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말더듬증(2)
<지난 호에 이어>
30분 상담 시간이 60분으로 늘어나면서 우리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말 더듬는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때는 환경이 편안해야 하고 대화를 하는 상대가 편안해져야 하니까.
나는 최대한 부드러움으로 00의 얘기를 들어주려는데 얘기를 요약해서 듣다 보니 마음 한 켠에서는 왜 우리 동료가 화가 났을까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우리 프로그램의 고객들은 우리 카운슬러들 자기의 케이스에서 해고시킬 수가 있다.
물론 우리 카운셀러들 역시 일하기가 어려운 고객들을 거부할 수도 있다.
00는 자기를 담당하던 유능하고 멋진 담당 카운셀러를 해고 하고 내게로 넘겨진 케이스이다.
00는 킹카운티 보조금으로 그야말로 땡전 한 푼 안 내고 아주 좋은 1베드룸 아파트에서 무위도식하면서 살면서 정부가 주는 후드스탬프로 살고 있는데 보기에는 아주 부잣집 남자 같은 모습이었으니 말만 더듬는 것 말고는 모든 게 정상인데 그 말을 더듬는 것 때문에 심하게 우울증을 앓다 보니 신체장애자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00를 천천히 쳐다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느냐고 물어보았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와 결심이 제일로 중요하니까.
00는 나를 쳐다보더니 얘기를 한다.
자기는 손으로 하는 것은 아주 잘하니 차차 안정되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고…
그리고는 차차 생각해보자며 말한 후 미팅을 마쳤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다시 내 고객 00를 만나는 시간이 되었는데 사무실 우리 프로그램 전체 직원의 비서 역할을 해주는 동료 직원 0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레지나 00가 원하는 아파트는 3베드룸 아파트인데 아무래도 킹카운티 하우징 프로그램에서 해줄 것 같지는 않은데 현재 00가 살고 있는 아파트 콘트랙이 이달 말이면 마치는데 00를 담당하던 하우징 카운셀러가 일을 마치지 못하고 부서를 옮겨갔으니 너의 도움이 급하게 필요해!
00는 킹카운티 하우징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1베드룸에서 살고 있었는데 자기가 걸프랜드하고의 사이에 두 아이가 생겨서 아이하고 1베드룸에 살 수 없으니 3베드룸 값을 지원해 달라며 장문의 글을 써서 우리에게 보내왔는데 문제는 내 고객 00가 살던 현재의 아파트에다가 밀린 전기료 2000여 불이 있으니 전기료를 내기 전에는 아파트를 떠날 수가 없다는 고객 00의 아파트 주인의 경고문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전기를 써대었으면 전기료가 2000불이나 밀리게 된 것인지 00에게 시티어브시애틀 라잇에 알아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시티라잇하고 어떻게 컨택하는지 모른단다.
나는 00에게 네가 받아든 전기 고지서를 보면 전화번호가 있으니 직접 전화를 해서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라하니 벌써부터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내 고객 00는 자기는 말이 서툴러서 못한단다.
물론 말이 어려우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내가 직접 씨티라잇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려 하니 씨티라잇에 메시지를 몇 번이나 남겨놓고 나서야(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였다) 씨티라잇과 겨우 통화가 되어서 얘기를 들어보니 내 고객 00가 사는 아파트 각 아파트마다에 개인 전기료를 책별 할 수가 없게 전체가 고지서가 나오게 된 시스템인데 아마도 매달 너의 고객이 100불 정도를 내야 하는데 그 돈을 내지 않아서 아파트 주인이 이사를 나간다는 너의 고객에게 그동안 밀린 고객의 고지서를 한꺼번에 갚으라고 한 것이란다.
그러면서 씨티라잇은 너의 고객이 책임이 없고 고객의 아파트 주인에게 만 고지서를 발급하니까 너희 고객은 아파트 측하고의 문제지 씨티라잇하고는 아무런 부채 관계가 없단다.
결론인즉슨 이 년 동안 그 아파트에 살아오면서 전기료를 안 내고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아파트 측이 개인적으로 계산을 해서 청구하지 못헀기에 발생한 그래서 전기요금이 밀린 요금 이 $2,000이나 된 상황이었다.
한심한 일은 내 고객 00에게 킹카운티 하우징 프로그램에서 매달 전기료를 내라고 체크를 보내주었는데 정부보조금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던 내 고객 00가 매달 들어오는 전기료를 자기의 용돈으로 써버린 것이었다.
