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다하는 일(2)
<지난 호에 이어>
그가 근무하던 징세조합(세무서와 비슷함) 직원들은 세금을 거두어서 사리사욕을 먼저 취하였고 대부분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라브아지에는 전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는 원래 부자였고 돈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었으며 과학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이 이 조합의 간부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회생의 제물이 된 것이었다. 그 당시 새 공화국에서는 세무원들에게 재산 공개를 하도록 요구했고, 그 결과 원래 부자였던 라브아지에도 대상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는 그 많은 재산 때문에 세계적인 화학자가 되어 이름을 날렸고, 또한 그 많은 재산 때문에 단두대에서 참혹한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참으로 세계 역사는 아이러 니한 사건을 낳게 되었다.
70억 원 이상을 가진 세무공무원들이 스스로 물러나서 그 많은 돈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쓰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그 옛날 라브아지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서 남은 돈을 멋있게 쓸 수 없었으나, 지금 우리나라의 부자 공무원들은 건강한 목숨을 가지고 있으니 개과천선하여 그 돈을 좋은 일에 쓸 수 있다.
우선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은퇴하고, 가난한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것만도 좋은 일이다. 기회 균등의 원칙에 맞는 평등성을 보이는 예가 되어 다행이다. 바라기는 기왕에 2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세무공무원을 자진 사퇴시키기로 했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서 더 많은 자리에 새 일꾼이 들어 가서 신선한 마음으로 일하게 했으면 좋겠다.
20억 원의 재산도 상당히 큰 재산이니 이미 그 재산으로도 일찌감치 은퇴하여 충분히 먹고 살 만하지 않을까? 더욱 바람직한 일은 2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공무원들이 자진해서 물러난다면 더욱 좋겠다. 그들이 은퇴한 후에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겨우 후진국의 신세를 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재산 많은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문화발전에 기여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수준도 불원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것이다. 이제 먹고 살 만하니까 지금부터는 문화와 예술 면에 눈을 돌려야 한다. 빵만으로 살 것이 아니라, 영의 양식으로 살 때가 된 것이다.
세계적인 성악가인 파바로티가 한국 공연을 끝내고 한마디 했다. "예술의 전당이 겉은 그럴 듯하고 멋있는데 내부는 엉망'이라고 했다. 방음장치며, 조명시설과 기술, 예술성은 수준 이하라고 했다. 내가 둘러본 예술의 전당도 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의 오페라 하우스나 극장을 보면 겉보다는 안이 더 실하다. 가수나 배우들이 화장을 하고 편안히 쉴 수 있는 방이 있다.
또자기를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방이 있다. 꽃다발이나 선물을 받아서 잘 간직해 둘 방이 있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는 비밀스러운 방도 있다. 예술의 전당에는 그런 방이 없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화장을 지우고, 손님을 맞는 일을 한 곳에서 한다. 그 것도 다른 많은 출연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기자나 뉴스 리포터가 찾아가서 인터뷰할 만한 방이 없다.
그래서 공연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을 붙들고 그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난리를 친다. 무언가 좀 생각해 보고 건물을 짓고 설계를 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에도 가 봤고, 예술의 전당에도 가서 좋은 공연을 관람했다. 방음장치가 제대로 되지 못했고, 조명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역시 우리나라는 겉만 내보이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실한 과일이 좋듯이 우리나라 공연장도 겉보다는 속이 알찬 예술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유명한 가수나 배우가 맘껏 연기할 수 있고, 노래하며 춤출 수 있는 그런 예술의 전당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집을 짓는 사람이나 설계하는 사람이 다같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때 문화와 예술은 꽃피게 된다. 기능공들이 벽돌을 쌍고 돌을 쪼을 때 하나의 좋은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위에서부터 낮은 데까지 모두 책임 있는 일을 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하면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