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계급투쟁설 8 (레닌)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계급투쟁설 8 (레닌)

마르크스는 소득의 불평등을 문제로 보았지만,  칼럼 760호부터 여러 개의 칼럼에서 살펴본 바, (차벌금지법과 사회보장제도가 합리적으로 시행되는 사회에서는) 소득의 불평등은 오히려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마르크스의 예측이 어긋나게 만든 핵심 요인은, 처음에는 사치품으로 창출되어 나중에 일용품이 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사치품이 일용품으로 변하는 과정이 일어나려면 저축이 충분한 계층이 존재해야 하고, 그 계층의 형성을 위해서 임금 격차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제 전혀 새로운 질문을 던져본다. 자본주의 사회가 온전하게 발달하는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는가? 


당시 러시아에는 아직 산업사회에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잘 보여주는 통계를 찾아보니 위키백과의 Industrialization in the Russian Empire (러시아 제국에서의 공업화)라는 항목에서 다음과 같은 통계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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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당시 인구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많았는데, 공산품 생산 규모는 미국의 약 7분의 1이었다. 러시아는 아직 농노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런 상태에서 강호 독일과 1차 대전에서 대적했으니, 그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러시아혁명은 1차대전에서 러시아가 독일에게 무려 3년동안 연전연패한 결과로 일어난 사건이다. 민중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버리는 모습이었다.


위 표에서 보이는 바, 미국은 제2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여 경제적으로는 20세기 초에 이미 세계 최강국이 되어 있었다. 위 첫 문단에서도 언급된 바, 1차대전 이전에 이미 미국에서는 말단 노동자들까지 번영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마르크스가 잊혀지고 있었다. 반면, 러시아 민중은 아직 공업 생산이 미미하여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그들에게는 프롤레타리아가 무엇인지, 마르크스가 누구인지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도 없었다. 


칼럼 761호(계급투장설 2)에서 본 바, 마르크스의 눈에 비친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문제는 과잉생산이었다. 러시아의 경우, 러시아 민중의 고통은 과잉생산 때문이 아니라 전쟁 때문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마르크스의 관점과 당시 러시아의 현실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레닌은 러시아를 이대로 가만히 두면 일어날, 미래의 과잉생산 상태를 문제 삼을 필요가 있었다. 그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의식이 깬 사람들이 민중을 교육하고 이끌어서 깨닫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 일을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하는 집단을 전위당(vanguard party)라 불렀다. 이러한 레닌의 생각을 전위당주의(Vanguardism)라 한다.


전위당이 해야 할 일은, 이미 과잉생산 단계에 도착한 미국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다.당시 미국에서는 나날이 빈부격차가 심해가고 있었다. 마르크스의 이론 속에 빈부격차와 극빈층의 존재는 각각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는 없으므로, 미국의 빈부격차의 문제와 러시아의 극빈의 문제가 같은 문제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레닌은 미국을 매도하고 혁명의 명분을 세울 수 있었다.  


빈부격차의 문제와 극빈의 문제는 지금도 제대로 구분되지 않고 있다. 그 둘이 구분되지 않는 한 마르크스의 그림자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 둘이 잘 구분되기만 하면,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 문제는 빈부격차가 아니라 (1)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 제공되지 않는 것과 (2) 인간이 다른 인간으로부터 인간 이하의 천대를 받거나 하는 사태임을 알 수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와 차별금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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