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내 팔자 내가 만들어나가자! (2)
<지난 호에 이어>
이분의 나이가 53세 남편이 무척 성격이 까다롭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서 여자분이 이리저리 뛰어가면서 살림을 살아왔는데도 남편의 성격도 까탈스러워서 기분을 맞추어주면서 사는 것도 이젠 지쳐버리고 본인도 대접을 받고 살고프시단다. 물론 이분의 열심인 삶의 자세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게 얘기가 들려왔다.
본인이 갱년기가 되니 남편과 너무 자주 부딪치니 가슴이 뛰고 잠도 잘 안 오고 해서 이제는 서로 얼굴 안 보고 사는 게 소원인데 어찌하면 좋을까? (이때 내가 이분 얘기에 한마디라도 하면 얘기가 길어지니 그냥 듣고만 있다)
이분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꾹 참는다.
‘본인이 미모가 뛰어나세요?’
‘아니면, 본인이 재정 능력이 넘치세요?’
‘아니면, 어떤 분이 그분에게 오시면 확실하게 편한 미래의 삶을 보장해주신다고 해요?’
그런데 질문을 드리게 되면 얘기가 길어지니 5분의 시간만 할애하기로 했는데 벌써 12분째 내가 이분 얘기에 추임새를 넣으면 안 된다. 이분의 상황을 들어보니 본인이 투잡을 뛰어가면서 살아오셨는데 이제 사는 것도 지쳐서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팔자를 바꾸어 보고 싶으시단다. 그런데 이분하고 나하고의 생각이 다르다.
‘아니, 내 팔자를 왜 남이 고쳐주기를 바라는 거지?’
‘그리고 50이 넘어서 블랙핑크처럼 얼굴이나 몸매가 이쁘다면 모를까?’
‘어떤 괜찮은 남자가? 어떤 정신줄 놓친 돈 많은 남자가 살면서 생활고와 남편의 폭정에 피해자인 여자를 찾으러 다닐까? 인생이 자선사업도 아니고….’
그동안 마음고생과 걱정근심도 많이 해서 얼굴에는 수심이 보이고 여성의 미는 찾아보기 어려운 여자를 진흙 같은 수렁에서 건져내어 으리으리한 궁궐에 마님으로 모셔갈까? 분명 그럴 상황이 되려면 조건이 맞아야 한다. 상대 남자가 눈이 제대로 안 보이는 남자거나 신체가 불편한 남자가 돈은 많은데 자기를 돌봐줄 힘센 ‘아줌마’가 필요해서 넉넉한 돈으로 일꾼 대신 도우미 겸 살림을 살아줄 분을 구한다면 모를까?
또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도 하고 각자의 가정도 만들어 분가했다면 그 아이들이 낳아줄 손자 손녀에게는 두 할아버지 두 할머니를 만들어주는데 많아서 좋기는 하지만 글쎄 서로 관계를 맺고 지내는 데 서로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팔은 안으로 굽는 편이니 무슨 일이 생기면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지기가 쉽다.
누구나 인생은 각자 살아가는데 자기 위주로 살게 된다. 결국, 재혼가정의 아이들을 더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은 각 자녀의 친부모들이다. 그래서 재혼 후에는 각자의 가정에 딸린 자녀들에게 문제가 생기면은 더욱더 예민해진다. 경제권도 그렇다. 내가 경제권이 없으면 재혼해도 사는 것이 불편해진다. 그렇다고 재혼한 남편이나 아내가 그동안 쌓아 올린 경제권을 나에게 툭 하고 넘겨준다는 상상은 기대를 안 하는 게 좋다.
기대하고 있다가 경제권이 안 넘어오면 삶이 메마르다. 그동안 열심히 사느라 죽도록 일하고 살아왔는데 이제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보려고 새로운 상대를 찾아보려는 생각인데 새로운 상대방하고도 그전과 같은 생활이라면 글쎄 뭐 때문에 복잡하게 재혼을 하는가? 생각해볼 일이다.
50/50이다. 서로 가진 그것이 비슷비슷해야 사는 게 수월한 거다. 한쪽이 특별나게 잘난 맛에 녹아웃되어 재혼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데 그래도 사람의 애정캐미스트리는 맥시멈 18개월이다. 18개월에는 하하! 호호! 하던 애정전선에 거미줄이 생기기 시작한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지내다가도 재혼 후 18개월 이후 즈음에는 새로 만나 불타던 캐미스트리가 조금씩 사라져간다.
