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내 자녀도 하이즈만 트로피의 주인공?"
올해 유덥 풋볼팀이 13연승을 거두며 전국 대학 풋볼 랭킹 2위로 정규 시즌을 마친 것은, 필자가 유덥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이래 최고의 성적이다. 지난 주말 거의 10점 차이의 언더독인 유덥이 숙적 오레곤 대학을 물리치고 무패의 성적으로 팩12 챔피언을 차지했다. 토요일 오후, 한 한국 식당에서 아내와 아들 녀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좌석에서 “와”하는 함성을 들었다.
“무슨 소리지’ 의문도 잠깐, 눈치 빠른 아들아이가 재빨리 전화기에서 경기의 결과를 확인하고는, “아버지, 유덥이 이겼어요”하며 팔을 번쩍 들어 올린다. 오랜만의 외식을 더욱 맛있게 즐기게 만든 천연 조미료요 소화제 같은 소식이었다. 지난 월요일에 나온 또 하나의 좋은 유덥 풋볼 소식은 유덥 팀의 쿼터백인 마이클 피닉스가 미국 대학의 풋볼 선수 중 그 해의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만 트로피의 최종 결선에 오른 4명 중의 하나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 칼럼이 실린 신문을 장 보러 나오신 식품점에서 집어 드시는 토요일 오후는 유덥 재학생이나 졸업생 중 풋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상당히 마음이 들뜬 시간이시리라. 89회 하이즈만 트로피를 수여하는 행사가 뉴욕의 링컨 센터에서 토요일 시애틀 시간 5시에 거행되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쿼터백인 제이든 데니얼스가 수상에 제일 가깝다고 미디어들이 입을 모으고 있지만, 우리네 시애틀 주민들의 바람은 피닉스의 이름이 불리기를 희망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가 상을 받는지도 관심이 가지만, 이 상을 받는 선수의 진정한 자격은 어떤 것일까가 궁금해졌다. 이 상의 주관처를 검색해 보니, 이런 자격 조건이 눈에 띈다: “(하이즈만 트로피는) 연례적으로 시상하며, 근면, 인내, 그리고 성실한 노력으로 뛰어난 업적을 보여주는 미국의 대학 풋볼 선수에게 매년 수여한다 (which is annually awarded to the outstanding college football player in the United States whose performance epitomizes great ability combined with diligence, perseverance, and hard work)”고 나와 있다.
이 조건들, 근면/인내/성실은 이 상의 수여 조건일 뿐만 아니라 인간사 어떤 다른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공통으로 필요한 전제 조건들이리라. 여기에 열정(passion)을 더하면 성공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엔젤라 덬워의 “The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가 떠오른다. 이 책에서, 중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그것이 어른이든, 학생이든, 교육자이건, 운동선수이건, 아니면 경영자이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는 사람들의 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필자가 ‘Grit”이라고 부른 열정(Passion)과 참고 견딤(Perseverance)이 잘 결합한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출판되자마자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성공 지침서’였고 학계를 달군 이 책에는 저자가 시애틀 시혹스팀의 코치인 피트 캐럴과 한 인터뷰에서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바로 운동에 대한 열정과 그 열정을 위해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큰 업적을 이룰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지적은 피닉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 칼럼을 애독자께서 읽으시는 시점은 막 미국 대학들의 조기 전형 합격자 발표가 시작되는 때이고 이러한 열정과 인내가 결실을 보는 때이다. 합격자 발표의 결과는 세 가지로 나뉜다. 합격, 불합격과 합격 유예 (deferred)이다. 한 참 추워지기 시작하는 이때, 합격 편지를 받은 학생들은 추위를 잊고 어딘가로 나가 만세라도 부르며 “꿈은 이루어진다”를 삼창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불합격된 학생들이 꼭 열정과 인내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그 정도가 조금 부족했을 가능성은 있다. 아직 연초에 마감이 되는 정시 모집이 남아 있으니 차분히 마음을 다잡고 다가오는 정시 모집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그리고 합격은 되지 않았지만, 불합격시키기는 아까운 지원자들은 불합격을 유보하고, 정시 전형으로 원서를 넘겨 다시 한번 사정을 받도록 하는 것을 합격 유예라고 부른다.
이 경우에는 원서를 제출한 후에 이룬 업적이 있다면 지원 학교 측에 업데이트하는 것이 정시 합격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 또한 12월 말과 1월 초경에는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이 정시 전형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것에 더해, Emory, Johns Hopkins, NYU와 Vanderbilt를 비롯한 다수의 명문 사립 대학을 포함하는 75군데 정도의 많은 사립 대학들이 조기 전형 두 번째 라운드 (Early Decision II)로 학생을 모집한다.
ED2라고 간략히 부르는 이 두 번째 얼리 디시전은 첫 번째 것과 조건이 같다. 자신의 지망 대학과 전공에 대한 열정과 이것을 이루기 위해 다른 재미를 희생하며 끈기 있게 지원서를 작성해 이 라운드를 전력을 다해 준비하면 대입 분야의 하이즈만 트로피를 받지 않겠는가? 자! 그다음은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니 기도 역시 열심히 할 일이다. (www.ew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