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 -헤밍웨이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 -헤밍웨이의 작품을 중심으로

인간은 어느 누구이든 하나의 섬 

제 스스로 온전한 것은 아닐진대  

인간은 모두 땅덩어리의 한 조각일 뿐  

대륙의 한 부분일 뿐  


유럽의 땅이 차츰 줄어드는 것처럼  

봉우리도 하나하나 사라지리라.  

그대 친구의 논밭도 사라지고  

그대 자신의 논밭도 사라지리라.  


어떤 사람의 죽음이든 그대 자신의 사라짐인 것을  

그러므로 묻지 말지어다.  

저렇게 장엄하게 들려오는, 죽은 자에게 바치는  

저 종소리가 누구를 위하여 울리느냐고  

저 종소리는 바로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려니!  

존 던의 시(필자 번역)  


위 시는 17세기 영국의 시인인 존 던의 작품이다. 미국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그의 소설 제목으로 따 썼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은 너무나 유명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혀진 책 중에 하나이고, 또 영화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작이기도 하다.  


헤밍웨이(1899~1961)는 미국 시카고 근처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6남매 중에 둘째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외과의사였고, 어머니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맡은 음악선생이었다. 비교적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공부보다는 여행을 더 좋아했으며, 모험심이 유별나게 강했고 동정심도 풍부했다. 


스포츠를 좋아하여 고등학교 시절에는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또 권투 선수로도 이름이 났었다. 이때 그는 눈에 부상을 입었으며, 이 눈 부상으로 인하여 1차 대전 당시 현역군으로 지원했으나 실격당했다 1918년에 그는 구급차 운전병으로 지원하여 이탈리아로 파병되었다. 


이때 그는 전쟁터에서 병사들에게 담배와 초콜릿, 우편엽서 등을 나누어 주다가 오스트리아군의 박격포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 두 다리에 중상을 입은 채로 적의 기관총 사격 속에서 다른 부상병들을 구해 내어 큰 공을 세웠으므로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는 2차 대전 당시에도 종군기자로 참전하여 연합군 정찰대보다도 더 앞서서 전선의 최선두를 달리며 취재했다. 죽음을 각오한 그의 체험이 곧 전쟁문학을 낳게 했고, 체험문학의 태두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의 체험은 단순한 모험심이나 문학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은 달관과 사유에 기인한 것이었고, 인간에 대한 진한 사랑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많은 병사들은 그를 파파(papa, father)라고 불렀는데, 그는 많은 병사들을 친아들처럼 사랑했고, 폭넓은 인간미가 그의 가슴 속에 잠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기독교 정신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폭넓은 인간미와 사랑을 지닌 그는 네 번의 결혼실패에서 온 허무감으로 그의 말년을 보냈다. 


그것이 그를 엽총 자살로 이끈 동기가 되기도 했다. 즉 그는 인간을 사랑한 그 근본이 하나님에게서 온 사실을 잊고, 인간의 좁은 가슴에서 기인한 것으로 믿었으므로 텅빈 그의 가슴을 채우지 못하고 허무감과 깊은 사색에 빠졌다. 그는 다리에 부상을 입고 이탈리아 밀라노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았으나 끝내는 허무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그의 자살이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단순한 죽음 때문이 아니고, 그의 심오한 사색과 사랑의 근거를 인간 자체에 두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초월한 신의 사랑에 근거를 두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가지는 않았을 것이며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노인과 바다는 인간이 자연에 도전하여 억지로 승리했으나 그 결과는 아무것도 없이 허무만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낚시에 물린 큰 상어를 밤새도록 쫓아다녔는데 나중에 건져 보니 앙상  한 뼈만 남은 상어가 걸려 있을 뿐이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결국 인간의 투쟁과 두뇌는 한계점이 있으며, 그 한계를 벗어나면 허무밖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결론을 시사하고 있다.  


‘무기여 잘 있거라’를 1929년에 발표하면서 그는 전쟁을 깊이 관찰하게 되었다. 전쟁은 어느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인간 전체의 불행이라는 점을 묘사했다.  

"왜 인간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을 해야만 하는가? 왜 인간은 이처럼 처절한 운명을 맞이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향해 헤밍웨이는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절규했다. 


과연 이 세상에서 우리 인간은 무기를 버릴 수 없는가? 그가 이런 질문을 세상에 던졌을 때 뚜렷한 대답이 없었고 전쟁은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것으로 크게 실망하였고 심한 허무주의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곧 인간의 숭고한 사랑이다. 그의 작가적 양심은 생명을 바쳐서라도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의 그런 소망(사랑)을 주제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 바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로버트 조단은 바로 작가 자신의 분신이었고, 자신을 스스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1인칭 소설 같은 작품이다. 마리아라는 스페인 처녀를 사랑한 로버트 조단은 미국인이었으나 스페인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1936년에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나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국수주의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군대와 스페인 공화정부군 사이의 3일 전쟁이 그 배경이다. 스페인 공화정부군이 패전하여 항복을 해야 할 처지에 미국의 스페인어 강사인 로버트 조단은 정부군을 돕기 위해 의용군으로 가담하여 싸운다. 조단은 자유를 사랑하고 지성적이면서도 용감한 행동파 청년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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