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당신을 사랑합니다(2)
<지난 호에 이어>
0씨와 남편이 살아가는 집은 반지하라서 하늘은 볼 수가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다리만 볼 수가 있는 곳이어서 낮이나 밤이나 문을 열어둘 수가 없었단다.
0씨가 미국에 오기 전 열심히 일해서 목돈을 만들어둔 돈이 있었는데 지금 떠나면 언제 볼 줄 모르는 부모님 그리고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신 부모님들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부모님께 돈을 드리고 오는 것이 좋을듯하여 부모님께 돈을 다 드리고 자기는 가지고 온 돈 오천 불이 수중에 있어서 그 돈을 남편에게 보여주니 별안간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아니, 노처녀가 그동안 일도 많이 해서 돈을 모아두었을 텐데 그 돈은 어디에 두고 이 돈밖에 없냐! 며 핀잔을 주는데 0씨의 머리가 망치로 맞은 것같이 통증이 오면서 아하! 이번에도 실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딸이 미국으로 시집가게 되었다고 즐거워하던 부모님과 가족들이 생각나 마음을 굳게 먹었단다.
부모님을 아프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구!
첫 연애를 하고 파혼을 당한 후 받았던 상처로 오랜 시간 동안 부모님의 가슴을 아프게 해서 더 이상 부모님을 아프게 하지 말자고 결심을 하며 미국으로 도착한 지 2주째 0씨는 가까운 한인 상가를 찾아다니며 직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하였고 남편은 사업하던 사람이 어떻게 남의 집에서 일을 하냐며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집에서 컴퓨터에 빠져 지내더란다.
그리고는 미국으로 시집을 오면서 돈도 안 가지고 오는 바보 같은 여자가 어디 있냐며 사실은 자기에게 들어오는 혼처가 아주 많았는데 네가 혹시라도 재정적으로 독립이 되어 있는 줄을 알고 너하고 결혼했는데 손해 보는 장사였다면서 구박을 주며 때로는 모멸감을 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더란다.
0씨는 영어가 안되니 미국 직장생활은 꿈도 꾸어보지 못하고 한국음식점에서 식당 웨이트리스로 밤낮으로 일하여 돈을 모아갔는데 돈을 모은 낌새를 아는 남편은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0씨가 모은 돈들을 빼앗아 가면서도 능력 있는 여자들이 쌔고 쌨는데 너같이 능력이 안 되는 여자하고 맺어진 자기가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0씨에게 소리를 질러댔단다.
어렵게 삐거덕거리면서 살던 부부에게도 딸이 하나 생기고 아이는 집에서 놀고 있는 아빠를 보며 자라고 딸아이가 틴에이저가 되던 해에 딸아이는 동네 주변의 불량한 남자애들과 어울려 다니며 아직 미성년자인 딸애가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을 해서는 아빠하고 대판 싸움을 벌이고는 집을 나갔단다.
집을 나갔던 딸 아이는 얼마 후 백인도 아니고 아프리컨 아메리칸도 아닌 아기를 낳아서는 집으로 들어와 한참을 혼자서 아이와 지내더니 어느 날 소리도 없이 아기를 놓아두고는 집을 나가 버렸단다.
생활력이 전혀 없던 남편은 그냥저냥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살면서 술주정에 때로는 폭력까지 일삼으며 매일 매일 을 지내는데 0씨는 먹고살아야 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서 남편이 그러든 말든 그냥 눈을 감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단다.
그래도 자기의 운명이려니 하고 살아왔으나 점점 나이는 들어가고 하도 열심히 일을 많이 해서 다리고 허리고 안 아픈 데가 없는 0씨는 일찍이 갱년기가 와서 온몸이 아픈데 남편은 그날도 역시 소리소리 지르며 자기는 복도 없는 남자라며 주절주절하는데 그동안 모든 것을 참고 지내던 0씨의 가슴에 별안간 뜨거운 불이 붙더니 참지를 못하고 옆에 보이는 무쇠 프라이팬이 보여 그 무쇠 프라이팬을 들고는 냅다 남편의 옆모습을 내리쳤는데 무쇠 프라이팬을 정통으로 맞은 남편의 오른쪽 얼굴과 정면이 얼굴이 무너져버리며 남편은 쓰러졌고 0씨는 너무도 놀라서 911을 불러서 남편은 응급실로 실려 가 남편은 38바늘을 꿰매고 얼굴 뼈를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이날로 여자는 당장 감옥으로 잡혀들어가 2급 살인죄로 살게 될 즈음 감옥에 근무하는 내 미국 친구 정신과 카운슬러를 통해 이분을 좀 도와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받았었는데 나는 그때 이분을 만나러 매달 두 번씩 에버렛에 있는 감옥으로 면회를 다니며 이분에 대한 탄원서를 작성하고 그때 나의 일을 돕던 몇몇 분들의 서명까지 받아서 이분의 형량을 8년에서 2년으로 줄일 수가 있었다.
그 후로 남편은 회복이 잘되었지만 0씨 하고는 이혼이 되었는데 남편과의 이혼 후 0씨는 자기에게 맡겨진 손녀를 키우며 혼자서 살아왔는데 마음이 정신적으로 너무나 황폐되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자주 발작을 일으키고는 하였는데 이분에게 나는 정신적으로 필요한 약들을 구할 수 있게 프로그램에 연결시켜 드리고 가끔씩 찾아보면서 사는 모습도 살펴보고는 하는 중이었는데 나하고 만나서 얘기를 한 후에는 많이 진정되어서 감사하다고 했는데 이날은 집을 떠나가 소식도 없이 살던 딸아이가 별안간 나타나서는 엄마가 돈 좀 해오라며 소리소리 지르자 0씨 마음에 모든 상처가 불일듯이 일어나 터질 것 같아 죽을 결심을 하다가 레지나 선생님께 전화나 해보자! 하고 있던 중 전화를 받은 내가 우리 집으로 오시라고 해서 식사를 대접해주는 중 그동안 한 많은 삶에 복받친 0씨가 터져버린 것이다.
여자는 갱년기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그 모든 삶들이 억울하고 분해서 잠도 안 오고 가끔씩 상처로 인한 우을증으로 약을 먹게 되고 때로는 화병에 발작까지 할 상황이 되었었다.
0씨는 이날 울고 또 울고 정말 원 없이 울면서 가슴에 한을 내 토해내었다.
나는 우는 여자를 가슴에 안고 조용히 속삭여준다.
0씨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