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2 (이라크)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12 (이라크)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라 하면 그 말뜻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이 개념에 관련된 근본문제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다. 미국의 패권주의에만 주목하는 세력들은, “미국도 힘으로만 나오는데” 규칙을 꼬박꼬박 지키면 어떻게 생존하겠는가 하는 논리를 굳히고자 한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지키는 대신 힘으로만 밀어부쳐 왔다는 증거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건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이다.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 그 전쟁으로 인하여 미국이 비난 받는 이유는 “가 보니 대량살상무기가 없더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난이 생기는 이유는, 이라크 침공의 명분은 단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것 뿐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공의 가장 강력한 명분은 2002년 11월의 안보리 결의문 1441호였다. 


UNSCR 1441: https://blog.naver.com/samahncpa/223089887386 


그 결의문 중 한 부분을 인용한다. 


“유엔특별위원회(UNSCOM)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저정한 장소에 즉각적 무조건적 무제한적 접근하는 것을 이라크가 반복적으로 방해한 일과, 이라크가 안보리 1991년 결의문 687호에서 요구된 바에 반하여 유엔특별위원회와 국제원자력기구와 완전하게 무조건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일과, 1998년에 유엔특별위원회와 국제원자력기구와의 모든 협력을 이라크가 결국 중단한 일을 개탄하며,”


이것을 보면, 이라크 침공이 일어난 것은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이라크의 1991년 쿠웨이트 침공 사건이었다. 부시(41)와 그의 혐력자들이 그 침공을 징벌하는 것은 힘의 대결이 아니라 질서 유지 노력이었다. 그 징벌 전쟁의 결과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유엔의 제재를 받게 되었고, 그 제제를 어겼고, 다시 제재를 받았고, 그 제제를 또 어겼고, 그런 식으로 도합 20회의 안보리 결의문 제재를 받고 어긴 끝에 침공을 당한 것이다. 그 모든 제재안에 러시아도 중국도 빠짐 없이 서명했고,  그 모든 제재조치는 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rules)에 해당한다. 


저렇게 뚜렷한 명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오명을 쓰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도 사람이 다스리는 나라이기 때문에, 위정자의 능력의 한계가 곧 미국의 한계가 된다. 위 인용문의 결의문과 침공 결정 사이에 잘못된 정보가 흘러들어, 이라크에 가기만 하면 대량살상무기 개발 현장을 말견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었다. 그 믿음을 너무 열심히 전파한 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침공은 전적으로 그 믿음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다. 침공 직전에 있었던 부시(43) 대통령의 육성연설에 그 모든 명분이 담겨 있다.


부시의 최후통첩: https://blog.naver.com/samahncpa/223089979318


미국 내 부시의 반대파들은 저 연설을 듣지도 않았고, 저 기록을 검색하지도 않았다. 몇몇 정치인들은 “전쟁을 치러 놓고 기름을 가져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고 꼬집어, “미국이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 하는 패권주의 인상을 주고 말았다. 그러한 미국인이 정권을 잡으면 패권주의를 추구한다. 전쟁을 해서 기름을 가져오는 것은 대서양헌장에 어긋나지만, 미국 내의 패권주의자들은 대서양헌장을 모른다. 


위 링크의 최후통첩은 미국이 왜 때때로 전쟁을 치를 수밨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샘플이다. 그러나, 세월에 따라 저 연설문은 잊혀져 갔다. 나중에는 부시 본인조차 저 연설문을 기억하지 못하고, “대량살상무기가 있는 줄 알고” 침공한 일을 사과했다. 그 사과와 함께 공든 탑의 일부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미국의 위정자가 대서양헌정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을 미국의 본모습으로 보고 힘으로 대항하는 대신 미국으로 하여금 대서영한정을 지키게 하려고 노력하는 반응도 과거에는 있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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