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5 (러시아 요소)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5 (러시아 요소)


유엔은 전쟁을 방관하지 않는 조직이다. 만일 미국이 2차대전을 방관했다면 유엔은 결성되지 않았을 것이고, 1950년경 소련은 독일의 일부가, 중국은 일본의 일부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항미원조(抗美援朝)에 관한 중국 외교부 사이트 설명서 중 소련 요소에 관한 부분을 보면, 지금의 본토 중국은 유엔의 취지를 모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항미원조 중국의 주장: https://blog.naver.com/samahncpa/223091135838


“It instigated and manipulated the Security Council of the United Nations to adopt a resolution on dispatching a ‘UN Force’ with U.S. troops as the mainstay in the absence of the Soviet representative so as to expand the war in Korea. 유엔 안보리에 소련 대표가 결석한 중에 미국은 한국전쟁 확전을 목적으로 유엔 안보리로 하여금 미군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유엔군을 파견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선동, 조종했다.”


줄 친 부분은, 유엔이 전쟁을 방관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유엔군이 파견되지 않았더라면 한국전쟁은 빨리 북한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유엔군이 들어서 한국전쟁이 길고 크게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본토 중국은 유엔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고,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항미원조다. 만일 1950년 6월 소련 대표가 안보리에 불참하고 있었던 이유가 소련이 유엔을 배척하는 데 있었다면, 저 인용문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추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소련이 안보리에 불참한 것은 본토 중국의 입장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당시 안보리의 중국 대표는 장개석 정부였다. 소련은 모택동 정부가 중국을 대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련의 그러한 주장은 유엔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소련은 안보리에 불참하고 있었다. 다른 말로 하면, 한국전쟁 당시 모택동 정부는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한국전쟁 계획을 아는 소련이 유엔 안보리에 자리를 비운 것은 이해하기 힘든 실책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유엔의 초창기라 유엔 운영의 전례가 없었다. 소련은 유엔이 한국전쟁을 “침략”이라고 규정할 수 있음을 몰랐을 수도 있다. 소련은 소련 대표의 부재로 인하여 유엔군이 편성될 수 있음을 몰랐을 수도 있다. 


인용문 속 많은 혼란을 덮고 한 눈으로 보면, 소련과 중국의 운명이 자주자주 같은 방향으로 얽히는 모습이 읽혀진다. 그러한 얽힘은 손문이 장개석을 소련으로 파견한 1923년에 시작되었다. 군사적 기반이 약했던 손문은 소련에서 군사 지식을 수입해간 것이다. 그 바람에 생겨난 공산당은 민심을 얻어 득세했고, 1949년에는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게 되었다. 


2차대전 중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의 장개석은 이념적으로 맞지 않았지만, 연합군 진영에 합류하여 공동의 적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두 국가의 운명은 또 같은 방향으로 읽혔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의 승리를 기점으로 본토 중국과 소련의 이념은 다시 동일하게 되었고, 자유진영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게 되었다. 


지금은 저 두 국가의 이념이 (헌법을 기준으로 하면) 2차대전 때와 정반대로 되어 있다. 중국은 공산주의, 러시아는 자본주의. 2차대전 때와 같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독재 체제라는 점이다. 2차대전 때 중국을 독재하던 장개석 정부는 대만 피난 이후 민주화를 이루어 있고, 장개석 정부를 본토에서 축출한 공산 정권은 아직도 독재를 유지하고 있다. 변화와 변화를 견뎌, 러시아와 중국의 변함 없는 공통점은 독재 체제다. 


지금은 독재라는 공통점이 없어지려 하는 시점이다. 러시아에 또 다른 대변혁이 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명실상부한 법치주의로 가는 변혁이다. 이 변혁의 가장 이상적인 귀결은 러시아가 나토 가입을 위한 요건을 갖추고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다. 


2024년 봄은 “모스크바의 봄”이라 불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독재자가 사라지고 헌법이 본연의 자리에 앉도록 만들 수 있는 세 가지 추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2021년 신 대서양헌장이고, 또 하나는 나발니(Navalny)라는 인물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유러시아 군단으로 대표되는 반란군 집단이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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