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엄마 밥상 (2)
<지난 호에 이어>
독실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시던 정광진 장로님이 돌아가셨다. 정광진 장로님에게는 3자녀가 있었는데 정 장로님은 판사 생활을 하시다가 큰딸이 12살 때 병으로 시력을 잃은 딸의 치료와 유학을 위하여 변호사가 되어서 딸을 공부시켜 유학을 보내고 유학을 마친 큰딸이 돌아와 서울맹아학교의 교사가 되고 1995년 삼풍백화점 건너편에 살던 정관진 장로님
의 세 딸이 큰딸 윤민 29살, 둘째 딸 유정 28살, 셋째 딸 윤경 25세가 삼풍백화점 지하식당에 반찬을 사러 갔다가 삼풍백화점붕괴로 세 자매를 한날한시에 모두 잃어버리고 잠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가 마침 둘째 딸은 결혼해 1살짜리 아들 하나와 함께 가족이 유학을 떠나기로 했었는데 딸 셋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정광진 장로님은 일 년 동안 삶의 자리
에서 너무나 아파하고 힘들어하시다가 1996년 마음을 다잡아 둘째 사위가 맡고 있던 한 살짜리 손주를 데려오며 둘째 사위에게 새 인생을 펼 것을 권하며 마침 유학을 떠나려 했던 둘째 사위의 유학자금을 대어주며 정 장로님 내외가 손자를 키우며 살아야 할 이유를 붙잡으셨다.
정광진 장로님은 세 자녀를 한꺼번에 잃으시면서 고통으로 너무 힘들어 택하신 것이 침묵이셨다. 그리고 세 딸을 잃고 받은 보상금 6억5천과 본인의 돈 7억을 보태어 삼윤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삶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오시다가 12월 1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눈을 감으셨다.
1995년 여름 6월 29일, 정 변호사님은 재판을 끝내고 동기들과 저녁을 하는 자리에서 삼풍백화점 소식을 들으며 붕괴 소식을 듣자마자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큰딸 윤민 둘째 딸 유정 셋째 딸 윤경이 함께 삼풍백화점으로 반찬 재료를 사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사고현장에 달려갔지만, 딸들은 없었다. 정 장로님은 밤새도록 서울 시내 병원들을 뒤지었지만, 다음날 딸들의 주검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분의 추모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예수님’이라는 책에 정광진 장로님은 이렇게 글을 쓰셨다. 우리는 딸 셋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라고 인생을 살다 보면 서운한 일도, 슬픈 일도, 화가 나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우리가 오늘을 사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내일이 우리에게 주어질지는 아무도 기약할 수가 없다. 밤사이에 안녕! 이라고 하룻밤 사이에 우리 개인 개인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 오늘을 사는 우리, 또는 내가 오늘 하루 세상에 살면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한다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질 것이다. 우리가 어렵고 힘든 삶의 자리에서 버티어 내지 못하여 비틀거리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준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될 것 같다.
지난해 12월 4일부터 시작된 나의 무릎 통증은 여러 가지 통증으로 나를 괴롭히며 통증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괴롭고 힘들면서도 클리니컬 카운셀러로 일하는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진통제 중독 때문에 또한 부작용 때문에 진통제를 복용치 않고 자연요법으로 통증을 없애보려니 그야말로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아하! 이렇게 아픈 것보다는 조용히 그냥 눈을 감고 더이상 떠지지 않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도 해보았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통증은 처음보다는 덜하다. 병원주치의는 수술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무릎 상태를 더 많이 좋아지게 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들로 치료를 돕고 있다. 물리치료, 한의, 운동, 약물 주사 투입, 그런데 하루아침에 낫는 병이 아니라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운 중에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아주 형편이 어렵거나 아픈 분, 또는 힘든 분들인데 내가 아파보니까 이분들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는 거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괴로울까? 그래서 이분들의 아픔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 내가 아파보니까 이렇게 어려운 분들이 더욱 많이 눈에 뜨인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게 뭘까?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 많다. 먼저 배운 것도 나의 재산이고, 먼저 알게 된 인포메이션도 나의 재산이고, 먼저 알고 있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도 내가 먼저 가진 것인데, 내게 먼저 와있는 나의 그 소중한 것들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나누면 배가 되고 그 나눔의 축복을 세상의 필요한 이들과 함께한다면 인생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