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컬럼] 65년 전 훔쳐먹은 닭 한 마리 값의 변상
지금은 불법이 되어서 벌을 받거나 벌금을 낸다지만 60년도 이전엔 시골 선 긴긴 겨울밤에 동네 총각들이 모여 앉아 윷놀이나 화투를 하다가 진 사람이 벌칙으로 닭을 서리해 와서 함께 잡아먹는 놀이 아닌 놀이를 했다. 그 놀이를 하신 한 분이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미국 이민자로 사셨는데 몇 해 전에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그런데 그분의 유품에서 편지가 하나 나왔는데 그 내용에 이런 유언이 있었다.
중략하고 <내가 고향 아무개네 집에서 닭을 한 마리 서리해서 친구들과 잡아먹은 게 있는데 그 닭값을 아들 XX가 직접 가서 그 집의 후손들에게 사죄드리고 전달해 주기 바란다.
금액은 $ 10,000.00 이상을 주기 바란다. 만약 그 가족들을 찾을 수가 없으면 면사무소에 맡기고 오기 바란다> 만약 그분이 종교인이었다면 <고해성사>라도 하셨을 터인데…. 65년을 닭 한 마리 값의 죄지은 마음으로 사시느라 얼마나 마음의 고생을 하셨을까?
장례를 치르고 아들이 아버지의 유언대로 한국을 가서 아버지 고향을 찾아갔으나 문전옥답은 신작로로 변하여 자가용이 집 앞까지 오고, 초가삼간은 모두 벽돌 양옥집으로 현대화되었고, 전기는 하루에 몇 시간만 들어오고 초저녁이 지나면 전기가 꺼져서 달도 없는 밤엔 귀신 이야기로 이불속으로 숨었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24시간 대낮이 되었고,
장작불 아궁이는 전기 온돌방으로 변했고, 우물가에 아낙네는 싱크대 앞에들 계시고, 집집마다 냉장고가 한두 개씩들 있는 <천지개벽>의 동네가 되었으며 찾아간 그분을 아는 분들을 한 분도 못 만났으며 얻은 정보는 먼 외지로 이사 갔다는 것뿐이다. 동네 이장님께서 수고를 해 주셨으나 할 수 없이 면사무소에 맡기고 전화번호만 남기고 왔다.
그 후 근 한 달쯤 후에 당사자 되시는 집안의 손자 된다는 사람이 전화가 왔다. 면사무소에서 연락이 와서 전화한다며 보내주신 돈 잘 받았다며 집안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셨다며 자기네는 직장 관계로 고향을 떠나 천 리 먼 길 <울산>에서 살고 있다며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하였다.
만약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고맙다>가 아니라 <잘 받았다>라고 하시지는 않으셨을까?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모두 떠나간 후가 되었지만, 그의 속죄의 마음은 하늘나라에서 두 분이 만나셔서 용서와 화해의 술잔을 돌리고 계시지는 않을까?
<수필>
시애틀 부동산인: 서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