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우리 말과 글 되찾기” (2)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우리 말과 글 되찾기” (2)

지난주에 이어서 “우리 말과 글 되찾기”에 대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우리나라 말과 글을 두고 남의 나라말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즉 우리 글보다 다른 나라 말이나 글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신분이나 학식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바보 같은 생각과 결정이다. 우리나라 말이나 글을 사용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고 자신 있는 행위이며 결정이다. 


오늘 칼럼에서는 계속하여 전주에 이어서 일본식 우리 말과 글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 “절취선> 자르는 선, 조견표> 보기표/환산표, 지분> 몫, 차출> 뽑아냄, 천정> 천장, 체념> 단념/포기, 촌지> 돈 봉투, 조그만 성의, 추월> 앞지르기, 축제> 잔치, 축전, 출산> 해산, 할증료> 웃돈, 회람> 돌려보기, 공장도 가격> 공장 값, 매점> 사재기/가게, 난닝구> 러닝셔츠, 다스> 묶음/단, 돈가스> 돼지고기 튀김. 등등……. 


이밖에도 많겠지만 우선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영어나 프랑스어 등을 우리말 대신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이 아주 유식하다고 생각하며 사용하지만 실은 외래어 숭상 사상이 짙은 못난 행위이다. 본인이 유식하다고 내보이는 것인데 이것 또한 꼴불견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언어라고 생각하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프랑스인에게 “Can you speak English? 


(영어를 할 줄 아세요?)라고 물으면 그들은 “농”(아니요.)이라고 대답한다. 그들은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못한다”고 대답한다. 즉 프랑스어만 진짜 언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지금 나이 80이 넘은 한국인들은 대개 일본어를 배웠고 일본어로 된 교과서를 사용했다. 나도 초등학교 1학년 때 일본어를 국어로 배웠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어 나는 우리나라 국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가슴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몰랐다. 글자 모양도 우리글이 훨씬 우수하고 발음도 우리 말아 훨씬 아름답고 좋았다. 그래서 일본 책을 모두 불사르고 우리 국어와 우리 글로 된 교과서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도 하고 쓰기도 했다. 일제하에서는 학교나 공공 기관에서 우리 말을 사용하면 유치장에 집어넣거나 학교에서 정학 혹은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영어가 국제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프랑스인에게는 아직도 프랑스어가 표준 국제어라고 주장한다. 일본이 2차 대전의 패망으로 물러가고 지금은 영어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외국어로 쓰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학부모들이 많고 영어를 학교에서 가르치며 필수 과목으로 삼는 사립 학교도 있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를 거느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자연히 영어가 국제어로 인정이 된 셈이다. 


그런데 요즘엔 한국이 국제적으로 우뚝 서니까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기차나 버스 안에서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한글은 배우기 쉽고 쓰기도 쉬워서 외국인들이 2~3개월이면 한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배울 수 있다. 


한 번은 한국에서 전철을 타고 가는데 미국 청년 3명이 타고 있었다. 어느 할아버지 한 분이 “오늘은 왜 양코배기들이 전철을 타고 가네.”라고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때 미국 청년 중의 하나가 “우리는 양코배기가 아니라 미국인입니다.”라고 했다.

노인은 금세 “미안하다”라고 사과를 했다. 이제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외국인들을 비하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한국이 세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시대가 오면 한국어가 국제어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국어는 배우기 쉽고 말하기도 쉬워서 국제어가 될 확률이 높다. 우리 시대에는 그렇게 안 되겠지만 앞으로 한국이 세계를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지배할 시대가 올 터인데 그렇게 되면 한국어가 국제어가 될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고 일본과도 친밀한 관계가 되면 그럴 확률이 높다. 국토의 크기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의 하나이지만 문화와 예술, 과학, 경제, 정치면에서는 큰 나라들과 지금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시애틀 일대에서도 2세 한인들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면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즈음에 우리 말과 글을 국제적으로 유통하고 사용케 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여야 하겠다. 우리 2세, 3세들이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계 미국인이 관직에도 스카우트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해질 것이다. 요즘 도로에서 운전하면 한국 자동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 제품이 미국 시장을 어느 정도 잡고 있다. 참으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다. 아울러 이런 사회 분위기에 맞춰서 우리의 글과 말도 미국 시장에 박자를 맞추어 풍요롭고 광범위하게 펴져야 한다. 이제 외래어가 아닌 순수한 우리 말과 글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날도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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