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병가’(Reset Time!)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병가’(Reset Time!)

우리가 만나는 고객들은 많은 고객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약물 중독자들 그리고 중독증으로 인하여 노숙자가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생각보다 많은 고객이 오랜 시간 동안 감옥에서 갇히어 지내다가 자기의 형기를 마치고 새 삶을 찾으러 세상에 나오기 전 카운티의 추천을 받고 우리 사무실로 와서 자립할 수 있는 기초를 배우고 익히고 준비해서 다시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은 한 고객당 2년을 잡는다. 우리를 만나러 온 고객 중에는 살인죄로 거의 30년 이상을 감옥에서 살다가 모범수가 되어서 형량을 감량 받고 나온 사람, 술 먹고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여서 장기간 감옥에서 살다가 나온 사람, 한동네 살던 혼자서 짝사랑하


던 여자를 강제로 납치해서 성적인 고통을 주고 못된 짓을 하고 나서 잡혀 20년 동안 감옥생활을 하다 (사실 한 인생을 망가뜨리고 20년 이상 격리가 되었다가 나와도 상처받은 망가진 사람의 인생은 다시 회복되기는 어렵다.)  


펜타놀처럼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를 몰래 제조해서 팔다가 장기수로 살다가 형기를 살다 나온 이들 우선 이렇게 거친 인생을 살다 온 사람들이라 이들의 모습도 일반사람들과는 좀 다르고 이들의 행동도 어색하고 거칠고 때로는 만나는 상대방에게서 먼저 기선을 잡으려고 눈


에다 힘주고 있어서 무섭기조차 하지만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할 20여 년 전에는 이들과 만나기 전 미리 정신 무장을 하고 이들을 만나러 상담실로 들어가고는 했었다.


세월이 이만큼 흘러서 내 머리 색도 하얀 꽃이 피기도 하고 또한 어차피 오랜 시간 감당해오던 일이다 보니 이제는 겁은 나지 않는데 그래도 늘 주의하면서 이들을 만나며 일하게 된다.

우선 이들과 만나기 전 먼저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이들과 대면하고는 한다. 


물론 우리 사무실 상담실 창문은 거의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다. 그리고 우리가 앉아있는 책상 바로 안쪽으로는 살짝 손가락으로 대기만 하면 때로는 우리의 고함이나 비명이 들리면 알람이 저절로 작동되어서 몸집이 거대한 총으로무장한 가드들이 서너 명 동시에 달려들어 온다.


그만큼 우리가 일하는 일터는 살벌하다. 전과자, 중독자, 정신 줄 놓은 노숙자들 이러한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들은 아닌데 오랜 시간 이들과 함께 인생길을 걸어오다 보니 또한 거칠고 험악했던 이들의 삶을 새로운 삶의 길에 옮겨가는 길에 우리가 한몫한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고 또한 잠깐 살아가는 인생길에 신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들의 백그라운드를 살펴보면 거의 많은 사람이 가난하고 거칠고 아프게 살아오는 가정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아주 많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풍요롭고 좋은 집안의 자녀로 살면서 학생 때 장난으로 해본 약물중독에 빠져 결국 정신질환자가 되어서 길거리를 헤매다가 범죄에 연루된 이들도 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거칠게 살아온 삶들이 더 많다.


물론 이런 환경보다는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도 생각을 아주 많이 해보았는데 힘들고 거칠게 살아온 이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나의 일이 아주 좋다.


그리고 같은 직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직책도 있고 또한 책임져야 할 일도 아주 많다 보니 고객들 만나는 것도 벅찬데 그 외에 일이 많으니 어떤 때는 머리가 돌 지경이라고 할까?


아침에 출근해 사무실로 비로 들어가다 보면 다 깨어지고 부서진 전등갓을 머리에 쓰고 앉아서 혼자서 중얼거리며 자기가 이억 년만 전의 여왕이었다고 하는 고객 얼굴을 비롯하여 온 몸에 피어싱을 하여서 보기에도 징그러운 얼굴에 피어싱 고리들만 보이는 고객, 


몇 년째 목욕하지 않아서(망상증 환자 중에는 자기가 더럽다는 것을 인식 못하는 사람들이 꽤 나 있어서 이들의 몸에서 풍기는 오물 냄새로 숨을 쉬기가 어려울 때도 있는데 팬데믹 때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로 우리에게는 감사의 조건이었다. 


물론 우리 사무실은 아직도 마스크를 해야 한다.

나를 9년째 만나는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에 다니던 재원이었는데 약물중독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고 더 심하게 약물을 하다가 망상증 환자가 되어서 시애틀 바닥을 헤매는데 신기하다고나 할까 겨우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으니 말이다.


이 추운 시애틀의 겨울에 맨발로 거의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광목 같은 것으로 십자가처럼 몸에 둘 줄 말고 다니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내 고객, 정부에서 주는 웰페어를 우리 사무실이 이들의 페이가 되어서 이들은 우리 사무실로 매주 돈을 받으러 오는데 돈을 한꺼번에 주면 빼앗기거나 아니면 한꺼번에 약을 다해버리니 우리 사무실은 이들의 돈을 정리하여 이들이 살고 있는 쉘터의 집값을 떼고 나머지를 매주 나누어서 주고는 한다.


