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네 잘못이 아닌 거였어!(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네 잘못이 아닌 거였어!(1)

우리 사무실과 함께 한 건물에 있는 하버뷰 병원의 간호원인 펫이 나를 부른다.

레지나, 좀 한가할 때 나 좀 봐?


우리 건물은 4년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금년 2월에 완공하여서 하버뷰 병원하고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은 킹카운티 프로그램이라서 합병을 시켜놓은 것 같다. 


병원과 우리 사무실이 함께 있는 장점은 우리 고객들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자리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우리 직원들 역시도 급할 때 굳이 다른 병원에 가지 않고도 우리가 있던 사무실에서 다른 층으로 가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한 다양한 의사 와 간호원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우리 카운슬러들에게도 의료 쪽으로 상식이 더 많아진다는 이유도 좋은 점이다.

불편한 점은? 없다.


나도 바쁘게 일하다 보면 하루에 5명, 6명의 고객들과 상담을 하기도 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베네핏도 찾아주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리고 또 만나 고객들에 대한 페이퍼워크가 굉장히 많다.


어떤 날에는 밥을 먹을 시간조차 없을 때가 있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간호원 펫이 한 말이 생각나서 펫을 찾아보니 펫은 점심시간이 되어 3층 카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펫에게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라고 물어보니 펫은 레지나, 네가 바빠서 다른 고객들 하고 일을 할 때에 너를 기다리던 너희 고객 000를 30분간 지켜볼 수가 있었는데(펫은 우리 건물 입구의 안내 데스크 쪽 끝으로, 우리 사무실에는 안내 데스크가 왼쪽에 가드들 구역에 무장한 가드들 세 사람 그리고 입구에서 들어오면 오른쪽으로 4명의 안내 데스크가 있는데 그중 두 명은 우리 프로그램이고 두 명은 하버뷰 프로그램의 안내자인데 하버뷰병원의 안내자는 거의 가 순번으로 돌아가는 간호원들이 그 자리에 순번 대로 앉아서 다치거나 아픈 사람이  올 경우 그 자리에서 환자를 보고 살피다가 큰 병일 경우 2층 병원으로 올려보내고는 한다.


얼마 전 내 고객이 나를 찾아와 서류에 사인을 하는데 유난스럽게도 손을 더 떨어서 내 고객의 나이도 있고 해서 손을 떨면서 자기 이름도 제대로 사인을 못하는 고객을 데리고 아래층 하버뷰 프로그램의 담당 간호원이었던 펫에게 내 고객의 상태를 살펴보게 하였는데, 물론 나는 오래 전부터 내 고객의 상태가 정신적인 충격에 의한 두려움 때문에 생긴 것이라 믿으며 정신과 쪽으로 치료를 받기를 권해왔었는데 내 고객은 굳이 자기가 어릴 때 자기 부모가 자기의 머리를 때려서 그 때 다친 머리에 문제가 생겨서 손이 떠는 것이라 주장을 해왔었다.


내 고객의 어릴 때의 상황은 아직도 나에게도 궁금해하는 점이 있었다.

내 고객의 부모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좋은 동네에서 살았었다.

물론 내 고객이 어릴 때에는 그곳에 산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내 고객을 포스터 홈으로 보내고 나서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한 것 같다고 한다. 

내 고객의 부모는 5명의 아이들을 낳아서 맨 위의 둘만 키우고 밑의 세 아이들은 입양을 시키고 내 고객 000는 포기를 해서 내 고객은 어릴 적 5살 때부터 별안간 부모하고 떨어져서 포스트 가정을 전전하면서(내 고객이 18살이 될 때까지 19군데 포스터 홈을 거치며 살아왔단다.) 


계산해보면 한집에 8개월 정도 있다가 또 다른 집으로 옮겨 다니었으니 내 고객의 불안증세는 어릴 때부터 시작이 되었을 것이다.


이유도 모르게 부모에게서 버림을 받고 남의 집에서 지내야 했던 7살 어린아이가 어디 한군데 마음을 붙이고 지내고 싶은데 조금 익숙해지려면 아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해야 했으니 어린아이의 삶 속에 의지할 데도 없고 믿을 곳도 없이 그냥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살아야 했던 삶이었을 것이다.


아이의 정서에 모든 일들이 아니 살아가야 하는 내일이 얼마나 불안헀을까? 생각해보니 가슴이 무너질 것 같은 아픔이 온다.


