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FOMO에서 JOMO로 삶의 태도 바꾸기
매년 12월 중순은 지난 11월 초에 제출한 미국 대학의 조기 전형 결과가 발표되는 시기이다. 이때쯤이면 필자가 돕고 있는 학생들이 합격 통보를 받은 뒤 연락을 해 올 것을 기대하며 전화를 쥐고 있는 손에 땀이 찬다. 올해도 이런 중요한 일에 어김없이 사용될 전화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처음에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에게 경외의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들에게 남/물건에 대한 고마움은 거의 항상 쉽게 지나가는 법. 몇 번의 광고 전화가 계속되자 짜증이 치밀고 전화의 부정적 효과들에 대한 감정이 장점들을 대체한다. “삐리링, 삐리링” 오늘도 내 곁, 손이 닿을 만한 지점에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던 스마트 폰이 신호를 보낸다. 아마도 이메일이거나 카톡 메시지가 아니면, 텍스트 메시지인가 보다.
자동으로 손이 전화기의 화면을 꾸욱 누른 뒤 슬쩍 스치니 이 녀석도 반가운 듯 화면이 봄빛 화사한 얼굴처럼 밝아진다. 얼핏 보아도 별 영양가가 없는 광고성의 이메일이다. 오늘 이러한 손가락 운동을 몇 번이나 했을까? 아니 이 전화기를 사고 난 후의 횟수를 전부 합쳐 모으면, 이제는 젊을 때보다 훨씬 적어진 내 머리카락 수보다도 더 많은 건 아닐까? 아직 손가락 끝이 닳아 버리거나 굳은살이 배기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이런 생각의 진퇴 끝에 갑자기 나 자신의 이러한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에 짜증이 난다. 애꿎게 자신을 다그친다, “내가 무슨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삐리링 소리에 자연스레 뭔가 유익한 소식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침을 꼴딱 삼키며 전화기를 확인하는 거야?”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이반 파블로프가 시행한 연구에서, 벨을 울리고 나서 개에게 음식을 주는 훈련이 반복되면, 음식을 주지 않고 벨을 울려도 개의 입가에 침이 고이고 넘쳐흐른다는 조건 반사적인 실험에 사용된 개를 지칭한 것임)
그래. 별로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그저 뭔가 빠뜨리고 지나갈까 봐 그런거지.
FOMO (The Fear Of Missing Out): 뭔가를 놓칠까 봐 하는 걱정이 우릴 기계와 너무 친하게 만드는 거지. 이러한 걱정으로 미국인들이 2018년도에 하루 평균 52번, 2020년에는 96회나 전화기의 앱이나 메시지를 확인한 거지. 이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니 우리 손자들 세대에는 하루에 사용 횟수가 몇 번이 될는지 쓸데없이 궁금해진다.
이렇듯 하루에 거의 백번이나 셀폰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결코 비즈니스 때문에 할 수 없이, 또는 가족이나 자녀의 안위나 거처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보통 우리가 8시간을 자고 16시간을 깨어 있다고 가정할 때, 지독한 사랑의 시발점에 있거나 대박 난 비즈니스의 사장님이 아닌 바에는 12분쯤마다 한 번씩 누군가가 그리워지거나 비즈니스 용무가 생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궁금함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창조의 어머니가 되듯, 이런 깨달음이 JOMO(The Joy Of Missing), 즉 의지를 가지고 어떤 것을 일부러 하지 않거나 빠뜨림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탄생시킨 것이리라.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다른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해서 빠지지 말고 따라 하기보다는 과감히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고 해야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이러한 즐거움을 불러오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꼭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일정 부분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길 수는 있다. 친구들과 같이하는 게임에 참가하지 않아서 생기는 소외감 (또는 소외된 것으로 느끼는 두려움), 담배나 마약처럼 인이 백여 하지 않으면, 손이 떨리고 전화기로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현상을 너무 참느라 다른 일도 못 하게 되는 경우.
숙제하느라 책상에 앉아서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 놓았을 때, 하필이면 숙제에 도움이 될 친구의 전화를 못 받게 되어 보는 손해 등등…. 하지만 이러한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기계에 종속된 시간으로부터 해방됨에서 얻게 되는 행복감은 무시할 수 없다. 가족 휴가 때, 점심을 먹고 들어간 커피집의 테이블에 둘러앉은 가족이 대화는커녕, 각자가 서로 자신의 전화기를 보며 시간을 죽이는 모습이 얼마나 끔찍했던지.
전화기를 모두 걷어 호텔에 두고 나와 보낸 해변에서의 시간은 얼마나 서로가 기쁨을 나누는 귀중한 시간이었던지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자신이나 아이들이 어떤 것을 지나칠까 봐 너무 걱정하는 대신, 일부러라도 어떤 일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갖도록 격려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는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이제나저제나 연락을 기다린다. 여하튼, 우리 학생들은 지원한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이미 받았거나 곧 받게 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이든 자신이 대학 지원을 위해 고교 시절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꾸준히 교육을 위한 열정으로 계속 노력해 나가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리 자녀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FOMO의 마음 상태에서 JOMO로 진화하며 발전하게 되기를 기도한다(www.ew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