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칼럼] 코로나 바이러스(1) : 시애틀한인소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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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칼럼] 코로나 바이러스(1) : 시애틀한인소셜칼럼

우리 부서직원 89명 중 60대 직원들이 대여섯 명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녀원에서 봉사하다가 수녀원을 탈퇴한 후 전공을 살려서 정신과 카운슬러로 일하는 엘리(엘리의 얘기인즉 자기가 수녀가 되어서 수녀원 카운슬러로 근무를 거의 30여 년을 했는데 자기의 월급은 모두 수녀원으로 들어가고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은 용돈이었단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왜 사는가? 생각이 들어서 수녀원을 탈퇴했다며 우리 사무실 카운슬러 모집에 면접을 온 동료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우리 사무실 직원이기도 하지만 근무를 거의 홈리스 정신과 병원에 출장 나가서 일하는 케이 그리고 나이다.

엘리와 나는 같은 사무실 건너편에 있어서 고객들을 만나러 아래층 위층을 오가며 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며 자주 보게 되는 사이이고 케이는 아침에 일단 우리 사무실에 출근하여서 출근표에 도장을 찍고서는 거의 하루종일 나가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케이를 보는 날은 거의 드물다. 매주 수요일 우리 사무실 전 직원들이 사무실 의사들하고 상의하는 케이스 쉐어 타임에만 케이를 볼 수가 있다.

며칠 전 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있어 뒤를 돌아다보니 내 사무실 앞에 케이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시간이 되면은 할 말이 있는데 얘기 좀 하잔다?

어디서? 라고 물으니 좀 조용한데에 가서 얘기하면 어떨까 묻는다? 

케이와 함께 사무실 컨퍼런스 룸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며 얘기를 듣자니 자기가 지금 회사에 우리 사무실 프로그램 디렉터에 대해서 불만서를 제출할 건데 나도 같이 조인했으면 해서 왔단다.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에게 우리 사무실 디렉터가 2주 전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근무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단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나쁘고 또 다른 직원들에게는 그렇게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우리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그런 종용을 하니 아무래도 이것은 에이지이즘(나이 먹은 사람들을 차별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자기가 그린븐스를 제출하려고 하니 너도 사인 좀 해달란다?

나는 가만히 케이의 얘기를 들어보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케이 나는 너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라든지 돕고 싶은데 문제는 나는 너하고 느낌이 완전히 다른데? 케이가 묻는다? 

어떻게 다른데?

음 그럼 내 얘기를 해볼까? 

나는 20년 안에 몇 번을 갑상선 이상으로 수술했고 여성 암으로 수술을 했고 4년 전에는 위가 안 좋아서 종양을 도려냈거든. 

그래서인지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쉽게 감기도 걸리고 면역력이 약해서 금방 탈이 나지! 비위가 약해서 음식을 조금만 다르게 먹어도 속이 불편해지고 몸이 피곤하면 아예 지쳐버려서 일어나기도 힘이 들 때가 많지!

케이는 내 얘기에 정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 맞아! 내가 항상 씩씩하게 다니니까 건강해 보이지? 그런데 사실 나는 쉽게 아픈 사람이야!

그리고 암은 우리 가족력이기도 해! 그래서 나는 무척 조심하거든.

우리 아버지가 위암으로 또 두 오빠가 암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언니는 현재 대장암 수술 후 지금 회복 중이시거든……

그래서인데 이번 코로나 사건으로 많은 직원이 예민해져 있는 그거 알아! 그리고 디렉터가 나에게도 벌써 두 번씩이나 권유해 왔어 레지나 집에서 근무해도 괜찮다고?

그런데 내가 아직도 회사에 나오는 이유는 아직 서류를 정리 못한 게 많고 내가 맡은 49명의 정신질환 환자들이나 홈리스 또는 중독자들에게 필요한 서류들이 완전히 준비가 다 안 되어서 나도 며칠은 더 사무실에 나와야 해!

그리고 이들을 찾아내어서 이들이 필요한 서류들을 완벽하게 해놓고 재택근무를 하려고 하는 중이야!

그런데 나의 딜레마는 쉘터에 사는 고객들은 쉘터로 가서 만날 수가 있는데 길거리에 사는 고객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지금까지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나는 디렉터가 나에게 두 번씩 재택근무를 권면했을 때 진심으로 그 말이 고마웠던거야!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야!

내가 다른 직원들에게는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디렉터 하고는 20년 지기 동료라 나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아니까 그렇게 얘기를 해주는 게 엄청 고마웠거든!

나는 나에게 회사에 더 이상 나오지 말고 집에서 근무하라는 권유가 에이지니즘(나이로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으로 생각치 않아!

집에서 근무하라는 얘기는 지금 내게 필요한 권유이기 때문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지!

그리고 이것은 내 생각인데 디렉터에 대해 불만서를 작성해서 휴먼리소스에다 보고하는 것보다 직접 디렉터에게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케이는 잠시 아무 얘기도 안 하더니 잘 알겠다고 하고는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

나는 나를 만나러 와야 하는 우리 홈리스 고객인데 망상증세로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만 되는 고객이 정해진 시간에 우리 사무실에 오지를 않아서 담당 간호사가 내 사무실로 왔다.

레지나, 너의 고객 000가 망상 주사치료제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데 주사 맞아야 할 시간이 이틀이나 지났는데 어쩐 일이지? 

나도 00가 약속 시각에 오지를 않아서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제때 주사를 맞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발작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고 본인도 위험할 테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칠 수가 있기 때문에 염려가 되던 참이었다.

그래서 아웃리치 스페셜리스트(고객을 찾아다니는 직원)에게 부탁을 했었다.

그 고객이 갈만한 지역을 알려주면서 찾아 가봐 달라고?

그래도 안 나타날 경우에는 나도 찾아 가보아야 하는 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행동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쉬운 얘기가 아니고 또한 내 케이스 중에 있는 홈리스 고객인데 눈이 안 보이는 고객과 또한 다리 한쪽이 없어서 한 다리로 살고 있는 고객이 걱정되었다.

물론 이들이 살고 있는 그룹 홈에서는 이들에게 저녁을 제공하지만 이들이 먹을 아침 식사나 점심은 자기를 돕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돕는 이들을 불러주고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계산해주고 또한 내 고객들의 정신상담을 맡고 있는 내가 얼마간의 시간을 사무실에 못 나온다면 이들의 생활에 어려움이 올 것이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나의 안전을 위해서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그냥 집에 있으라는 얘기인데! 어쩌지?

1 Comments
나은혜 2020.04.01 01:23  
너무 힘든 일을 그렇게 사랑과 사명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글을 읽을 때마다 감동입니다. 자랑스러운 한국 여성 소장님이십니다.
글이 너무 따뜻하네요. 자기의 힘든 일을 그렇게 사랑으로 잘 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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