이럴 때 즈음이면 팔자 고쳐보려고 뒤에 두고 온 자녀들의 힘든 삶이 가슴으로 보이고 맘에 안 들어 사니 마니 하고 살아온 그 무능한 남편이 그 억척스러운 마누라의 부드러운 면도 생각나기도 한다. 새로 만난 상대끼리 그대의 자기의 본능의 성격이 튀어나오면 질겁을 하면서 서로 은근히 실망이 되기도 한다.
‘아하 그 x가 그 x일세!’
그래도 죽어도 이 남편, 이 아내와 못 살겠다고 헤어져야 해서 꿈꾸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면 본인들은 좀 더 자상하고 좀 더 적극적인 삶의 모습 그리고 참아내려는 모습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어야만 재혼의 가정이 제대로 살아갈 수가 있다.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인간은 35살 이후에는 변하기가 쉽지 않다. 35살 이후에는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내가 상대방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만 서로서로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대와 달리 그대의 남편이나 아내의 단점들 때문에 살아가기가 어렵다면 그대 상대방들의 작은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을 중점으로 보고 부족한 점은 내가 보완을 해주며 살아가다 보면 어떤 때에는 속에서 열불이 나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남편이 또한, 아내가 삶의 자세에 부정의 화신이라면 그대가 직접 기수를 잡고 앞으로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대들이 어차피 맺어진 가정을 씩씩하게 이끌어나가며 가정의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상대 남편이, 아내가 부정적인 행동과 말을 한다면 아이구! 미친 x 또 정신줄 놓았구나! 하면서 넘어가면 된다. (물론 이런 말을 입 밖으로 하면 전쟁이 다시 시작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전쟁처럼 싸워야 한다) 부정적인 사람도 자기가 부정적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람이 고쳐지는 것이 정말 어려운 거다. 그래서 아예 ‘기대’를 하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 내가 힘이 들어도 그대는 자식들의 훌륭한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남편이나 아내에게 삶이 힘들다는 얘기는 되도록 피한다.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게 하기 위해서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상담자를 찾아가서 도움을 구하라! 그리고 그대가 잔 다르크처럼 나폴레옹처럼 깃발을 들고 씩씩하게 전진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그대의 자녀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삶으로 기수를 틀 것이다.
맘에 안 드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남편, 뚱한 아내의 모습보다는 그대의 열정적인 삶의 행보를 바라보며 따라갈 자녀들은 무조건 잘된다. 자, 그리고 그대는 자기에게 투자해라. 브랜드네임 가방에 눈을 돌리지 말고, 유명한 디자이너 옷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열심히 일해서 능력을 키우고 돈을 벌고 사회문제에 관여하고 본인을 밝게 가꾸고 살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그대의 큰아들(?)도, 뚱한 아내도 서서히 따라오게 된다.
못 따라오면 놔두고 앞서나가라!
그래도 이미 금이 간 결혼생활을 살 자신이 없어서 새로운 상대자를 택했다면 상대에게 기대 없이 최선을 다해라! 먼저 새로운 상대방과 합치기 전 계산기도 두드려보아라. 나이 먹어서 ‘사랑밖에 난 몰라!’라는 얘기는 미친 소리다. 나이가 들어서 재혼하려면 경제적인 안정은 필수적이고 너무도 중요한 현실적인 얘기다. 물론 경제적인 것만 볼 수는 없지만, 꼭 확인해야 한다.
그 외에 필요한 것, 물론 성격, 환경들 두 사람이 맞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어차피 재혼이라면 양쪽 다 금이 간 항아리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서로를 다루어야 한다. 언제 확 깨질지 모르니까 소중히 감싸 안고 귀하게 다루어서 남은 인생을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잘살아야만 할 것이다. 내가 뒤에 두고 온 것들이 많은데 새로운 가정에서도 못살면 서로가 망하는 길이다. 두 사람도, 아이들도, 딸린 가족 모두도….
새로운 상대 만나서 팔자 고치려고 말고 내가 내 팔자를 개발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