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자동차여행 4,960마일(6)-‘신비로운 영양 협곡’
끝없이 펼쳐지는 마블캐년(Marble Canyon)의 비경을 양옆으로 가르며 수백 마일을 달리다 보니 온갖 시름과 슬픔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눈을 크게 뜨고 카메라를 찾았다.
하이웨이 선상에서 멈출 수 없는 탓에 운전 중에도 한 손으로 운전하며 한 손으로는 사진을 찍어 담기 시작하였다.
영원히 머무를 것 같던 슬픔과 외로움은 서서히 밀려오는 절경에 자리를 내어 주기 시작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크고 작은 이별 중에 가장 큰 이별을 안겨준 사람들… 이제는 안녕…
마침 주말 행사들이 작은 도시마다 열리고 있었다. 아트숍에 들러 작은 돌에 행운을 준다는 석화를 사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사기도 하며 느긋하고 평온한 여행길을 실감하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콜로라도강 북쪽에 자리 잡은 나바호 브리지가 보이며 엄청나게 큰 바위 덩어리 위에 앉은 우주선 모양으로 보이는 애리조나주의 패이지에 도착하였다.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
아침이 밝자마자 본격적인 절경들 속에서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경이로운 풍경이어서 꿈속을 걷는 듯하였다. 석양과 일출이 가관인 캐년의 모습을 담기 위하여 세계에서 몰려온 사진사들의 천국이기도 하였다.
아, 천국이 이런 모습일까? 평지로 보이는 이 사막 밑에 로워 엔텔롭 캐년이 비밀스럽게 숨어있었다.
평지에서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구멍으로 계단을 타고 땅속으로 내려간다. 자연만이 창조하여 낼 수 있는 신의 예술품… 내내 감동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