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쌀, 보리 등의 곡물을 솥에 안친 뒤 물을 부어 낱알이 풀어지지 않게 익힌 음식이다. 우리 음식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주식(主食)이다. 곡물을 익히는 조리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에서도 밥은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밥은 한자어로 반(飯)이라 한다. 어른들에게는 진지, 왕이나 왕비 등 왕실의 어른들에게는 수라, 제사에는 메 또는 젯메라고 한다. 이를 먹는 표현도 수라는 '진어하신다', 진지는 '잡수신다', 밥은 '먹다' 등 차이가 있다.

우리 어릴 때 생각이 난다. 어른에게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가 아니고 "진지 잡수셨어요?"였다. 어려울 때라 밥을 굶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일상식의 특징은 주로 주식(밥)과 부식(반찬)으로 분리된 식사형식으로 반찬이 없으면 밥만 냉수에 말아 먹어도 되고, 간장이나 고추장으로 한 사발의 밥을 다 먹을 수도 있다. 이처럼 밥을 부식보다 훨씬 중히 여기는 풍습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는 식생활의 한 풍속이다.

주식과 부식으로 분리된 우리의 일상식 풍속은 조선 시대에 이르러 반상이라는 고유한 식문화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밥은 중요한 음식이었기에 조선 시대 문헌에는 맛있는 밥 짓기의 요령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옹희잡지에는 "우리나라의 밥 짓기는 천하에 이름난 것이다. 밥 짓는 것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쌀을 깨끗이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버리고 솥에 넣고 새 물을 붓되, 물이 쌀 위로 한 손바닥 두께쯤 오르게 붓고 불을 때는데,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한번 불을 물렸다가 잠시 뒤에 다시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꺼내지 않고 시종 만화(慢火: 뭉근한 불)로 땐다"라고 하였다.

우리가 먹는 쌀은 단순한 먹을거리의 한 종류가 아니라 한국인의 탄생과 죽음까지 전체의 삶을 주관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 이물질을 제거한 정한 쌀로 산미(産米)를 준비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장소에는 볏짚을 깐다. 볏짚은 벼(쌀)의 줄기와 잎이다. 도시 사람이 쌀나무라고 한다. 인간이 어미의 품에서 나와서 최초로 입에 넣는 것이 '미음'이며 생을 마감한 망자(亡者))의 입속에 넣어주는 것도 한 수저의 쌀이다.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국인은 밥(쌀)과 함께 삶을 시작하고 밥(쌀)으로 삶을 마무리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종류의 밥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흰밥'이다. 즉 쌀로 지은 밥이다. 흰밥에 고깃국 하면 서민들에게는 생일이나 명절날, 제삿날에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모든 곡류 중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으며 소화가 잘되는 것이 흰쌀밥이기 때문이다.

밥의 소중함은 이제 영양학적 차원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동양인의 주식인 '쌀'은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서양인의 주식인 '밀'에 비해 흡수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이 포함되어있다. 필수아미노산인 리신의 함량이 높아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또 비타민 B6, D, E, 엽산과 같은 기능성 물질이 많으므로 영양상으로 우수하다. 따라서 쌀을 주식으로 먹는다면 반드시 고기를 먹지 않아도 기본적인 영양소섭취가 가능하다. 

쌀의 주성분인 녹말은 위(胃)에 부담을 적게 주기 때문에 밀가루나 다른 곡류에 비해 소화가 잘된다. 아기의 첫 이유식을 미음으로 시작하는 것도 소화율이 높아서 아기의 미숙한 소화기관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이다. 쌀을 단순히 탄수화물 식품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쌀의 전분은 몸속에서 소화되어 포도당으로 바뀐 후 뇌를 비롯해 우리 몸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공급원이 된다. 

쌀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되는 탄수화물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 함량이 높지만, 지방은 밀가루보다 3.5배가량 적어 비만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들의 경우 면역기능이 약해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먹었을 때 비교적 빠르게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쌀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글루텐이 없으므로 곡류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빵이나 감자를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밥을 먹으면 혈당이 완만하게 상승한다. 

따라서 쌀은 여러 곡류 중에서도 '혈당지수'가 가장 낮다. 혈당지수가 낮으면 내당성(耐糖性)이 높아져서 당뇨병이 예방될 수 있다. 또한, 쌀에 있는 펩타이드는 혈압상승을 억제하며, 비타민 E, 엽산 등 강력한 항산화제는 세포의 노화를 억제한다. 우리는 주식인 쌀밥을 매일 먹고 있다. 모든 곡물 가운데 쌀이 영양이 제일 많다. 쌀밥은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김치도 물리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그토록 원했던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있다. 밥은 곧 힘이다. 밥을 잘 먹어야 몸이 튼튼해진다.

쌀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1984년에 북한이 남한에 쌀을 지원한 일이 있었다. 남한의 수해(水害)로 인해 북한이 쌀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당시 경제 상황이 이미 북한을 앞선 때였다. 사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자존심 때문에 거절할 것을 예상하고 제안한 것인데 예상외로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이때 북한도 쌀 사정이 안 좋아서 도와줄 형편이 못 되었는데, 전 대통령이 막상 지원을 받겠다고 하니까 부랴부랴 여기저기서 쌀이란 쌀은 다 긁어모아야 했고, 덜 익은 벼까지 수확해 남한에 보냈다고 한다. 

전두환 정부는 보답으로 북한이 보내준 구호품 금액의 100배에 달하는 전자제품을 보내, 김일성의 자존심을 완전히 구겨 놓았다고 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을 도와줄 상황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남한에서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긁어모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중국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지원'한 수재 물자는 북한에서 생산되기만 했을 뿐 그 비용은 전부 중국이 댄 셈이었다. 

즉 북한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전자제품만 챙겼다. 당시 쌀과 같이 보내온 옷감 등 다른 품목과 함께 샘플화해 전국 초중고에 보내져서 반공교육 목적으로 국산 샘플과 비교 전시되기도 했다. 남한에서 이 쌀을 배급받아 먹은 사람들은 대개 맛이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모래 같은 게 섞여 있었다고도 했다. 쌀 7,200t 이외에도 사이다, 인삼주 등의 물품도 보내왔는데, 어느 것 하나 품질이 좋은 것이 없었다고 한다. 

역전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이 때문에 역효과만 났던 모양이다. 게다가 당시 북한도 쌀이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당시 북한에서 지원한 쌀의 품질이 조악해서 그 쌀로 밥을 지어 먹기보다는 주로 떡을 해 먹었다고들 한다. 즉 북한에서 지원한 쌀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