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만년설이 뒤덮인 고즈넉한 '레이크 시린'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 이야기] 만년설이 뒤덮인 고즈넉한 '레이크 시린'

▲레이크 시린(Lake Serene)/Bridal Veil Fall, Gold Bar, WA

▲왕복 거리: 8.2 마일

▲가득 고도: 2,000피트


벨뷰에서 북쪽으로 가다 먼로를 지나 2번 하이웨이를 따라가다 보면 골드바 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레이크 시린(Lake Serene) 트레일은 '서북미의 알프스산'이라 불리울 만큼 장엄하게 우뚝 솟은 아름다운 명산 인덱스산을 오른편에 두고 이끼 앉은 거대한 고목들 사이로 걷게 된다.


하늘을 찌르듯 서 있는 나무들은 갈지자로 굽이굽이 오르는 비탈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삶과 얼굴 모습 마냥 각양각색으로 두런두런 둘러앉아 겨우내 내린 눈을 어깨에 메고 힘겹게 늘어져 있다. 


가늘고 넓은 시냇물에 철부지 아이들처럼 첨벙첨벙 빠져보기도 하고 껑충 뛰어서 건너다 보면 드디어 박연폭포와 같은 폭포수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0.5마일을 돌아가면 면사포 폭포수의 하늘에서 물을 부어 떨어트리고 있는 장관을 함께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지그재그형 사다리 계단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장딴지가 뻐끈하여 숨을 고르려 할때 쯤 더한층 높은 계단이 앞에서 기다린다.


워싱턴등산로협회(WTA)는 웹사이트를 통해 시린호수는 가능한 5월 이후에 산행하기를 권하고 있다. 눈사태가 빈번하게 발생, 겨울 산행에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년설을 한아름 안고 고적하게 앉아 있는 정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고요의 호수에서 고즈넉한 바윗돌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따뜻한 보릿물 한 모금을 마시다 보면 나같은 초로의 등산객들은 명상에 잠기곤 한다. 


이름 그대로 평온에 매료되어 부질없던 젊은 날의 청운의 꿈도 그동안 오른 산 모양만큼이나 산전, 수전, 설전의 만 가지 회상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뭉게 구름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공자는 "한해의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는 잎새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고 말했나 보다. 자연은 삶의 순리를 알려주는 스승이다.

산 정상과는 달리 트레일 입구에는 가시로 어우러진 산딸기나무의 가지와 자작나무 가지에서 새순을 터트리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산행은 새로 뜨는 아침의 햇살처럼 또 다른 산을 오르고 싶은 희망으로 채워준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것처럼 심장에 이끼 끼이지 않는 가슴 뛰는 다음 산행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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