 며칠 전 내가 이 고객이 살고 있는 쉘터 부근의 델리에 볼일이 있어 잠깐 들렀는데 마침 이 고객이 들어와 방금 준 돈으로 간식거리를 사는데 뒤에 있던 자칭 영국 여왕인 00과 내 고객이 사는 간식 옆에서 자기도 몇 개 들고는 내 고객에게 페이하라고 하는데 내가 이것을 보고 안 돼! 네가 사는 것은 네가 페이하고 00에게 페이하라고 하지마?


라고 말하는데 자칭 영국 여왕 00가 레지나 나 00하고 결혼헀어. I am married with him.

이 말은 들은 내 고객은 영국영왕을 힐긋 쳐다보더니 I am not married her. 나는 영국 여왕하고 결혼 안 했어!

둘이 마주 보며 싸운다. 


한 사람은 결혼했다고 하고 내 고객은 내가 어제 너하고 결혼했다고 하고 그러더니 화가 난 내 고객이 영국 여왕을 쳐다보며 나에게 얘기한다. 

Regina, she is crazy! 레지나, 재 미친년이야!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끙끙댔다.

둘 다 정신 줄 놓은 망상증 환자 고객이기에…

매일 매일 이들과 만나게 되다 보니 즐거운 일보다는 힘들고 어렵고 지쳐가는 일들에 머릿속이 하얗게 될 때도 있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이들과 일하면서 지치고 힘든 일들을 다 꺼내놓고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다.매주수요일 아침 9시부터 10시 30분 우리 팀이 컨퍼런스룸에 모여서 일하면서 힘들었든 일들과 머리 아픈 일들을 함께 내어놓고 해결점을 찾거나 우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며 미팅에 조인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조언도 받고 또한 서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정신과 의사 4명 그리고 20여 명의 정신과 카운셀러들이 쉬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간에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내어놓고 해결도 해보고 위로도 받는 그런 시간이다.

힘들다고 눈물을 흘리는 경험이 적은 카운셀러들에게는 위로해주고 안아주며 함께 가슴 아파하고 별안간 세상을 떠난 고객들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기도 한다.


지난해 겨울부터 오른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다가(치료과정에서 물리적으로 무릎을 누르는 바람에) 그리고 골다공증으로(나는 내가 골다공증이 있다고 생각을 못 해보았는데) 약해진 무릎뼈와 다리뼈에 실금이 나서 실금이 가버린 뼈들이 아무는 데에만 거의 7개월 정도 걸리면서 한쪽 다리를 전혀 사용 못하니 왼쪽 다리에 무게가 실려 성한 다리도 아파지기 시작 이제는 두 무릎이 다 아파서 죽을 만치 고생을 해왔다.


그러는 동안 먹어야 할 진통제(중독자들과 일하면서 진통제 중독을 잘 알기에 거의 안 먹고 그 고통을 참자니 그야말로 죽을 만치 괴로웠다) 다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제2 당뇨병이 생기기도 하였다. 우리 가족은 당뇨가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

또 스테로이드 등등 말도 없는 많은 방법으로 치료를 해오는 도중 부작용 등으로 죽게 아프기도 했다.


어쩌면 죽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했다.

그때 캘리포니아의 친구가 연락이 왔다.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나은친구가 있는데 한번 치료를 해보면 어떤가 하고?

그날부터 줄기세포 치료 공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현장답사를 했다.

멕시코는 미국보다 싸다고 해서 그곳도 알아보러 가고….

줄기세포 전문가들을 수없이 만나고 상담을 받는 도중 캘리포니아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2016년부터 한 의사와 장시간에 걸친 상담을 통해 치료날짜를 정하고 왔다.


회사에다가 병가(Leave of absent)를 내었는데 나는 한 달 정도를 생각했는데 회사에서는 너는 그동안 열심히 일하느라 수고했으니 3달의 병가를 내어주며 꼭 치료하고 다시 돌아와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아마도 아파서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다니는 나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은 몸이 아프니까 기본적인 일 이외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었다.

아프니까 참을성이 없어졌다.

아프니까 금방 짜증이 났다.

내 사무실에서 내 별명이 마마베어(잘 웃고 잘 대접하고 늘 친절하다고 붙었던 별명이었는데) 별명이 무색하리만치 짜증스러워지고 얼굴이 어두워졌었다.


어느 날 회사에 출근하려는데 직원 하나가 내가 입은 옷을 보고 멋진 색인데 정말 멋져!

안 아플 때는 감사하다고 표현했었는데 아프니까 내게서 튀어나온 말이 “그래서” So what?

물론 나중에 후회하며 내가 왜 이러지! 라며 자책하며 그 직원에게 가서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아프니까 사람이 변하는 경험을 했다.


그동안 아파서 지치고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해서 리셋(Reset time)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회복이 된 후에 밝은 얼굴로 다시 내 고객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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