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내 팔자 내가 만들어나가자! (1)
생소한 여자분이 전화가 와서 한번 만나자고 했다.
“무슨 일 때문인가요?” 라는 내 질문에 언제 아니 가까운 시간 내로 식사 한번 하자고 전화를 주셨단다. “제가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네요”라면서 무슨 일이야고 물어보니 지금 머리가 너무 지끈거리고 아픈데 얘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어렵고 힘든 남편하고 살아왔는데 이만큼 나이가 들어서도 남편의 못된 행동을 보자니(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일에 소리를 치고 화를 내는데 이제는 그게 너무 보기가 싫단다) 계속 사느냐 마느냐가 고민인데 함께 점심이라도 함께 식사하면서 얘기 좀 들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아! 네, 그러면 상담시간을 예약하시면 어떨까요?”
이분 말씀이 “잠깐 식사 함께하시면서 얘기하고 싶은데요?”
“아! 네, 제가 밥 먹을 때는 어려운 얘기 듣는 것을 피하고 있습니다. 음식 먹을 때 무거운 얘기는 소화가 안 되어서요”
이분에게 나의 전문분야를 식사하면서 얘기를 듣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공연히 불편한 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고 나 역시 타이트한 스케쥴에 해야 할 일도 많아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대방분에게 “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함께 식사할 시간은 없고요, 한 오 분 정도 전화로 얘기를 들어드릴 수는 있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전화를 들고 귀를 기울이는데 오 분이 십 분이 되고 점점 시간이 길어지니 “저…
시간이 없어서 그만 들어야겠는데요.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긴 상담이 필요하시면 예약하시고요. 또 저는 사무실 일이 바빠서 과외로 시간 내기가 어려우니 제가 몇 군데 댁에서 가까운 상담소를 알려드릴게요. 그곳에 연락해서 전문가를 만나시면 좋을듯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니 이분이 별안간 기분이 나빠진 듯 목소리 톤이 높아지시더니 “아니 사회 봉사하시면서 어려운 얘기를 들어도 못 주나요?”라고 물어오신다.
(그래서 이분에게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제 직업이 소셜워커, 클리니컬 카운셀러라 정보나 네트워크들을 많이 알고 있기는 하는데요, 제가 직장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하루에 6명 이상 정신줄 놓은 분들, 또는 약물 중독자분들, 몇 년 동안 목욕도 하지 않고 온몸이 분뇨로 덮인 정신줄 도망 나간 노숙자분들, 또 감옥에서 20년 형 이상을 살다가 나온 어마무시한 범죄자분들, 이러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종일 듣다가 보면 어떤 때는 나도 제 정신줄을 놓을 것 같을 때가 있거든요, 그러니 퇴근 후에는 제정신을 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 필요해서요!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면 제가 쉬는 토요일 날이나 가능한데 또 토요일 역시 제가 할 일이 많은데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면 제가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그 시간에 다른 이에게 부탁을 드려야 하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아직 우리 1세분들에게 상담이라는 부분은 생소한 것 같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나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상담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전문상담을 하던 가까운 친구 하나는 개인 상담실을 한참을 운영하다가 재정적으로 충당이 안 되어 그냥 상담 전문프로그램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도 내 직장 일을 마치고 따로 시간을 내어 작은 사무실을 열어 많은 시간을 무료 봉사를 해보았는데 몸도 지치고 매달 내야 하는 월세도 만만찮은 데 결국은 내 주머니에서 월세나 사무실에 들어가는 필요한 돈을 내다가 지쳤었다.
어떤 분이 어려운 상황을 도움을 받고자 만나고 나면 나는 몇 시간을 오가는 거리에서 시간을 또 식사하는 자리에 시간을 뺏기고 몸까지 피곤해져서 그냥 상담료를 내시고 시간을 정해서 상담을 받으시러 가시면 어떨까? 제의 해보시면 때로는 섭섭해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다. 하여간 이분의 이야기인즉 “내 나이가 이렇게 됐는데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분이 “나도 이젠 제대로 살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가 않네요?”라는 질문, 답(?)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답은 이미 본인이 내린 것이고 그래도 계속 살자니 머리 아프고 몸까지 아프니 이젠 훌쩍 떠나고 싶은데 여건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분의 그 여건을 들어야만 이분이 어떠한 입장인지 알 수 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얘기가 진전이 안 되었다.
나는 예의상 딱 5분만 듣는다고 했는데 내 금쪽같은 시간 12분 정도를 이미 도네이션해드렸어도 이분이 훌쩍 떠나고 싶은 이야기 줄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분의 얘기인즉 지금이라도 살고 있는 남편하고 갈라서서 남은 인생 팔자를 좀 고쳐보고 싶으시단다. 20년 이상 살아온 남편이 자기 위주의 성격이어서 사는 게 참으로 피곤했단다.
지금까지 남편의 성격과 무능력 때문에 너무 피곤하고 힘들게 살아왔는데 아이들이 이제 다 컸으니 늦게라도 팔자를 고쳐보고 싶으시단다.
결론은 다른 남성에 의해서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 내 팔자를 바꾸어보고 싶다는 얘기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