭 빠지지 않고 진설하였다.
야끼마에서 나는 밤은 크고 맛이 좋다. 이곳 페더럴웨이에서 그곳의 밤을 따다가 해마다 팔기 때문에 늦은 가을이면 살 수 있다. 밤(栗)은 옛날 가난하던 시절에는 구황식품으로 식량을 대용하였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슘, 철 등의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어 5대 영양소를 갖추었기 때문에 완전식품(完全食品)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밤은 몸이 특히 약한 환자에게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된다.
원기를 북돋우고, 소화기 계통을 튼튼하게 해 이유식과 환자 회복식 음식으로 많이 사용된다. 또한 비타민C가 풍부해 성장기 청소년에게 좋고 성인병 예방, 피부미용, 피로 회복, 감기 예방, 숙취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
밤의 양질의 단백질은 체내에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과일마다 벌레가 있다. 그중에 밤벌레가 가장 토실토실하다. 밤이 영양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토실토실한 우량아(優良兒)를 보고 꼭 밤벌레 같다고 한다.
밤의 과당에는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성분이 들어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위장 기능이 활발해져 소화력이 왕성해진다. 밤을 불에 구우면 과육이 부드러워져 생밤보다 소화가 잘되고 맛이 구수하며 좋다.
아버지가 추운 겨울에 군밤 한 봉지를 사 오시면 뜨끈한 군밤을 까먹었던 기억이 난다.
방에서 고구마를 굴 때 나는 냄새보다 한결 더 구수한 군밤 냄새가 진동하여 식욕을 돋아 주었다. 그래서 아버지 퇴근하실 때가 은근히 기다려졌다.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씹어 먹으면 냉한 속이 따뜻해지면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밤은 쌀에 비해 비타민B1이 4배 이상 함유되어 있어 피부를 윤기 있게 가꿔 주고 소화를 돕는다.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효능도 있다. 밤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C는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술을 마실 때 안주로 생밤을 먹으면 다음 날 숙취가 없다. 술집에서 생밤 안주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차멀미가 나는 사람이 생밤을 먹으면 멀미를 예방할 수가 있다.
차멀미약은 어지러운데 생밤은 어지럽지 않고 효과를 볼 수 있다. 생밤은 차타기 1시간 전에 씹어 먹어야 한다. '대추 한 개가 아침 해장을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술 먹은 뒤에 해장을 해준다. 숙취에 대추를 먹으면 효과가 있어 아침에 몸이 거뜬하다.
대추는 약을 달이거나 한방 건강식을 만들 때 약방의 감초처럼 빠트리지 않고 넣는 식품이고 약과(藥果)에도 밤과 함께 꼭 들어간다. 모든 약재(藥材)와 조화를 이루며 약물의 독성과 자극을 덜어주고 부작용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또 위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한약을 먹을 때 위가 상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한약을 달여 먹을 때 필수적으로 꼭 들어간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대추는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속을 편안하게 하고 오장(五臟)을 보호하고 오래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늙지 않게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대추는 오래전부터 노화를 막는 식품으로 노인들에게 특히 권해왔다. 오죽하면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동의보감에 늙지 않는다는 식품은 오직 대추뿐이다.
대추에는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소와 사포닌, 포도당, 과당, 다당, 유기산, 칼슘, 인 등 36종의 다양한 무기원소가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C 와 P가 풍부한데 비타민 P는 비타민C의 작용을 도와 노화를 막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줘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대추는 젊음을 유지해 준다. 대추는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크고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단맛이 있어 간식으로도 먹기 좋다.
대추의 단맛은 신경안정 효과가 있다.
밤에 잠을 잘 못자거나 꿈을 많이 꾸는 사람, 신경질이 심한 사람에게 좋다. 밤에 잠을 잘 못자는 불면증환자는 대추를 대파 뿌리와 함께 달여 차로 수시로 마시면 어느새 불면증이 없어지고 또 신경이 예민한 수험생이 대추차를 꾸준히 마시면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져 기억력이 좋아진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먹여야 한다.
대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으며, 내장을 튼튼하게 보호한다. 손과 발, 특히 몸이 냉(冷)한 사람이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되는데 이런 사람은 꿀을 탄 대추차를 자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감기에 걸리지 않게 된다.
대추는 기(氣)의 순환을 돕고 내장을 편안하게 하며 간 기능을 활성화하고 담즙 분비를 촉진한다. 또한 해독 성분이 있어 술과 담배로 나빠진 간에 부담을 덜어 주어 간을 보호해 준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제철 식품인 밤과 대추를 많이 먹어 건강한 몸을 유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