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팽창주의와 대서양헌장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팽창주의와 대서양헌장

루즈벨트(32) 대통령이 작성하고 처칠 수상이 동의 서명하여 만들어진 대서양헌장(The Atlantic Charter)은 8가지 약속으로 되어 있다. 그 중 칼럼 758호(주민집단 자결의 원칙)에서도 인용된 제3약속을 다시 인용한다. 


“Third, they respect the right of all peoples to choose the form of government under which they will live; and they wish to see sovereign rights and self government restored to those who have been forcibly deprived of them; 셋째, 양국은 모든 주민집단은 자기네의 정부 형태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존중하며, 주권과 자치권을 강제로 박탈 당한 주민집단들에게는 그들의 주권과 자치권이 회복되기를 염원한다.”


줄친 peoples는 people의 복수형이므로 peoples는 ‘사람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단수 people은 흔히 ‘민족’이라 번역되나, 대서양헌장의 저 부분은 주민집단을 뜻한다. 전후 식민지 해방이 이 약속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러한 의견은 이 속에 식민지라는 말이 없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나오는 4번을 보면 그것이 식민지 이야기임이 분명해진다. 


“Fourth, they will endeavor, with due respect for their existing obligations, to further the enjoyment by all States, great or small, victor or vanquished, of access, on equal terms, to the trade and to the raw materials of the world which are needed for their economic prosperity; 넷째, 양국은 상대국의 현존하는 의무를 당연히 존중하며, 양국은 대국이든 소국이든 승전국이든 패전국이든 모든 국가가자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 평등한 조건으로 무역에 접근하고(1) 평등한 조건으로 세계의 원자재에 접근할(2) 권리를 향유하도록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칼럼 770호(팽창주의와 마르크스 1)에서 검토한 바, 원재료를 독점하여 싼 값으로 가져오는 것이 식민지 개척의 주목적이었다. 줄친 (2)는 정확히 식민지 종주국의 원재료 독점력을 폐지하고 있다. 줄친 (1)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비난하기 위해 써먹기 좋아한 “독점수출권”을 폐지하고 있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면, 위에 처음 인용된 것은 식민지의 제3목적, 즉 종주국의 생활방식 전파를 폐지하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대서양헌장 속 위 두 가지 약속의 첫번째 수혜지역은 한반도였다. 1943년 카이로선언에서 독립이 약속된 유일한 지역이 한반도였고, 그 이전에는 대서양헌장의 저 부분이 실천된 적이 없다. 한반도는 종전과 동시에 해방되었다. 미국 식민지 필리핀은 1946년에, 영국 식민지 인도는 1947년에 해방되었다.  


한반도의 해방이 대서양헌장의 실천이었음은 영어 위키백과의 Cairo Declaration에 기재되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9월 현재, 한국어 위키백과의 ‘카이로선언’에는 그러한 기록이 없다. 이 놀라운 차이는 중대한 사실을 알려준다. 


즉,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중대한 정보가 흘러들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이다. 만일 한반도의 모든 주민들이 대서양헌장을 안다면, 그들이 배운 역사관과 세계관은 많이 변할 수 있다. 만일 러시아인 모두가 대서양헌장을안다면, 푸틴은 당장 실각할 것이다. 


미국의 몬로주의는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겪으면서 수정을 받았다. 두 대전을 통하여, 미국은 세상 전체가 편하지 않으면 미국도 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이 평화롭게 번영하려면 나아가 세상 전체를 평화롭게 번영하도록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그것이 대서양헌장의 본질이다. 


미국은 법치국가라, 대서양헌장을 준수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정치세력이 그것을 어기면 반대세력이 대서양헌장 위반을 들고 나와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가 잘 개발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모든 국제적 약속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미국도 영국도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나토도, 대서양헌장의 규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세력의 확장을 꾀할 수 없다. 그것은 대서양 헌장 제1번 약속이다. 


“First, their countries seek no aggrandizement, territorial or other; 첫째, 양국은 영토의 확대 또는 다른 종류의 확대를 추구하지 않는다.” 


팽창주의(expansionism)라 할 때의 팽창은 강제적 팽창을 의미한다. 나토의 확장은 동 유럽 국가들의 자발적 가입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팽창주의와는 상관 없다. 문제는 법치주의가 부실한 강대국들이다.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 법치주의가 부실한 국가의 민중은 아직도 미국 또는 나토가 세력 확장을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마르크스의 망상이 적절하게 격파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치와 빈부격차의 이점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대서양헌장의 덕(德)과 공(功)을 어떤 자들이 가로채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가가 가령 러시아나 중국처럼 군사력이 강하면 전쟁이 일어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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