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2 (간디)
미국의 위정자가 대서양헌정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을 미국의 본모습으로 보고 외면하는 대신 간디는 미국으로 하여금 대서양헌장을 지키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칼럼 773호(대서양헌장의 전모)에서 소개된 간디의 1942.7.1일자 서신이다. 간디의 루즈벨트는 같은 해 8월 1일자로 답신을 보냈다. 답신의 요지는 “여기 미국 국부장관의 연설문을 첨부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당시 국무장관은 “유엔의 아버지” 헐(Cordell Hull, 1871-1955)이었다. 그의 1942. 7.23일자 연설문은 대서양헌장의 배경과 취지를 자세히 해설하고 있었다.
헐 국무장관의 연설문: https://blog.naver.com/samahncpa/223103149565
대서양헌장에 관련된 미국의 입장을 말하는 도중의 일부분을 인용해 본다.
“미국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변함 없이, 인종이나 피부색이나 종교에 상관 없이 누구든지 자유의 책임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고 기꺼이 수용하기만 하면 그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음을 믿어 왔습니다. 미국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변함 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을 격려하여 자유의 책무를 수용하기 위해 스스로 준비함으로써 그 자유의 권리를 구축하도록 원조해 왔습니다. 미국은 이 측면에서 미국 자체의 책임을 정면으로 수용하기 위해 분투해 왔습니다. 쿠바에서, 필리핀에서, 그러고 미국에게 책임이 지워진 그 어디에서든.
과거에도 그러했고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미국의 목적은, 누구든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고 자유를 누릴 준비가 되어 있음을 스스로의 행동을 통하여 보여주는 사람들은 모두 자유를 획득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모든 수단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위 부분은, 간디의 서신 속에 들어 있던 “미국의 인종차별” 지적에 대한 답변 같은 것이다. 간디는 그의 서신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을 지적하며, 대서양헌장이 실질이 없는 껍데기 문서로만 끝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내비쳤다. 헐 장관은 간디의 그러한 의혹을 일소하기 위해 미국의 입장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대서양헌장 해설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28개 연합국은, 인류가 좀더 높은 수준의 국내적 국제적 행동을 향하여 진전할 수 있게 만드는 원직과 목표를 이행하는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로 선포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루즈벨트 대통령과 처칠 수상이 만든 선언으로 형체화되었습니다. 지금 대서양한장이라 불리는 그것입니다. 대서양헌장의 서약은, 대국이든 소국이든, 모든 국가에서 안정된 평화와 자유에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더 큰 기회를, 그리고 물질적 향상을 위한 더 큰 장치를 제공하는 체제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서약은, 각국이 안정되고 진취적인 정부를 운영할 능력을 보여주여야 하고, 타국에 대한 기존 의무를 세심하게 이행해야 하고, 국제간의 입장 차이와 분규를 오직 평화적 방식으로만 해결해야 하고, 또 지속적인 평화의 유지를 위해 전력으로 공헌해야 한다는 의무를 함의하고 있습니다.”
줄친 부분은, 독립 이전에 법치를 통한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 링크의 긴 연설문에는 법치주의(the rule of law)라는 말이 명시되어 있다.
간디는 루즈벨트에게 대서양헌장 준수를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으나, 간디와 그 주변 사람들이 그 답장을 잘 소화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간디의 최측근인 네루와 그의 딸(인디라 간디)은 총 35년간 인도를 통치하면서도 법치주의를 심지 못했다. 예를 들어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가 아직도 인도를 통치하던 1980년대 초, 중동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인도인 노동자들은 인력공급업자에게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착취 당하면서도 본국 송금의 길이 제공되지 않아서 수개월동안 절망하고 있었다. 송금의 일은 우여곡절 끝에 해결되었지만, 그 악덕업자의 이름과 속수무책 노동자들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대서양헌장의 취지가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알려면, 대서양헌장 이전에 미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땅이 아직도 식민지로 남아 있는 곳이 어디인지만 보면 된다. 해당 주민집단이 독립을 원한 곳은 모두 독립되어 있다. 미국의 그 누구가 팽창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대서양헌장을 근거로 하여 항의하면 된다. 대답을 들으면, 간디처럼 대충 읽고 넘어가지 말고 성의 있게 그 대답을 소화해야 한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