다음날 당장 00에게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확인을 해보니 자기는 아파트 렌트비에 전기료가 포함되어 있는 줄 알았다며 매달 들어오는 돈은 자기의 생활비 보조금인줄 알고 다 써버렸단다.
나는 속으로 말도 안 된 00 변명에 조금씩 실망이 더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는 도와줄 사람이 전혀 없으니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왔다.
뭐라구!
네 가족들에게 부탁해봐?
00는 자기를 도와줄 가족은 아무도 없단다.
그런데 너의 그 비싼 옷들과 신발들은 어디서 난거지? 묻고 싶은 것을 꾹 참고서 네가 이 돈을 갚지 못하면 그 아파트에서도 이사를 나갈 수가 없고 또 다른 아파트에서도 너희 기록이 나빠서 들어갈 수도 없어.
이날부터 나는 내가 할 일인 정신 상담 이외에 00의 밀린 전기료 마련을 위해 비영리단체 도와주는 곳마다 전화를 돌리고 이메일을 보내고 하다 보니 매일 매일 머리가 아프며 두통이 왔다. 내고객이 말을 더듬으니 누군가가 해야 하는데 00를 담당하던 하우징 케이스월커가 없으니 누군가가 해야하는 일이니 내가 뛰어들었는데 그야말로 나의 에너지와 진을 빠지게 하는 일들이라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정말 이 일로 얼마나 많은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통을 붙잡고 비영리 단체마다 전화를 걸어 내 고객 사정을 설명을 하며 돈을 구걸을 해대었는지 나중에는 내 머리와 몸이 좀 쉬라는 신호가 오며 머리가 뱅뱅돌 지경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얘기가 뭔지 알게 되었다.
내 고객 00의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자친구는 다짜고짜로 너희들이 00에게 3베드룸을 마련해주든지 말든지 나하고 상관이 없단다. 자기는 커스타디(애기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내 고객에서 빼앗아 갈 예정이니 자기의 전 남자친구가 방이 더 많든 적든 상관이 없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일러준다.
자기의 전 남자친구인 00에게 새로운 걸프랜드가 생겼는데 아마도 그 새로운 여자친구하고 여자친구 아이들하고 함께 살아갈 집을 내 고객이 구하려다 보니까 너희에게 떼를 써대는 것 같다고!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
참 재주도 좋구나!
결혼도 못한 사람들도 많은데 정부 보조받으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어떤 여자들이 00를 따라다니는지!!!
말도 제대로 못 해서 자기가 해결해야 할 일들을 우리가 해결해주려고 입이 부르트고 입안이 마를 지경인데 본인은 그 사이에 새로운 걸프렌드를 만나서 좀 더 쾌적한 보금자리를 꾸며서 살려고 우리에게 떼를 쓴다고…
나는 내 고객에게 3베드룸 문제는 네가 킹카운티 하우징하고 해결을 보고 나는 너와의 정신적인 문제만 딜을 하겠다고 하니 울상이 된 00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자기를 도와달란다.
00가 한마디 단어를 얘기를 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려서 얘기를 정신 차려서 듣느라고 머리가 지근거리고 아플 지경인데 00의 눈물 콧물도 보기가 싫어졌다.
사람이 좀 양심이 있어야지!
어떻게 남의 돈으로 살면서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일만 벌리고 있냐고 소리쳐 호통을 치고 싶지만 문제가 있는 고객은 약자이니 이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가는 법적으로 복잡한 일에 연루되니 나는 가만히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너를 도와주어야 할까?라고 물어보니 3베드룸 마련해주고 전기료 밀린 것 찾아달란다.
아! 정말 법이 아니면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마음이 ….
다음날 내 고객을 담당하는 우리사무실 정신과 의사의 전화를 받았다.
레지나, 너희 고객 00가 너무 힘들어서 자살을 하고 싶대!
그래!
내가 어떻게 도울까?
우리 사무실 정신과 의사는 00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 말란다.
나는 속으로 소리를 쳐버리고 전화줄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나는 정신과 의사에게 말했다.
00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우리 직원들이 더 힘들다고!
그리고 덧붙여 얘기를 했다.
나는 내일만 하면 되는데 내 의무도 너처럼(닥터처럼)스트레스 받지 말아야하는 방법을 00에게 알려주고서 끝나면 되는데 공연히 00의 여러 가지 일에 끼어들어서 지금 00의 하우징 케이스월커가 없으니 내가 그 일까지 하려다 보니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을 지경이라구!
그리고는 00가 나간 다음 빈 상담실 방에서 악! 하고 소리를 쳐버렸다.
우와! 미치겠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