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Run Run Run(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Run Run Run(2)

<지난 호에 이어>

00은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냥 쓰러져버렸는데 쓰러지면서 헬프미! 헬프미! 폴리스 프리이즈!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별안간 술집문을 박차고 뛰어들어온 머리카락은 산발이고 온몸에 땀으로 범벅이 된 발바닥에서는 피가 흐르는 작은 동양여자를 일으켜 우선 의자를 포개서 눕혀놓고 911을 불렀다. 


얼마 후 911 구급차가 00을 싣고 병원으로 떠나간 후 00은 병원에 입원을 하고 그때서야 먼저 미국에 와서 잘살고 있는 언니와 통화를 할 수가 있었다. 

미국생활 2년째인 00에게는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남편과 시아버지, 시아주버니는 00을 늘 감시하고 한시도 가만히 두지를 않았는데 그 와중에 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그리고 00가 살고 있는 집은 이웃집(?)으로 가려면 한 시간 이상을 차로 달려야만 드문드문 집들이 나타나고는 하는 미국의 산골 마을에 있는 집이었다. 00의 남편이 된 0은 미군으로 한국으로 파견 나와 버스 안에서 00의 작고 아담하고 활짝 웃는 모습에 반하여 결혼을 하여 미국으로 00을 데리고 왔었다. 


아직 20대 초반이고 생활기반이 안 잡힌 어린 남편과 00은 텍사스 산골 마을에 있는 남편이 자란 시골집으로 들어가 살고 있었는데 군대에서 제대한 남편 00은 산골집에 돌아오자 직업도 없이 집에서 뒹굴거리다 저녁이면 군대를 제대하면서 매달 받는 쥐꼬리만 한 연금과 정부보조금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직 50대 초반인 시아버지(시어머니는 집을 나간 지가 오래되어서 시아버지가 두 아들과 혼자서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보다 4살 위인 시아주버니 그리고 한국에서 공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여 이곳으로와 살게 된 00 사람들의 불편한 한 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남편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술에 곯아떨어지는 날이 거의 매일 되다시피 하고 술만 먹으면 주사를 부리는 남편을 피해 있는 00에게 언제부터인가 시아버지가 며느리인 00을 감싸주더니 나중에는 며느리를 강제로 추행하고 4살 많은 시아주버니 역시 동생의 부인을 추행하기 시작했다.


4피트 조금 넘고 몸무게는 100파운드가 겨우 나가는 그리고 미국을 잘 모르는 00에게 매일 밤 감옥 같은 삶이 시작이 되었고 남편도 이러한 사실을 아는 것 같은데 거의 묵인 상태가 되고 나니 00은 삶이 너무 고달프고 슬프고 괴로워 죽고만 싶다가 도망갈 기회를 노리게 되었단다. 


그런데 00의 몸에 이상징후가 나타나더니 임신을 했단다. 임신을 하고 나니 도망갈 엄두가 전혀 나지 않고 또한 아기의 아버지가 누군가? 고민에 빠지면서 사는 게 더 힘들어졌는데 아기를 가진 뒤에도 시아버지와 남편의 형 그리고 남편의 성추행은 지속되었고 00은 뱃속의 아기를 미워하고 죽기만을 바라는데 아기는 열 달 후에 건강하게 태어났단다. 


아기를 낳은 지 두 달 만에 이른 저녁에 집안의 남자들 모두가 이미 술에 취해 쓰러진 틈을 타 아기에게 우유를 충분히 먹이고 마른 기저귀를 갈아준 후에 00은 입은 그대로 그 악몽 같은 집을 뛰쳐나와 산길을 뛰고 또 뛰어서 그 집을 탈출하였다. 


나는 가끔씩 00과 얘기를 한다. 00에게는 남들에게 터놓지 못하지만 아픈 상처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내가 물어보았다. 00씨 애기가 보고 싶지는 않아요? 내 얘기에 00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선생님, 저는 그 아기 때문에 일 년을 더 그 집에 있어야만 했어요. 전혀 안 보고 싶어요. 선생님 그런데 아직도 밤에 잠을 자면 무서운 꿈을 꾸고는 해요. 그 인간들이 나를 해치는 꿈을 꾸고는 해요. 


지금은 00가 너무 착하고 좋은 그리고 열심히 사는 미국인 남편을 만나서 잘 살아가고 있다. 작은 여자인 아내가 힘들까 봐 일도 못하게 하며 열심히 일화며 세 아들을 키우면서 잘살고 있는 00은 여전히 꿈 때문에 무섭다고 한다. 


내가 오랜 시간을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글을 매주 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써야 하는 이유가 내게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발달하여서 글에 발이 달려서 못 갈데 없이 다 갈 수 있으니까. 내 글을 읽으면서 삶에 희망을 가지는 사람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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