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은퇴여행/11/27/2013/Monterosso 해수욕장/Cannes(프랑스)(5)
아침 8시 30분에 며느리는 서둘러 식사를 하고 11시 30분 뉴욕행 비행기를 타러 기차를 타고 떠났다. 우리는 식당에서 한국 대학생을 만났는데, 군대 가기 전에 이탈리아 휴양지와 스페인, 프랑스 등을 여행하려고 왔다고 한다. 여행하면서 보니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마나롤라 기차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세 정거장 지나 Monterosso 역에 내려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1시간 정도 시간이 있어 그 마을을 구경한다고 했다. 남편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성경을 읽고, 우리는 바닷가를 따라 걷다가 모래사장에 내려가 사진을 찍었다. 바닷가 물이 얕아서 여름에 수영장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개찰구에 들어가 사람들이 붐비는 사진을 보고 알았다.
오리건주의 유명한 캐논비치처럼 큰 바위도 있다. 본래 12시 30분에 타려던 기차를 놓쳤는데 안내 방송도 없이 변경되어 결국 1시 10분에 다음 기차를 타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제이콥은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안대를 쓰고 깊이 잠들었고, 남편은 성경을 읽고 나는 노트북에 일지를 쓰다가 깜빡 졸면 남편이 깨워주었다. 어젯밤에도 일지를 쓰고 사진을 올리느라 늦게 잠들었고, 아들도 잠들었으니 나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1시간쯤 지나 다시 기차표를 사고, 3시쯤 2시간 반 동안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 다리를 쭉 뻗고 잠도 자면서 편히 갈 수 있었다. 오늘은 내 다리가 편히 쉬는 날이다.
5시 30분에 다시 프랑스행 기차로 갈아타고 22 정거장(1시간 30분)을 가야 했다. 좋은 기차에 사람이 많지 않아 다리를 쭉 뻗고, 남편은 성경을 읽고 나는 노트북을 켜고 기독신문에 보낼 원고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종일 기차를 갈아타고 다닌 여행으로, 프랑스에 도착할 때는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프랑스에 와서 택시를 타고 Cannes 해변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도착했는데, 629, 630, 631호 방 세 개를 합친 그랜드 룸을 주었다. 너무 멋지고 크고 고급스러워 오히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종업원들도 키가 크고 멋진 프랑스 사람들이며, 까만 정장을 잘 입고 있어서 우리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손님들도 모두 사업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고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 방이 하루에 1,000달러는 할 것 같았는데, 아들은 포인트가 많아서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그곳 식당 가격도 유로로 너무 비싸서 마음이 떨렸지만, 아들이 말하지 말라고 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포도주와 맛있는 살살 녹는 쿠키, 물도 큰 병으로 갖다 주었고 서비스가 아주 좋았다. 포도주야 우리가 마실 것도 아니고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린 아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온 아들이 그들의 눈에는 기이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방으로 뚫린 창문을 여니 베란다가 있고 바닷가 야경이 너무 휘황찬란해서 사진을 찍었다.
침대를 하나 더 갖다 주고 샤워 가운도 슬리퍼도 세 개씩 모두 구비해 놓고 세심하게 신경 써주었다. 짐을 내려놓고 근처 식당에 갔는데, 고급스러워서 너무 비쌌다. 이곳은 물도 한 병에 10달러나 했다. 아들이 호텔로 음식을 가지고 와서 호텔에서 커피와 포크 등을 갖다 주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빨리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이런 호사스러운 여행은 너무 과분하고, 아내도 동행하지 않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곳은 유럽에서도 유명한 휴양지라고 하는데, 이틀을 머물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했다. 오늘은 종일 기차를 탔고, 이번 여행에서 제일 고생한 것은 우리들의 캐리어 가방들이었는데, 바퀴가 많이 고생해서 고장이 안 나면 다행이다. 모두 잠들었는데 나만 일지를 쓰고 사진을 올리며 할 일을 했다.
11/28(2013년) / 프랑스 Cannes 휴양지에서 추수감사절 만찬
호텔에서 풍성한 뷔페로 아침 식사를 잘 하고, 아들은 빨래를 할 테니 제이콥을 데리고 나가서 산책을 하라고 했다. 나는 어젯밤 빨래를 했더니 아침에 다 말랐는데, 아들의 빨래는 너무 많아서 빨래방에 가서 하겠다고 해서 그냥 두었는데, 이렇게 잘 마를 줄 알았더라면 다 할 걸 싶었다.
아들은 빨래방으로 빨래를 하러 가고, 남편과 나는 제이콥을 데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을 걷는데, 제이콥이 자기는 쉬어야 한다며 의자에 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남편에게 제이콥을 맡기고 나 혼자 해변을 한참 걷다가 바다 모래사장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반대편으로도 한참 걸으니 1시간 30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좋아서 정말 환상적이었다. 나는 언제나 혼자 걸으며 혼자 걷는 것을 즐긴다.
아들이 2시간만 걷다가 오라고 했고, 이제는 피곤해져서 호텔로 돌아와 방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남편과 제이콥이 당연히 돌아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고, 화장실도 가야 해서 프론트로 내려가니 남편과 제이콥이 돌아왔다. 제이콥이 처음에는 안 가려 하더니, 나중에 모래사장에 가서는 모래 장난을 하며 또 안 가려고 했다고 한다. 추운 겨울인데도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름에는 이곳이 유명한 수영장이고, 큰 호텔에서는 자기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제이콥에게 호텔 이름을 물으니 'Martinez', 방 번호를 물으니 '629, 630, 631'이라고 모두 외웠으니 길을 잃어도 문제없이 찾아올 것이라고 남편이 말했다. 아들과 산 위 동네의 성당을 찾아가 보고, 산 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즐비한 호텔들과 뒷골목의 상점들도 구경하며 걸었다.
3시와 5시 사이에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호텔에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5시에 내려가 보니 어린이는 제이콥 하나뿐이었고, 아이스크림과 과자로 만든 예쁜 자동차를 선물로 주어서 먹었다.
점심에 빵 등을 사 먹었기에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저녁을 먹으려고 호텔에 물어보니 저녁 7시 30분부터 식사 시간이어서 그 전에는 안 된다고 했다.
나가서 먹을까 하다가 방에서 시키기로 해서 주문했더니 30분 안에 금방 가져왔다. 검은 제복을 입은 키 큰 종업원들이 음식을 가져다주었는데, 사진을 찍었지만 나중에 보니 메모리 칩을 넣지 않아서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양고기, 빵, 야채, 치즈 계란국수 등 모두 맛있었다.
남편이 오늘이 추수감사절이라며 기도했고, 뜻깊은 만찬이 되었다. 양이 적어 보였는데 먹고도 남아서 스파게티 한 그릇은 먹지 못했다. 모두 굉장히 비쌌을 텐데 남긴 것이 아까웠다. 내일은 아침 식사로 뷔페를 할 예정인데,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