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떠오르는 추석이다. 어릴 적 할머니가 보름달을 보면 소원을 빌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종교의식은 아니지만 추석과 보름달은 유별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생소했다.

그래서 둥근 보름달을 보면 매번 설렌다. 어릴 때는 소원이 너무 많아 무엇을 선택할지가 항상 행복한 고민이었다.

보름달을 통해 가슴 속 품어왔던 못 이룬 꿈과 풍성함을 느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최대의 명절이다. 풍성한 결실을 내려준 하늘과 조상에 감사하고 가족과 이웃 간 사랑을 나누는데 참뜻이 있다. 특히 이국땅에서 추석을 맞이할 때면 고향과 그리운 가족들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요즘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추석 명절을 지내고 있다. 그저 추석은 오래된 풍습으로 여겨 자신만의 연휴로 지내는 이도 많기 때문이다. 일가친척을 만나도 바쁘다는 이유로 눈도장만 찍고 간다는 바쁜 현대인들을 보면서 넉넉함을 나누는 여유가 많지 않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보름달 같은 심성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산다는 일이 쉽지 않다.

대단한 추석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한가위는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한 계절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길 바란다.

여유롭게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다면 어두웠던 마음이 밝게 비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지키는 일도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교육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