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눈물이 나지? 어디서 밀려오는 슬픔인 거지?

페티오 창밖을 통하여 보이는 정원에는 분홍빛, 노란색의 국화가 활짝들 웃고 있고 늦게 핀하이드로신스가 풍성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늦게 열매를 맺은 무화과나무에도 무화과가 익어가는 중이라며 ‘조금만 기다려 주면 맛있는 무화과를 맺어줄게’라고 말하는듯하다.

다양한 꽃나무들로 쌓인 뒷마당 정원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작은 연못에는 살던 집에서 함께 이사 온 금붕어 가족들이 연못 크기에 따라 커진다는 금붕어의 이야기처럼 이사 온 지 두 달 만에 금붕어들의 크기가 부쩍 커져 보인다.아마도 연못 크기가 예전 집보다 크기도 하고 살던 집에서는 금붕어는 하루 한 번만 먹이를 주면 되는 줄 알고 오랜 시간 동안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만 한번 먹이를 주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집에 연못을 조성하

면서 펫 가게 매니저 하고 얘기를 해보니 금붕어는 하루에 두 번 아침에 한번 저녁에도 한번 먹이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전의 집에서 함께 살던 우리 금붕어들에 7년 동안 하루 한 끼만을 먹이를 준 것이 못내 미안해서 이곳으로 이사 와서는 꼬박꼬박 아침저녁으로 먹이를 주고 있다. 

붕어들은 처음에 이곳에 이사를 와서는 불안해서인지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 눈치만 살피는 것 같더니 이사 온 지 두 달 정도 된 지금은 내가 페티오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여도 모두 물 위로 올라와서는 빨리 먹이를 달라고 바쁘게 움직이며 나를 반기는듯하다.

‘아니, 쟤네들이 내발걸음을 아는 걸까?’ 금붕어들을 바라보며 먹이를 주는데 금붕어들이 너무나 귀해 보인다.

‘그래! 나하고 함께 있어 주어서 고마워! 이사하는 동안 잘 버텨주어서 고마워!’

30여 년간 살던 집에 있던 가구 그릇 여러 가지 살림살이 등을 정리하면서 공연히 눈물이 나기 시작을 했다. 1976년도 나하고 10년 나이 차가 나는 큰언니가 어느 날 키가 190이 넘는 멋진 해군 장교와 집에 들어선 지 몇 달 후에 언니는 해군 장교를 따라 시집을 갔었다. 

그리고는 가끔 한 번씩 집으로 들러서 나의 학교생활 또는 그림을 좋아해 미술부에서 활동하는 나의 상황에 알고 싶어 하고 칭찬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고는 했었다. 어쩌다 방문하는 언니의 집에는 해군 장교인 형부가 선물로 받았다는 멋진 장인의 솜씨로 만들었다는 문갑 세트가 있었는데 아직은 고등학생인 내가 보아도 문갑 세트는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다.

어느 날 언니에게 누가 문갑을 만들었느냐고 묻는 나에게 언니는 “왜 문갑이 좋아 보여?”라고 물었다. “응, 언니 이 문갑 너무 멋있어!”

아직 고등학생인 내가 가구에 관심을 보이는 게 신기한 언니는 나에게 “아마도 너는 계속 그림을 그렸으면 좋았을 텐데….”라면서 “얘, 막내야 너 이 문갑 줄까?”라고 물어보았었다. 

나는 미국으로 오려고 준비 중이었기에 

물론 나는 “언니 아니야 절대 아니야! 그냥 좋아서 물어본 거야!”라고 대답했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내가 미국으로 오는 날 언니는 막내 여동생을 미국으로 떠나보내면서 서운해하면서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라!”라면서 뭔가에 집중하면 쉬지도 않고 최선을 다하는 내게 해준 말이었다.

보통 부모님들이나 어른들은 먼 곳으로 떠나는 자식이나 동생한테 “어느 곳에 있든지 열심히 살아라!”가 인사말인데 어릴 적부터 뭐든 열심히 하는 내게 당부 하는 말은 몸 상하지 말고 적당히 하고 살아야 해! 라고 말해주었었다. 우리 자매들은 부지런한 엄마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모두 부지런하고 뭐든지 열심이었다.

내가 미국으로 온 지 몇 년 후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내야 네가 가지고 싶어 하던 문갑 이 너의 집에 도착할 거야!”

“아니 그게 왜?”라고 묻는 나에게 언니가 말을 해주었다.

“네가 이 문갑들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형부에게 했더니 형부가 문갑을 제작하는 장인에게 부탁해서 주문을 해두었거든! 미국에서 예쁘게 사용해!”

라며 오래 살던 집에서 이사 가는 준비를 하려고 짐을 정리하는 내내 아무리 둘러보고 묘안을 짜내어보아도 이사 가는 단층집에는 문갑 세트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우리가 사는 집은 2000스퀘어 피트가 넘는 집이었는데 새로 이사 갈 집은 1000스퀘어 피트가 조금 넘는 크기이다 보니 현재 사는 집의 가구나 소품들 반 이상이나 정리해서 누구에게 주든지 아니면 기부하든지 해야 할 상황이었다.

집안을 둘러보니 그리 많은 가구도 없고 그다지 비싼 물건도 없는데 작은 물건 하나하나에 나의 관심과 사랑이 담겨있는 것들이었다. 정신과 카운셀러로 일하는 이외에도 취미로 요리 교실을 하면서 많은 외국인에게 요리 수업을 하고는 했는데 요리 수업을 하게 되면서 모아놓은 특별한 그릇들이 보물처럼 장식장에 모셔져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

도 새로 이사할 단층집에는 장식장이 들어갈 만한 자리도 없고 더구나 그릇들을 둘만 한 장소도 마땅치가 않으니 가장 필요한 가구 몇 가지 하고 옷 등을 가져가려면 이 집에 있는 물건 반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고 점점 어떤 물건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되고 왜 내가 이사를 해야 하지? 라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내가 이사를 해야 한다는 상황이 된 것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작년 12월부터 오른쪽 허리에서 내려오는 통증이 무릎까지 오게 되면서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찾아낸 원인 그리고 수술로 찢긴 연골을 잘라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10개월 그리고 압력에 의해서 금이 간 다리뼈들이 재생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과정을 그야말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통증을 유발했다.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수술 의사의 부족으로 아직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오른쪽 무릎의 통증으로 인하여 왼쪽 다리에 힘이 몰리다 보니 이제는 왼쪽 무릎도 아파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양쪽 다 목발에 의지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아프기 시작하면서 처음 한두 달은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조금 더 기다려도 아픈 것이 나아지지 않으니까 내가 왜 이렇게 아파야 하지? 라는 질문을 해보게 되고 아니 내가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생각에 빠지게 되고 

너무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가 되니까 약이라면 진저리치는 내가 할 수 없이 진통제를 영양제 받아먹듯이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약물 중독자들을 매주 만나는 일을 하는 나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약물중독 자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생각할 겨를없이 약을 끊어버리니 살을 도려내는 듯한 다리의 통증에 그야말로 죽는 게 낫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약을 먹지 않고 버티려니 긴 꼬챙이로 내 두 다리를 쿡쿡 찔러대는 고통의 통증에 잠도 못 자고 일도 열중할 수가 없고 아하! 이러다가는 미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의사 처방이 없는 약이라도 먹어야 할듯해서 애드빌이나 얼리브를 시간 맞추어 먹었는데도 약이 효과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삼층 구조인 우리 집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은 나에게 고통을 몇 배나 증가시키면서 결론은 단층집으로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