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그날의 데스크(CMOTD) 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그날의 데스크(CMOTD) 2

<지난 호에 이어>

레지나, 너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야! (You are so funny person)

그래! 나는 얼굴의 표정이 하나도 안 변하고 "그게 뭐가 그렇게 웃기는데?"라고 물으니, 두 안전 요원이 배를 붙잡고 웃어댄다.


"그래, 그럼 너네 실컷 웃어. 나는 하나도 안 웃기는데…"

잠시 후, 짧은 키에 입술에는 빨갛다 못해 새빨간 립스틱을 잔뜩 바르고, 네온 컬러의 선글라스를 쓰고, 이 쌀쌀한 날씨에 궁둥이가 들썩일 때마다 보이는 짧은 치마에 10인치나 될 듯한 구두를 신고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여자 고객 제니가 짠 하고 나타났다.

제니도 내 케이스가 아니다.


"하이, 하이 두잉!(Hi, how are you doing?)"

"아엠 오케!(I am OK)"

"How was my father? (어때, 내 아버지는 잘 계셔?)"

나는 대답을 못 하고 '글쎄'라는 표정으로 서 있자니, 이 정신줄 놓은 여자 고객이 다시 얘기한다.


"레지나, 우리 아버지에게 얘기해줘. 레지나가 아버지의 둘째 부인이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나는 레지나를 아주 좋아하니까 아버지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그리고 내가 말해줄 게 있어. 우리 아버지 꽤나 괜찮은 사람인 것 너도 알지? 너도 럭키야!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 만나서 잘 살고 있으니!"


"엉, 뭐라고... 음, 또 그 얘기... 오케이, 알았어. 그래, 나도 럭키라고 생각할게!"

오늘 찾아온 두 번째 여자 고객 제니는 망상증 환자다.

자기의 망상증 중에 내가 자기 아버지와 재혼한 여자로 생각하고 있으며, 매주 올 때마다 나를 보면 물어온다.


"하이, 레지나. 우리 아버지는 어때? Hi, Regina. How was my father doing? Of course, he's doing good, right?"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음, 그럼 네 아버지 잘 계셔!"라고 대답해주곤 하면, 제니는 아주 만족한 얼굴로 나에게 얘기한다.


"레지나, 너는 럭키야. 우리 아버지는 너무 좋은 사람이거든!"

우리의 대화를 뒤에서 듣고 있는 두 안전 요원은 아마도 나의 안전을 지키려 하는 게 아닌 것 같고, 혹시 재미있는 건수가 있나 살펴보는 듯하다.



두 안전 요원의 얼굴들이 웃음을 참으려고 빨개진다.

역시 제니가 떠난 후, 두 안전 요원이 나에게 물어온다.

"레지나, 남편이 도대체 몇 명이야? How many husbands do you have?"


나는 두 안전 요원을 심드렁하게 쳐다보며 "모르지, 모르지. 또 내일은 누가 와서 내가 자기 아버지 부인이라고 얘기할지!" 나는 하도 들어서 하나도 안 웃기는데, 두 안전 요원은 "레지나, 굿 럭!"이라고 말하면서 지네끼리 웃느라 정신이 없다.

제니의 아버지도 정신줄 놓고 살다가 2년 전 돌아가셨다.


작고 예쁜 도시 0000에 정신질환자들이 모여 사는 준병원이 있다.

내 정신줄 놓은 고객이 사고를 쳐서 응급치료차 이곳에 입원해 있어서 이곳을 방문해야 하는데, 일단 방문 신청을 하고 입구에서 사인한 후, 육중한 쇠문을 통과한 뒤 또 다른 쇠창살 문을 지나고 나니, 또다시 온몸을 검색한 후 소지품을 다 내려놓으라고 한 뒤에 세 번


째 문을 통과하려니 이곳은 환자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물론 중간중간에 안전 요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세 번째 문을 통과하자 젊고 금발의 아주 잘생긴 의사가 가슴에는 서류책을 한아름 안고서 나를 반기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What office did you come from?)


나는 내 사무실 뱃지를 보여주고 "여기에 입원한 고객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까, 이 가슴 두근거리게 (이 나이에 잘생긴 남자들 보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니….) 아무튼 이 잘생기고 멋진 금발의 백인 의사는 허리춤에 긴 서류를 들여다보는 것 같더니 "아하! 그렇군" 하더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나는 "참 친절한 의사네!"라고 생각하며, 그러잖아도 몇 번의 검색에 조금 더 조신해진 모습으로 이 젊은 의사를 따라가려는데 저만치서 안전 요원이 소리를 지른다.

"제임스, 너 옷 벗어!"

또 시작이구나.


"너 언제 그 가운을 훔쳐 입은 거야!"

제임스는 정신질환으로 이곳에 장기 입원해 있는 환자인데, 이곳 의사 방에 몰래 들어가 가운을 훔쳐 입고서 정신과 의사 놀이를 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그 시간에 내가 그곳을 방문하여 세 번째 문을 통과하는 그 장소에서 정신줄 놓아버린 의사 행세하는 환자 고객을 만나게 된 터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며, 이 사람들이 필요한 베네핏을 찾아주고, 이 사람들이 약을 제대로 먹는지, 제대로 밥은 먹는지 살펴보며 이 사람들과 삶의 길을 동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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