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페트로위안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페트로위안

2023년 브릭스(BRICS) 회의에서 브릭스 가입국은 11개로 늘어났고, 6개의 신가입국 중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 브릭스 5개국의 인도와 중국 등 대국과 주요 산유국이 한 덩어리가 되었으니, 페트로위안이라는 신조어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페트로위안(석유 거래의 지원을 받은 중국 돈)은 페트로달러라는 말의 변형이다. 


유로달러란 말은 유럽에 나가 있는 달러라는 느낌을 주지만, 실지로는 (유럽이든 아니든) 미국 바깥에 있는 은행에 예금된 달러화를 뜻한다. 그 유로달러 중 특히 석유 수출국이 석유 대금으로 받아서 가지고 있는 것을 페트로달러라 한다. 산유국이 달러를 받고 석유를 팔면 페트로달러를 쥐게 된다. 이러한 모습에서 “금본위제 이탈 이후 달러 가치를 떠받치는 것은 석유다” 하는 미신이 생겨났다.


금본위제는 “금의 가치가 곧 돈의 가치”가 되는 제도다. 금본위제에서는, 다른 물건에 비해 금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가면 돈의 가치도 올라간다.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 물가가 내려간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금본위제 정부는 정부의 금을 시중에 내다 팔아서 금값을 낮춘다. 금값이 너무 올라가서 정부 보유의 금으로써는 금값을 조절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금본위제는 무너진다. 


1971년 8월 15일의 닉슨 쇼크는 그러한 배경에서 일어난 일이다.

반면, 석윳값과 달러의 가치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석윳값이 올라가면 외환 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내려간다. 이것은, 금과 석유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석유가 금을 대신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석유와 달러에 얽힌 구체적인 거래를 좀 더 깊이 관찰한다. 


석유 수요국이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먼저 달러를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에만 주목하면, “석유가 달러 가치를 떠받친다” 하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일 달러에 관한 신뢰가 없다면, 석유를 팔아서 달러를 쥔 산유국은 달러를 입수하자마자 좀 더 신뢰성 있는 통화로 환전해버릴 것이다. 그러면, 석유 수요국의 달러 수요는 산유국의 달러 처분으로 상쇄되어 버린다. 


석유 거래는 끊임없이 일어나므로, 한쪽에서 달러를 구매하는 사이에 다른 한쪽에서는 달러를 처분한다. 이렇게 되면 달러의 수급이 동일하기 때문에, 석유 거래가 달러 가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여기에서, 위의 줄 친 명제는 미신임이 드러난다. 산유국들이 달러를 입수한 후 달러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석유 거래 때문이 아니라 달러의 신뢰성 때문이다. 달러는 미국의 정부가 발행한 어음이다. 


어음의 신뢰성이 발행자의 재력과 신용에 달려 있듯이, 달러의 신뢰성은 미국 정부의 재력과 신용에 달려 있다. 지금 달러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은 국가부채가 통제 불능으로 보일 만큼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돈의 신뢰성도 중국 정부의 재력과 신용에 달려 있다. 


석유가 어떤 돈으로 거래되든, 중국 정부의 재력과 신용이 높으면 석유 거래에 사용된 돈은 중국 돈으로 환전되어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러한 현상이 강해지면, 누가 중국 돈으로 석유 거래를 하지 말라고 말려도 석유 거래와 다른 국제 거래에서 중국 돈이 사용될 것이다.


현실에서, 중국 돈이 미국 돈만큼 국제적 신뢰를 얻게 되까지의 길은 험하고, 그 길의 시작 부분에 독채 체제라는 걸림돌이 놓여 있다. 2023년 3월에 시작된 시진핑 정권 제3기의 주역들은 모두 시진핑 측근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만 침공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이들의 외교적 연설에서는 공격적 태도로 가득 차 있다. 한때 친절하고 우호적인 중국의 모습을 믿고 중국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지금 줄줄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외국 지도자들은 대부분 독재자다. 독재를 싫어하는 곳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그들이, 그들끼리 만나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들끼리 중국 돈과 석유를 교환한들, 그 중국 돈은 다시 달러나 유로나 다른 안정성 있는 통화로 환전될 수밖에 없다. 페트로위안 아이디어는 일시적으로 어떤 변화의 조짐을 보일 수는 있으나, 그 변화는 멀리 가지 못한다. 중국 돈의 지위를 올리려면 무엇보다 먼저 앞 문단의 “걸림돌”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