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좋은 친구란?”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좋은 친구란?”

필자의 직업이 칼리지 카운슬러이다 보니 만나는 분 중에 자식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자식 자랑을 많이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자식 자랑하는 것 같아서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는…”으로 시작하셔서 “그러니 명문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많겠지요?”로 귀결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는 아주 재능이 뛰어난 자녀를 둔 아버님으로부터 의외의 부탁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성적은 올 A인 데다가 이제 10학년밖에 안 되었는데도 SAT 점수도 거의 만점이니 뭐 자랑을 해도 그리 흠을 잡을 수 없는 자식을 둔 아버지였다. 이분 차분하게 하시는 말씀, “아니 이런 녀석들이 워싱턴주에만 해도 상당히 많을 텐데요. 이제 내년부터는 어려운 과목들도 많고 과외활동에 시간을 쓰다 보면, 학교 점수 유지도 장담을 못 할 것 같아서요. 내년에 어떤 수업을 수강해야 좋을지, 기본적으로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선생님께서 좀 동기부여를 해 주십사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겸손한 부탁을 듣고 이런 분을 친구로 삼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며칠 전에 한국의 한 일간 신문에서 읽은 관계심리학 전문가 박상미 한양대 일반대학원 협동과정 교수의 기사를 떠올리고 그분과 박 교수가 말한 ‘좋은 친구’에 관한 대화를 길게 이어갔다. 나눈 내용이 상당히 마음이 가는 글이라 여기 좀 길지만 전재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박 교수는 ‘진짜 친구는 어떤 친구인가’에 대해 논어와 명심보감에서 이 답을 많이 찾았다”며 논어와 명심보감에서 말하는 좋은 친구 판별법 11가지와 박 교수가 현대 인간관계에 맞춰 추가한 3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논어와 명심보감에서 제시한 좋은 친구 판별법은 1) 착한가, 2)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가, 3) 좋은 사람들을 사귀고 있는가, 4) 상대의 마음에 공감해 주는가, 5) 타인을 돕는가, 6) 의리가 있는가, 7) 오래 사귀어도 변함없이 상대를 존중해 주는가(내 말을 잘 경청해 주는가), 8) 선을 잘 지키는가, 9) 정직한가(겉과 속이 같은가), 10) 절제를 잘하는가, 11) 칭찬을 잘하는가(험담을 많이 하는지 타인의 칭찬을 많이 하는지 판별)이다.


박 교수는 “공자는 충고를 자주 하는 친구를 멀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충고는) 선을 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목에서는 영화 기생충에서 사장님으로 나온 이선균이 운전사인 송강호에 대해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대사인 “그 사람은 선을 안 넘어서 좋아”를 같이 나누며 웃기도 했다] 여기에 박 교수는 12) 축하를 잘하는가, 13) 긍정적 생각을 하는가, 14) 부탁을 자주 안 하는가, 이 세 가지 기준을 추가했다.


박 교수에 의하면, “나이 들수록 축하가 아니라 자기 자랑 많이 하는 친구들이 있다. 사실 가장 멀리해야 할,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주는 친구”라며 “배우자 자랑, 자식 자랑, 돈 자랑, 이 세 가지 자랑은 안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자식 자랑”이라며 “자식 자랑을 할 게 많은 사람도 있지만 (자식) 걱정이 많은 게 요즘의 분위기이기 때문에 가장 상처받는 것의 1위가 친구가 자식 자랑할 때”라고 했다. 또한 “항상 부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감정을 선택하는 친구는 멀리하라”라고 했다.

 

‘좋은 친구론’에 이어, 물론 본론으로 들어가 자녀의 내년 수강 신청을 위한 조언도 역시 곁들였다: 명문 대학들의 경우, 지원자들이 되도록이면 출신 고교에서 제공되는 가장 도전적인 과목들을 수강하기를 원한다. 프린스터 대학의 경우는 지원자들이 출신 학교가 제공하는 “가능한한 가장 어려운 과목들, 가령, 아너스, AP, 또는 대학 수준의 과목들”을 수강하기를 권하며, “IB나 A레벨 또는 다른 디플로마 과목들을 그 프로그램이 정한 커리큘럼의 범주 속에서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명문 대학들의 경우도 비슷한 방침을 사용하니, 명문대를 겨냥한 학생들의 마음이 보통의 쉬운 과목들에 머물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과목들을 수강하는 것이 대입 사정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 당연히 대학 수준의 과목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AP(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과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일 것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대학 수준의 과목들을 미리 고등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에서의 공부를 준비시키며, 이 학점이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의 학점으로도 사용되도록 해 졸업의 시기를 단축하는 효과도 주는 이중 학점 프로그램들이다. 


예를 들어 AP Calculus AB는 대학 미적분의 첫 한 학기 분량을 미리 공부하는 것이고, 매년 5월 초의 첫 두 주에 실시되는 과목별의 시험에서 합격 점수(5점 만점에 3점 이상)를 받으면 대학 학점으로도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IB의 경우는 4월말부터 5월 하순까지의 3주간에 치르는 시험에서 7점 만점에 4점 이상이 합격 점수이다. 이런 수업을 듣는, 즉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은 좋은 친구라고 공자님도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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