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포카닥 팬티(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포카닥 팬티(2)


<지난 호에 이어>


레지나, 0에게 아무리 얘기를 해도 옷을 갈아입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미 나는 0의 위생상태를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얼굴과 손과 발은 몇 년째 물에 씻지 않아서 까맣다 못해 회색 빛깔 이고 얼굴엔 땟국물이 얼룩이 지고도 또 얼룩이 겹쳐서 그야말로 사람 얼굴 같지도 않고…. 


옷은 얼마동안 입고 있었는지 그리고 땀과 빗물을 그대로 맞고 입고 했던 옷이라서 비와 땀에 절여져서 옷이 그냥 가죽처럼 굳어버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언젠가 내가 0를 만난 지 두 달째 되는 날에 0를 만나러 그룹홈에 갔는데 0의 위생을 담당하는 하우징 케이스월커가 그야말로 울상으로 상의를 해온다. 

레지나 어쩌지? 


내일 의사가 방문오는데 0가 옷을 갈아입지 않으니 어쩌면 좋냐고?

케이스월커의 애기로는 매달 의사가 방문을 와서 검진을 하는데 그때마다 0가 도망을 다녀서 벌써 9개월째 의사를 만나지 못했는데 0의 스킨을 보니 스킨에 붉은 반점이 많이 생기고 0가 하도 몸을 긁어 대서 온몸에서 피까지 흐르는데 0는 절대로 옷을 안 갈아 입으려고 하니 어쩌면 좋냐고 상의해온 것이다. 글쎄! 


담당자인 자기들도 못 벗긴 옷을 내가 어떻게 벗길 것인가?

아무튼 나와 0하고 만날 시간이 다가오자 나도 고민이 시작됐다. 

0를 보면 익숙한 냄새지만 그때는 한여름이라 잠시 0를 만나야하는(무조건 한 달에 두 번 씩은 환자고객들에 대해서 보고서를 써야만하니…


이때는 한여름이라 냄새를 피해 도망가고 싶은 상황이었다.

이날 나는 제과점에 들러 달콤한 슈크림빵을 사들고 0를 만나러갔다.


다른 백에는 0에게 갈아입힐 새 옷을 가지고 내가 건물에 도착하자 일층로비에 있는 안내자가 나에게 물어본다 “레지나 레지나가 환자고객 방으로 올라갈거야 아니면 환자고객을 이리로 내려오라고 할까?”


나는 물론 “내려오라고 해줘?” 그리고 나는 컨퍼런스 방에서 기다릴게! 라고 말하고는 컨퍼런스 방에서 0를 기다렸다. 0의 방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말을 할 수가 없다. “과연 내가 설 곳은 어디인가?”


0의 방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내 작은 몸이 서있을 깨끗할 공간이 없기에 나는 환자 고객의 방에 들어가서 상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데 가끔씩 환자고객이 안내려오면 내가 그곳을 방문을 해야 하니 정말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쩌다 고객의 방으로 들어가서 상담을 해야할 경우에는 사무실에서 지급하는 온몸을 덮는 가운(물론 신발까지)을 입고서 들어가 상담을 마치고(말이 상담이지 대충 살펴보고 질문 몇 가지 한 후 삼십육계 뛰쳐 도망을 나오게 된다.) 방안에서 풍겨나는 냄새에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이니까 말이다.


그런 0를 옷을 갈아입게 할 방법이 생겼다.

물론 이 방법 전에 나와 하우징 케이스월커는 머리를 짜내고 얼마나 많은 방법들을 사용해서 내정신줄 놓은 고객의 옷을 갈아입게 하려고 시도 했는지 스트로베리 버블 배스 냄새를 좋아하는 내 고객을 살살 달래어 목욕탕에 따뜻한 물 받으며 음악 틀어주고 목욕탕 물에 딸기향 나는 버블 배스를 넣어 거품을 만들어 유인(??) 작전을 해서 겨우 목욕탕까지 와


서 휴우 하고 한숨을 내려놓고 있는데 바지를 벗으려던 내정신줄 놓은 고객이 마음이 변해버려서 돌아서서 나가버리는 바람에 아까운 딸기 버블 배스만 흘려보내고 언젠가는 샤워하고 옷 갈아 입으면 좋아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우리의 약속에 아이스크림 먼저 먹고 샤워하겠다는 0의 영악한 술수에 넘어가 초콜릿 아이스크림만 사주고는 허탕치고… 


