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한국의 의사 파업; 미국 의사의 겸손한 기부
한국에서는 요즘 의대의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리려는 정부의 결정에 반대해 인턴과 레지던트들의 파업으로 환자들이 큰 곤경을 겪고 있다. 한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이 갈등을 단순화해, 가진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욕심스런 행태로 치부하는 것 같다. 어느 쪽이 옳음을 떠나, 새우등으로 전락한 환자들의 안위를 무엇보다 신경 쓰고 실천하는 고래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미국에서는, 한 의사가 베푼 선행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 가진가가 의대에 기부된 미국 사상 최대 액수를 기증하며, “[이 기금으로 인해] 이것이 아니면 의대에 갈 엄두조차 못 냈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동 대학에 지원하고 공부할 기회가 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월스트리트의 큰 손이었던 데이빗 고츠만의 미망인이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교수였던 루스 고츠만이 동 대학에 기부한 10억달러로 올 해부터 동 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 주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이 천문학적인 액수는 의대에 기부된 금액으로는 사상 최고로 알려진다. 맨하탄에 위치한 뉴욕 의대와는 달리, 뉴욕의 빈촌인 브롱스 지역에 있는 아인스타인 의대는 리서치 부문 의대 랭킹 42위로 상당히 평가가 좋은 대학이지만 (참고로 유덥 의대는 이 분야 13위), 지금까지 거액의 기부가 잘 알려진 대학에 치우쳐왔음을 볼 때, 이 사상 최고의 기부가 이 대학에 주어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뉴욕 대학의 의대는 홈디포의 창립자인 케네스 랭곤 부부가 희사한 $2억 달러를 기반으로, 동 대학의 의대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동적으로 등록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 이로 인해, 뉴욕 의대는 합격률이 2.1퍼센트로 하버드 의대(2.8%), 좐스합킨스 의대(6%)를 능가한다.
이 경우처럼, 잘 알려진, 자신이 기업을 일으킨 지역의, 또는 자신의 모교에 큰돈을 기부해 그 학교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전 뉴욕 시장이요 기업가인 마이클 블룸버그가 모교인 좐스 홉킨스 대학에 18억 달러를 기부했다.
대학에 기부된 사상 최고의 액수로 인해 이 대학은 기부자의 의도대로, 앞으로 이 학교의 재학생은 재정 보조에서 자신이 담당해야 할 금액을 넘어서는 금액을 위해 전액을 무료로 제공하며, 이 학교의 학생이 융자로는 한 푼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시행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 대학은 입학 시 Need Blind 정책(지원자의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정책)을 사용하며, 학생이 등록금을 낼 수 있는 지의 여부는 입학 사정의 요소가 전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나이키 창업자인 필 나이트는 스탠포드에 4백만 달러를, 스테판 수와츠만은 예일의 예술관을 위해 백5십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대부분의 기부는 명문 대학들에 쏠린 경향이 있다.
왜, 고츠만 박사는 이 비교적 무명의 대학에 이 큰돈을 기부한 것일까? 세상사의 결과에는 거의 모든 경우에 마땅한 원인이 있듯,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기간 동 대학에서 교수로 봉직했던 루스 고츠만 박사가 2020년 초에 플로리다에 가는 중, 이 대학의 학장인 필립 오주아와 같은 비행기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처음으로 장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후 고츠만 부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오주아 박사는 엠뷸런스를 보내 입원시킨 후 거의 3주동안 매일 방호복을 입고 두 사람을 간호하며 깊은 인연을 쌓았다고 한다.
완치 후, 오주아 교수가 고츠만 여사에게 아인슈타인 의대 이사회 의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직책을 이전에도 역임했고 90이 가까운 자신에게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놀랍게 받아들여, “사자와 생쥐”의 우화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우화에서 사자가 생쥐의 목숨을 살려 주자, 생쥐는 “혹시 알아요, 내가 언젠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독자들은, 사자가 당시에 우하하 웃으며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 호언했지만, 나중에 사자가 밧줄로 된 올가미에 걸리자 그것을 갉아 사자를 도망하도록 도왔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연고로 남편이 유산으로 넘긴 거액의 용처를 두고 고민하던 고츠만 박사는 동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부의 결과는 통상 동 대학이나 병원의 이름을 그 기부자의 이름을 따 새로 명명하는 것이 거의 전통처럼 되어 있고 이번 금액의 5분의 1만 기부해도 충분한 것이 선례이다. 전 시티그룹 회장인 샌포드 웨일이 코넬 의대에 기부한 뒤, 그 대학의 이름은 Weil Cornell Graduate School of Medical Sciences로 개명되었고, 켄 랭곤이 뉴욕 의대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뒤, 그 대학 병원은 NYU Langone Health로 바뀌었다.
전례에 따라, 오주아 학장은 고츠만 여사나 남편의 이름을 동 대학이나 병원의 이름에 넣을 것을 제안했지만, 고츠만 박사의 답변은 단순 명료하다.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55년 이 의과 대학을 시작할 때,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지요. “우리는 너무도 훌륭한 이름을 갖고 있어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있잖아요.” 우리네 범인들이나 한국의 의사 선생님들이 귀담아 들을 겸손한 마음의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