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내가 왜 거기서 나오능겨? (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내가 왜 거기서 나오능겨? (2)

<지난 호에 이어>

“그래 뭐가 문제지?”

“글쎄, 우리 아파트에 자쿠지가 있잖니? 그 자쿠지를 너의 고객인 00할아버지가 아주 자주 이용하는데 아파트 거주자들이 그 할아버지만 자쿠지에 나타나면 모두들 컴플레인이 심한데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이번에는 아무래도 아파트에서 마지막 경고장을 내보내는 중이니 그리 알라고?”


나는 뜬금없이 마지막 경고장을 보내니 아파트에서 나가야 한다는 할아버지 소식에 조금 놀라서 무슨 일인가? 다시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자쿠지에 들어오셔서 뜨거운 물에 몸을 쉬시고서는 자쿠지 물속에서 빤즈를 벗어서 빤다는 몇 번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서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두 번의 경고장을 보냈는데도 이번에도 또 자쿠지에서 빤즈를 헹구는 모습을 보고서는 이제는 마지막 경고로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프리실라와 전화를 마치고 그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바로 돌렸다.

“아, 할아버님 저 레지나인데요”

“네 레지나 여사님, 뭔 일로 내게 다 전화를 하구 그란당가?”

“할아버지 제가 전화로 설명해 드리기에 좀 불편해서 그러니 내일 아침 저희 사무실에 오시면 그때 말씀을 드릴게요”


물론 전화로 말씀을 드려도 될 터지만 아파트에서 퇴거 명령을 받은 일은 연세가 있는 이분에게 크게 충격을 받으실 일이기도 해서 다음 날 아침 10시에 오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난 후 다음 날 할아버지는 무엇인가 불안하셨는지 우리 사무실이 아직 일을 시작하기 전 30분 전인 8시 30분부터 오셔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다가 일찍 사무실에 나와서 들어가려는 나를 붙잡고 


“어이구, 레지나 여사님 이제 나오시는감, 뭔 일인지 몰라 잠을 설쳤으니 빨리 일봐주슈?”

“할아버님 제가 일을 하려면 30분 더 기다려야 하고 9시에는 다른 분의 볼일을 도와드려야 하니 할아버지는 10시에 다시 오시든지 아니면 여기서 한 시간 30분을 기다리셔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내 말이 마음이 안 드셨는지 못마땅한 얼굴을 띄시고는 아니, 아무나 먼저 왔으면 후딱 봐주면 되는 것을 기다리게 하느냐고 하시면서 화를 내셨다. 아무튼 나는 오시는 분의 스케쥴대로 일을 처리하고 할아버지 순번이 되어서 내 사무실로 들어오시라 하고 아파트 매니저에게 들은 얘기를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데 할아버지는 얼굴에 역정이 난 듯한 얼굴로 “아니, 내가 은제 자쿠지에서 빤즈를 빨았다능겨? 


천부당만부당 말씀이제, 그것들이(아파트 매니저와 일하는 사람들이) 인종차별하는겨”라고 말씀하시면서 그야말로 펄쩍펄쩍 뛰시는데 나도 할아버지 말씀을 듣자하니 오해일 수도 있겠다 싶어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그럼 자쿠지에서 계시다가 절대로 빨래를 빤 일이 없으셨는가요?”라고 되물으니?


할아버지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아니, 레지나 여사는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아니 지금 그놈들의 편이 되어서 일을 하고 있능겨?”

“그럼 안되야지!”

“암, 그러면 안되야지!”


할아버지가 이렇게나 펄쩍 뛰시면서 부인을 하니 나도 할아버지를 믿어야 하기에 일단은 할아버지를 돌아가시라고 하면서 할아버지에게 다시 한번 다짐을 받고서는 할아버지가 떠나신 후 프리실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이, 프리실라 아무래도 너희가 잘못 안 것 같은데 이분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으시다는데?”


프리실라는 내 말에 한숨을 쉬더니 “레지나 나도 할아버지가 펄쩍 뛰셔서 할아버지 말을 믿고 그냥 지나가 버렸는데 몇 번의 신고가 들어와 결국 안전을 위하여 달아놓은 카메라를 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거기에 나온 사진이 있으니 내가 이메일로 그 사진 보낼 테니 사진을 보고 얘기하자구?”


다음 날 아침 출근해서 이메일을 켜보니 이메일에 함께 동봉해 온 사진에는 아주당 당한 모습의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면(대한민국의 면의 질이 최고)백양표 남자 빤즈에 비누칠한 후 물에 첨벙첨벙 헹구는 그리고 나서는 빤즈를 훌훌 털어내는 모습이었다.

이메일을 받고서 나는 할아버지에게 전화하였다.


“할아버지 우리 사무실에 다시 오시겠어요?” 할아버지는 “뭔일이여? 내가 맞제?”

“아무튼 일단 사무실로 오시면 말씀드릴께요?”

이날 낮에 내 사무실로 다시 오신 할아버지를 내 사무실로 오시게 해 이메일을 열고 이메일에 보낸 사진을 크게 확대해 보여드리니 할아버지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말씀이 아니 내가 왜 거기서나오능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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