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고타강령비판 이후의 8년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고타강령비판 이후의 8년

마르크스는 지난 두 개의 칼럼(794호-795호)에서 설명된 고타강령비판(1875)과 그보다 27년 전(1848)의 공산당선언을 비교하여, 마르크스의 논리적 연결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자본주의는 과잉생산을 낳고, 과잉생산은 공황과 임금하향평준화를 수반한다.

2. 공황은 과잉생산을 수정하지만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수정하지 못한다. 

3. 공산주의로 가면 초기에 생산력 부족의 단계를 지나간다.

4. 생산력 부족 단계의 안로분배된 노동자 몫은 하향편준화된 임금보다는 높다. 

5. 공산주의 사회의 단계가 높아지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할 수 있다.

6. 해결이 없는 자본주의는 버릴 수밖에 없다. 


칼럼 792호부터 794호까지 3개의 칼럼에서 본 바, 위 5번으로 가는 길은 원래부터 완전히 막혀 있었다. 마르크스가 구상하는 사회에서는 생산력의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인 “열심히 일할 동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이 문제를 알고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위 2번의 큰 문제를 100% 확신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계속한다는) 한쪽 길이 완전히 막혔으니, 다소의 폐단이 있더라도 갈 수는 있을 듯한 (공산주의의) 길은 일단 가봐야 했다. 


마르크스가 고타강령비판을 집필하기 2년 전 1873년에는 미국과 유럽에 공황이 일어나 있었다. 그 때문에 임금의 하향평준화가 일어났을까? 아래는 고타강령비판으로부터 4년 전과 8년 후 사이 12년간의 두 직종의 임금 변화다. 흔한 벽돌공과 목수의 예를 택했다.


CA 벽돌공의 일당 (daily wage) CA 목수의 일당 (daily wage)

최저 최고 평균 최저 최고 평균

1871 $          5.00  $          5.00  $          5.00  $          3.50  $          4.00  $          3.77 

1875 $          5.00  $          5.00  $          5.00  $          3.50  $          3.50  $          3.50 

1879 $          4.00  $          4.00  $          4.00  $          3.50  $          3.50  $          3.50 

1883 $          4.00  $          5.50  $          5.25  $          3.00  $          3.50  $          3.30 


보이는 바, 같은 직종 안에서도 임금의 차등이 있었다. 두 개의 다른 직종 사이의 차이는 큰 변동이 없이 존재했다. 누구든지 목수를 하는 사람이라면 벽돌 일을 배우고 싶게 되어 있는 구조다. 임금희 햐향평준화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1973년의 공황이 미국에서는 1979년에 끝났다. 그것이 빨리 끝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요소는 1870년부터 이미 등장해 있었다. 마르크스가 고타강령을 쓰기 5년 전(1870), 록펠러는 안전한 등불기름을 양산하기 위해 스탠더드 오일을 설립했다. 


안전한 등불기름은 죽어가던 철도업이 등불기름 운송 덕분에 되살아났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무료하던 밤시간을 활동시간으로 바꾸어 주었다.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나니 출판과 저술이 늘고, 미국인의 지식수준은 급증했다. 지식은 강철과 철교와 고층건물과 전깃불과 자동차 사업으로 이어졌다. 


강철왕 카네기가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자동차왕 포드가 1914년에 주 40시간제를 행하고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영원히 불가능하게 만든 이야기는 칼럼 765호(계급투쟁설 6)에 있다. 


마르크스는 이 모든 것을 구경하지 못한 채 1883년에 죽었지만, 사전에 몇 가지는 보았다. 1873 레밍턴의 타자기, 1873 줄 베르느의 해저2만리, 1876 벨의 전화기,  1876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 1878 에디슨의 축음기, 1879 에디슨의 백열전구 등. 


풍요를 향한 기적  연속되고 있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제1권을 보강하기 위해 자본론 제2권을 써두었으나, 그가 사망하는 1883년까지 그것을 출간하지 못했다. 무엇을 기다렸을까? 아마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가 30년을 더 살았더라면, 자본론 제2권 대신 “나의 모른 이론은 이제 무용지물이다”는 선언이 출판되었을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 마르크스 이론은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