5년 전 내 고객 케이스를 내 케이스로 받아들이고 내 고객을 인테이크(인터뷰하는 날 내가 물었었다 그동안의 삶 속에서 행복했던 시간들 아니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을까? 나의 질문에 수심이 가득찬 얼굴이던 내 고객 얼굴에 잠시 웃음기가 생기더니 내가 처음 포스터 홈으로 갔을때 나를 맞아주던 나의 양엄마(내 고객은 백인 아이였고 포스터 엄마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이었었다) 그 엄마의 따뜻한 품속, 그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가 지금 내고객 나이가 59살이 되었어도 잊히지 않는단다. 


자기는 부모에게 왜 버림받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기에게는 눈곱만큼도 사랑도 관심도 주지 않던 부모보다 7살 어린 자기를 품어주고 감싸주었던 그 까만 엄마가 너무 좋았었단다. 


그런데 행복도 잠시 첫 번째 포스터 엄마 집에서 7개월 만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했는데 그 다음 집에서부터 나머지 포스터홈에서의 기억들은 그야말로 내 고객 아니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데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얼룩진 삶이었단다.


내 고객은 아무리 힘들고 돈이 쪼들려도 항상 그릇을 종이 접시나 종이 그릇을 사용한다. 

내가 아니, 돈도 없는데 돈도 아낄 겸 코닝 접시 사줄테니 코닝 접시 세트로 음식물을 담아 먹으면 어떨까? 물어보니 내 고객은 아무 말 없이 눈물 흘리며 자기가 두 번째 포스터 집으로 가서 살 때인데 그집에는 그집 친자녀들이 이미 4명이나 있었는데 왜 자기를 양육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시작하는데(돈이 필요한 포스터홈에서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돈 때문에 아이의 양육을 하기도 한다) 그 집에서는 식사 때면 내 고객은 한자리에 둘러앉아 밥을 먹게도 못하게 하고 구석진 곳에서 혼자서 밥을 먹게 하고 또 다른 서러운 것들은 자기네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튀긴 치킨을 뜯어가면서 맛있게들 먹는데 5살밖에 안 된 내 고객에게는 피넛 버터 빵 한 조각과 오래 되어 까맣게 변하여가는 바나나 하나가 주식이었단다.


내 고객은 이이야기를 나에게 하면서 레지나, 나 지금도 그때의 그 치킨 냄새가 그대로 기억이 나! 라면서 눈가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식사를 다 마친 내 고객만 뺀 가족들은 소파에 둘러앉아 가족들 간에 화목하게 티비를 시청을 하는데 아직 어린 5살 내 고객은 부엌 싱크대 앞에 마련해준 의자에 올라서서 아이들 넷에 부부가 이것저것 먹고 남긴 그릇들을 설거지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 매일 매일 어떤 때에는 아침에 자기들이 먹던 그릇을 다 씻지 못하면 학교에도(킨더 가든)에도 못 가게 하고는 했단다.

내 고객의 인생은 이런 인생이었다.


어린 마음에 이곳에서 시키는 대로 하여야만 되는구나! 생각하고 매일 매일 아침저녁으로 망할 놈의 가족들이 먹은 그릇들을 씻고 행주로 말리고 찬장에 넣기까지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내 고객이 철이 들고 자기가 일을 하여서 돈을 벌면서부터는 절대로 그릇을 안 쓴다고 종이 접시 종이 그릇 머리는 스푼이나 포크만을 사용한다고 내 고객 마음속에는 이제 너희는 나를 시켜 먹지 못하는 거야! 라는 심리가 생겼다. 


물론 이일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고 힘든 일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든지 내 고객은 이 집에서의 생활이 9개월 만에 끝나고 또 다른 포스터홈으로 가게 되었는데 새로운 집에서는 또 더 무서운 일들이 어린 내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 장면에서 내 고객은 눈을 지그시 감더니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을 했다.


그리고는 절규처럼 내뱉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레지나, 나 정말 싫었단 말이야!

지금도 싫어!

아주 싫어!

그 fucking son of bitch! 

온몸을 부르르 떨던 내 고객이 별안간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나는 간호원을 부르고 쓰러진 내 고객에게 진정제를 맞힌 후에야 정신이든 내 고객을 가만히 부르며 000야 말하지 않아도 돼!


네가 얘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의 의사에 딸렸어!

얘기를 안 해도 되니까 그냥 푹 쉬어!

나의 부드러운 말에 내 고객이 한숨을 푹 쉬더니 레지나 내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

내 얘기를 들어줘!


그래! 네가 준비되면 그리고 얘기하고 싶을 때 그 때에 얘기해도 돼? 나의 말에 내 고객은 레지나, 지금 말하고 싶어!

그리고 나를 흉보지마! 


나보고 더럽다고 얘기하지 말아줘!

그리고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나는 더러운 놈이기는 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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