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엄마 밥상 (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엄마 밥상 (1)

메세지가 왔다.

“선생님 어제 저녁 식사로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고 선생님이 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속에 담겨 있던 얘기들을 다 털어놓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음식을 먹고 나서 설거지도 도와드리지 못하고 그냥 돌아와서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00씨는 대단히 열심히 사는 여인이다. 00씨의 남편은 씻을 수 없는 일로 감옥에 갔다. 00씨의 남편이 떠나자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지하고 살던 00씨는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져서 선생님 이젠 어찌 살아야 하나요? 라며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때에 마침 잘 아는 분이 운영하던 사업장에 손이 필요했는데 친구에게 00씨의 사정을 말한 후 일에 전혀 경험이 없던 00씨를 고용해주기를 부탁했었다. 사업주인분은 00씨의 겸손한 모습을 본 후 일은 배우면 된다며 00씨를 고용해서 00씨는 일을 시작하였다. 00씨는 그야말로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남의 일을 내 일처럼 하면서 일에 정성을 쏟아부었다.


00씨가 이분의 스토어에서 일한 지 2년째 되던 해에 사업주에게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레지나쌤, 어쩌죠? 아무래도 제가 이젠 사업을 팔아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스토어에서 일하는 그분이 너무 열심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이분은 오랫동안 운영하던 사업장인 스토어를 팔려고 내놓으려고 하는데 나의 부탁으로 고용한 00씨가 너무 열심히 일하니 스토어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이 필요 없다니 그분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상의를 해오신 것이었다.


이분의 얘기를 듣고 난 후부터 한 달간 나는 스토어 주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스토어를 팔고 한꺼번에 돈을 받아야 하느냐?”

“한꺼번에 돈을 받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으신 거냐?”

스토어를 팔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으신 주인분의 사정을 알고 나서는 주인에게 부탁하고 권유를 하고 읍소를 하고 설득의 시간을 한 달여, 마지막으로 스토어 주인이 하시던 스토어를 여인에게 넘겨준다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일 거라고 설득을 시켰다. 


마침내 스토어 주인분은 오랫동안 운영해오던 스토어를 여인에게 넘겨주고 매달 일을 해서 나오는 돈으로 스토어 판매대금을 받기로 하였었다. 00씨는 그야말로 밤낮으로 일하였다. 내가 가끔 스토어로 들러보면 00씨는 그야말로 숨은 쉬고 일하나? 라고 묻고 싶을 만치 열심히 일하면서 가게를 운영하였었다.

00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제 스토어 돈 다 갚았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그동안 잠을 안 자고 시간 아끼며 열심히 일했었어요”


00씨가 펑펑 울며 눈물을 흘리며 전화가 왔고 오랜 시간을 00씨를 지켜보고 만나며 삶의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나도 00씨의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00씨도 울고 나도 울고… 혼자서 외롭게 비틀거릴 때마다 “자! 용기를냅시다 우리에게 또다른내일이 기다리고 있잖아요!”라며 용기를 내주던 나에게도 00씨의 전화 내용은 반가움 이상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그동안 밤낮으로 열심으로 일해온 00씨에게 따뜻한 엄마 밥상으로 밥을 대접하고 싶었다. 아홉 가지 곡식이 섞인 잡곡으로 솥밥을 지어내고, 가지를 살짝 쪄서 갖은 양념장을 만들어 놓은 양념장으로 매콤하게 무쳐내고, 고추와 마늘을 함께 된장에 살짝 볶아서 무쳐내고, 버섯을 다듬어 데친 후 들기름에 볶아 무쳐내고, 연어를 포를 떠서 기름에 살짝 


튀긴 후 꿀과 간장에 양념을 섞어 연어 강정을 만들고, 신선한 오이를 얇게 잘라서 소금물에 살짝 절였다가 꼭 짜낸 후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쳐내고, 브로콜리는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물기를 뺀 후에 깨소금과 잣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 후 00씨가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서 미리 양념장에 재워둔 불고기를 석쇠에 구워내고 집안 화분에서 자라는 신선한 상추를 뜯어서 상을 차렸다.


늦은 시각 가게 문을 닫고 우리 집에 도착해 밥상을 대하며 밥을 먹는 부인이 울먹인다.

“선생님 반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어요”

나는 밥을 맛있게 먹는 부인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으며 대답한다.

“자기는 지금 사랑을 먹는 거야!”


부인이 내 말에 또다시 울먹이며 말한다.

“선생님, 저 9년 만에 외출이에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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