아무튼 수많은 방법으로 내 정신줄 놓은 고객을 깨끗하게 단장시켜보려  했지만 하우징 담당자도 실패했고 나 역시 실패로 끝나고 그냥 때가 되면 갈아입겠지!라고 체념을 하면서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지고는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0를 담당하는 하우징 케이스월커가 남자로 바뀐 이후에는 나도 같은 건물에 있지 않고 또한 목욕시키고 옷 갈아 입히


는 일은 내일이 아니니 그냥 체념을 하고 있는 어느 여름날 그날 내가 겉옷을 포카닥 무늬의(동그라미 무늬) 브라우스를 입고 그룹홈에 내 정신줄 놓은 고객을 만나러 갔는데, 나를 만난 내 정신줄 놓은 고객 0가 나를 보더니 아주 반가워하며 내 옷(상의)을 만지려고 하는데 나는 너무나 더럽고 냄새가 나는 0가 내 옷에 손을 대려 하자 슬슬 뒤로 물러가며 내 옷을 못 만지게 하려니 0는 아랑곳없이 행복한 얼굴로 나를 쫒아 다니며 결국은 그 큰손으로 내 옷을 덥석 붙잡고는 놓지를 않는다.


놀랜 내가 소리소리 질러 다른 직원들이 몰려와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날 나는 체격이 250파운드가 넘고 사이즈가 XXXL인 내 고객이 잡아당기면서 작은 내 몸도 끌려가고 아까운 내부라우스 한편 팔 쪽은 이미 쫘악 찢어져 내고객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로부터 이주 후에 나는 그 찢어진 옷을 가지고 다시 내 고객을 찾으며 내 고객에게 그 찢어진 브라우스를 보여주며 너 이것 갖고 싶어라고 물으니?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띤 내 정신줄 놓은 고객이 아직도  내손에 들려있던 한쪽이 찢어져나간 내 브라우스를 잡아 빼앗듯이 낚아채가고는 너무 행복해한다. 그날 알았다.


내 고객의 옷을 벗길 수 있는 방법을, 내 고객에게 포카닥 무늬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 포카닥 무늬의 옷이 내 고객에게는 마음을 열 수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포카닥 프린트가 있는 옷을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포카닥 티셔츠, 포카닥 모양의 바지, 포카닥 무늬가 있는 양말, 포카닥이 있는 신발(동그랑땡무늬) 무늬가 있는 신발은 거의 구하기가 어려워 나는 내 정신줄 놓은 고객의 신발 사이즈 11인 하얀 운동화를 구입해서는 퍼머낸트 색 사인펜으로 하얀 운동화에다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려 색을 채워놓고는 했다.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리는 동안 내 머리가 동그라미처럼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물론 속옷도 마찬가지이다. 며칠 전 나는 내 고객이 필요한 언더웨어를 사러 여러 군데를 돌았다.

물론 사이즈도 크지만 당연히 포카닥 무늬가 있어야한다,

결국 포카닥 무늬가 없는 하얀 언더웨어를 12개를 사왔다. 


새로 갈아입을 때 빨아입는 법을 모르니까. 입 고난 하루면 버려야한다. 

그것도 매일 갈아입지 않는다. 갈아입히려면 새로운 컬러의 포카닥 무늬를 사주어야한다.

언젠가는 하얀 운동화를 사서는 블랙 잉크로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려 넣고는 내 정신줄 놓은 고객에게 신발을 신게 했는데 다음날 하우징 케이스 월커가 전화가 왔다.


레지나 0가 지금 밖에서 울면서 서있단다.

어제 레지나가 가져다준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갔다왔는데 신발이 빗물에 젖으면서 잉크로 그려 넣은 포카닥이 다 사라져 버린 뒤였다.

그 이후로 나는 절대로 그냥 색 사인펜을 사용하지 않는다.

꼭 퍼머낸트인크 컬러를 사용한다. 


오늘도 포카닥 무늬가 있는 팬티가 없으니 그냥 하얀 속 팬티를 (12피스나) 구입해서는 팬티에다 포카닥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리고 또 그리고  있으려니 우리 엄마가 뭐하나? 자세히 날 지켜보던 아들아이가 걱정스러운지 나에게 묻는다. 엄마! 왜 그래?


뭐가? 아니 지금 뭐하냐구?

나는 아들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이 성가셔서 응! 동그랑땡 무늬 그려 넣어. 마, Are you OK?

나는 아들아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심드렁이 대답한다.

I hope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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