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참믿음(1)
성경을 보면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롬 10:17)고 했고,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중거”(히 11:1)라고 했다. 믿음과 신앙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큰 차이가 있다. 믿음은 ‘믿는 마음’이고, 신앙은 ‘어떤 종교를 믿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다.
믿음은 인간의 삶 속에서 서로 약속된 마음을 뜻하고, 신앙은 다분히 종교적인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고 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의 선진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그대로 행하여 큰 상을 받고 혹은 생명을 보존했다. 노아가 그러했고, 기생 라합도 그러했으며, 에녹, 아브라함 그리고 요셉 등이 그러했다. 이들의 믿음은 무조건적인 신앙이기도 했다.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인간사회에서 상호간에 믿음이 없이는 그 어떤 관계도 존재할 수 없다. 가장 가까운 부부간에도서로 믿음이 있어야 함께 살아갈 수 있고, 친구간에도 믿음이 속에서도 서로간의 믿음이 없이는 어떤 일도 성사시킬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믿음은 어떤 약속을 전제로 하고 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신과의 약속이 곧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과 약속을 했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하나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약속을 어기면 그것은 믿음이 없는 사람이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많은 약속을 한다.
가족인 경우 가족을 상대로 약속을 한다. 예를 들면 새해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담배를 끊는다’, ‘일기를 쓴다’, ‘책을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다’, 혹은 ‘성경을 하루에 3장씩 읽는다’,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고 나간다’, ‘주말에는 무조건 가족과 함께 지낸다’ 등의 약속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약속들이 일주일 내지는 한 달을 못 간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다. 즉 마음으로 결심한 것이 3일을 못 간다는 말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약속을 하면서 하늘에 맹세코라는 말을 집어넣는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맹세하고도 약속을 깬다. 이 하늘이 곧 하나님인데, 하나님이 안 보인다고 마구 들먹거려도 되는 것인지!
신앙인들만은 하늘에 맹세한 것을 꼭 지켜야 한다.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항상 보고 계시다는 것을 믿으니까 반드시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머리를 들지 못한다. 믿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더 잘하더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듣는다. 사기도 더 잘 치고, 남의 등도 잘 치고, 무슨 비리사건에도 꼭 들어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잘 지내고 슬그머니 넘어갈지 모르지만 마지막 심판 때에는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다. 약속과 믿음을 서로 지킬 때 빛이 나고 좋은 것이다. 반면에 깨어지면 약속을 아니함만 못하고, 믿음을 갖지 아니함만 못하다. 약속을 깨면 상대방이 누구든지 잃게 된다. 믿음을 갖지 않으면 상대방이 누구든지 사랑할 수 없고 친해질 수 없다.
남편이 아내를 믿지 못하면 가정이 깨지고 부부관계가 끊어진다. 아들이 아버지를 믿지 못하면 이미 부모 자식의 관계는 없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문제는 서로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약속을 하고 지키지를 않거나 거짓말을 해서 한두 번 속으면 더 이상 서로 믿을 수가 없으므로 자연히 관계가 소홀해진다.
부모자식 관계만이 아니라, 친구관계나 어떤 단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구성 멤버들간에 믿음이 없으면 그 단체는 유지되기 어렵다.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 구성원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믿고 약속을 지킬 때 교회가 부응하고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교회에 다니면서 자기의 물질적인 유익을 찾기 위해 교회에 나온다면 하나님이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고 일시적으로는 잘 되는 듯하지만 반드시 죄의 대가를 받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