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아파서 죽을 맛인데 (1)
아! 어쩌면 이렇게 아파도 되는 걸까? 마치 살을 찢어내는 듯한 아픔에 숨쉬기조차 힘이 든다. 아프면 진통제를 먹으면 되는데 이게 앞으로 두 달 이상은 진통제를 더 먹어야 한다면 중독이 안 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약을 너무 아파서 참을 수 없을 때만 겨우 하나 먹고 버텨보지만 그야말로 죽을 맛이 이런 걸까? 아니 죽음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니까 오히려 이대로 자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어떨까 생각이 들 정도로 통증이 왔다.
너무 아프니까 심한 우울증에도 빠져든다. 이게 내가 아닌데… 나는 매사에 엄청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인데 마치 내 몸과 마음을 저 깊은 심해바닥으로 자꾸만 침수되어가는 기분이 들고 머리는 돌을 이고 있는 것처럼 무거워서 가누기가 힘이 들기도 했다. 너무 아프니까 그리고 오랫동안 통증이 지속적으로 오니까 아마도 내 브레인에서 이제는 포기하려는 마음이 드는가 보다?
늘 육체적 정신적 통증을 달고 사는 이들과 오랫동안 일을 해오고 있는 내가 이렇게 같은 경험으로 통증을 느끼고 있으니 어쩌면 이것도 나에게는 필요한 경험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보며 아휴 우리 고객들이 얼마나 힘이 들고 아팠을까? 생각하면서 이들의 아픔과 함께한다는 아이는 사실은 말이지 그리고 물론 행동으로 이들을 도우려고 하지만 아픈 당자들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구나 전쟁 후에 잘린 다리 때문에 잘려 나간 몸의 한 부분들 때문에 지금도 잘리어나간 몸의 부분들이 아파서 절절매는 사람들도 있고 또한 이미 통증이 완화되었어도 있었던 몸의 부분 부분의 기억 때문에 마음도 아플 수가 있으니 그것이 괴로워 잊어버리려 진통제에 의지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보며 후유! 긴 숨을 내쉬어본다.
이렇게 아픈 지가 벌써 10개월째이다. 지난 11월에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날 밤부터 허리가 불편하더니 오른쪽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었다. 일단 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내일이라 어찌해 볼 도리없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우선 너무 아프니 에드빌 몇 개를 할 수 없이 먹었다. 워낙에 약을 안 먹는 입장이라 에드빌도 참다가 참다가 먹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에드빌도 듣지 않았다. 워낙에 약을 먹지 않으니 에드빌이 당연히 효력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약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밤새도록 통증에 헤매다가 아침에 병원에 전화하니 담당 의사 스케줄이 3주 후에나 된다니 일단 약(에드빌이나 얼리브)을 먹으며 견디어 보든지 아니면 어전트 케어에 들어가란다. (응급실)
나는 일을 하면서 우리 환자 고객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너무 자주 들락거리는 편이라 병원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무조건 집에서 에드빌이나 얼리브를 먹으면서 버티는데 한 며칠을 겨우 버티고 지나려니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가까운 친지들은 허리통증으로 시작되어서 다리까지 아프면 좌골 신경통일 경우가 많으니 좌골 신경통에는 침이 최고라 하면서 침을 맞아보라고 하는데 나는 유행도 좋아하지 않고 남들이 하는 트랜드
도 잘 안 따라가는 성격이라 남의 말에 솔깃하지 않은 편인데 아픈 데는 장사가 없었다. 누가 뭐라든 아멘! 이라고 하고 어디든 땅끝까지 갈 판이었다. 무조건 일단 가족 의사 처방대로 피지컬 테라피를 다니는데 워낙에 통증이 심하니까 피지컬 테라피스트가 겁이 나는지 아무래도 정확히 진단 나올 때 가지는 치료를 못 하겠으니 약 먹으면서 정형외과 의사 만나기까지 기다리잔다. 그래서 집에서 약 먹으면서 기다리는데 에드빌은 전혀 듣지가 않았다.
그냥 너무너무 아파서 소리소리 질러볼 지경이었다. 소리를 지를 수 없으니 눈물을 꾹 삼키고 속울음을 울었다. 아이구, 진짜 아프다. 너무 아파서 밤에도 잠을 못 자고 낮에 잠깐 비몽사몽 잠에 잠깐 들었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지내?” “너무 아파서 죽을 맛인데!” “그래! 내가 아는 카이로 의사에게 가봐 무조건 잘 치료해!” “아니 다리뼈가 문제가 아닌데 카이로 의사는 왜?” “가봐 나도 경험이 있어서 그래!”
지금은 누가 말해서 치료가 됐다면 그야말로 양잿물이라도 마실 판이었다. 너무 아파서 징징대다가 친구가 말하는 그곳에 갔다. 그날이 주일 저녁인데도 기꺼이 나와서 치료해준다는 카이로 의사가 고마웠다. 걸을 수 없을 만치 다리가 아픈데 통증은 허리에서 내려오는 듯 허리, 엉덩이 그리고 다리 한쪽이 뻗정다리가 되어서 움직이기가 여간 불편하게 아니었다.
내가 예전 사무실에 근무할 때 내 고객이었던 000 어머님이 계셨었다. 그분은 여장부셨다는 데다가 손도 크시지만 입담도 거치셨다. 아주 통이 크신 분이셨는데 여름이면 시애틀 근교의 블랙베리를 5갤런 컨테이너로 몇 개씩 따셔서는(다리도 불편하신데 그렇게 블랙베리를 따러 다니셨다는 게 정말 대단하셨다) 그것들로 즙을 내어서 그때 빈혈로 비틀거리는 내게 아침저녁으로 이것을 마시면 빈혈이 없어진다고 선물로 커다란 갤런 병을 몇 개씩 주고 가시고는 했는데 그분의 다리가 한쪽이 굽어지시지 않았었다.
그 한쪽 다리가 불편하셔서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하셨을 텐데도 그분은 거의 몇 년간 내게 블랙베리 주스를 여름마다 마련해주시고는 했었다. 지금 생각을 해보니 그분이 얼마나 불편하셨을까 생각도 해보며 돌아가신 그분께 그냥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