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치과/미장원/초대한정식/미국으로/한국일지 (6/끝)
9월 21일 언니가 소개해 준 치과에 가서 남편의 앞니가 부러졌는데 꼭 일주일 만에 감쪽같이 새로운 이로 잘 씌워주었고 다른 이도 많이 봉해 주었고 내 이도 어금니를 씌우고 서너개를 봉해 주었는데 굉장히 싼 값이었고 요즘 달러도 높아서 너무 좋았고 한국에 온 보람도 되었다. 그런데 한국이 자꾸 열대화 되어 간다고 너무 더워서 많이 걸어야 했고 힘들었다.
올케언니가 내 머리에 영양을 주어야 한다고 오라고 해서 언니에게 전화를 하니 안 받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생이 잘못된 전화번호를 주어서 언니하고 엇갈려서 언니는 언니대로 많이 기다렸다가 늦게 만나서 서둘러 미장원으로 갔는데 미용사가 동회에서 하는 한문을 배우러 간다고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언니가 미국에서 왔다고 해 주라고 사정을 하신다. 언니하고 친해서 거절을 못하고 서둘러 해준다. 영양제를 발라선지 생기가 있고 좋다. 언니 덕분에 이도 잘 고치고 머리도 하고 올케언니가 너무 감사하다.
22일(목), 내일은 미국으로 떠나는 날로 동생 부부가 그동안 우리와 식사를 하려다가 시간을 못 내어 드디어 마지막 날 점심식사를 강변에 있는 ‘초대한정식’에 예약을 해서 차를 타고 강변을 돌며 구경도 하고 ‘초대한정식’집에 들어갔는데 예약을 하면 강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주고 예약을 안 하고 오면 아무 곳에나 사람이 많으면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주차비는 1시간은 무료인데 1시간 안에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하는 것 같다. 비싼 것도 있는데 코스요리로 3만 원짜리로 너무 맛있고 조금씩 알맞게 나오고 좋다. 나중에는 차도 과일도 나온다.
사람들이 차고 넘치고 특히 여자들이 참 많다. 남자들은 다 일하러 가고 여자들은 모여서 식사하고 잡담하고 남자들만 불쌍하다고 한다. 식당에서는 식사만 하고 아래로 내려오면 아래 입구는 공원처럼 나무가 우거지고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넓고 나무 상과 의자들이 많아서 제2의 이야기 장소가 된다. 날씨도 화창하고 우리도 아래에 내려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한참 강을 바라다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더 아래 한강을 산책하는 길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이렇게 좋은 곳에 오게 해 준 동생 부부가 고마웠다.
집으로 와서 이번에 새로 인쇄한 우리 책 네 권씩 남편이 캐리어 가방에 잔뜩 가지고 기독인 동창생들을 만나러 가는데 동생 남편이 지하철까지 차로 데려다주면서 무거워서 어떻게 지하철 층계를 오르느냐고 걱정을 한다. 우리는 책을 출판하지 않고 값싼 인쇄소에다 맡기고 내가 원하는 숫자만큼 인쇄해서 책을 만든다.
그동안 ‘미디어한국’에 올렸던 내 이야기들도 이번에 책으로 나와서 꼭 원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다. 남편은 아주 늦은 밤에 들어와서 행여 길을 잃었나 동생하고 걱정도 했다. 동생과 바둑을 두는데 계속 져서 약오르지만 져도 너무 재미있다. 집을 두 채 지어야 살고 서로 연결해야 사는데 자꾸 끊어지고 실패하는데 그래도 이제 보는 안목은 생긴 것 같다.
남편은 빈 가방으로 늦게 들어오고 책이 모자랐다고 한다. 내년에 졸업 60주년을 맞아 여행을 계획 중인데 이제는 모두 연세들이 많아서 가까운 곳으로 휴양을 가려고 한다고 한다. 50주년에 남해안 일대를 돌았고 동창생들이 하와이에도 제주도에도 갔었다. 항상 독지가가 풍성히 냈고 동창생 이름으로 부동산이 있어서 회원들의 여행에는 경비를 적게 내고 풍성한 여행을 할 수가 있었다. 나는 오늘 그동안 늘어놓았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가방을 쌌다. 선물을 잔뜩 가지고 왔는데 또 잔뜩 받아서 가방을 채웠다.
23일 떠나는 아침에 지하철역으로 두 여전도사님이 오신다고 하고 남편은 책과 선물을 가지고 나간다고 해서 동생의 시장 끄는 가방에 책 12권과 미국에서 가지고 온 선물을 주려고 남편이 가방을 끌고 나가서 11시 30분 공항에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행여 늦게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나가야 하는데 더워서 꾀를 부리고 안 나가고 동생과 바둑을 두고 졌다. 전화가 와서 두 여전도사님이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택시를 타고 아파트 앞으로 온다고 나오라고 한다. 아파트 앞으로 나가니 전도사님들이 반가워하며 안아준다.
그리고 나에게 지난날의 주겠다고 약속한 생일 선물이라고 봉투를 주며 좋은 것 사 먹고 좋은 것 사시라고 한다. 카카오톡으로 한국에 오면 생신 선물을 주겠다고 했는데 나는 잊었다. 나는 떠나는 일에만 신경을 써서 너무 부끄럽다. 집에 들어와 봉투를 열어보니 빳빳한 돈 5만 원짜리가 6장이나 들어있다.
너무 놀라는데 동생이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주느냐고 부러워한다. 에스더의 집회에 꼭 참석하시는 연세가 많으신 노 권사님이 계시는데 예전에 남편이 성경공부를 인도할 때에는 지하철을 타시고 가방에 무거운 과일을 힘들게 메고 오셔서 간식 시간에 깎아주시곤 하셨는데 우리가 에스더에 오면 꼭 우리에게 봉투를 주신다. 이번에도 20만 원을 주셔서 너무 감사해서 책을 내 책까지 4권을 드리고 안에 편지도 썼다.
이번에 개척교회 하려는데 개척 자금이 없다고 하는 탈북신학생에게 800만 원(예전에 빌라를 팔고 저축해둔 돈)을 보태서 칼로스에서 1500만 원을 해 주었는데 주님께서 남편도 나도 많은 돈이 들어오게 해 주신다.
남편과 나는 한국이나 미국에서나 비싼 외식을 하지 않고 이제는 옷도 거의 살 필요가 없고 화장도 거의 안 하고 다녀서 화장품도 안 산다. 무엇이 없다고 하면 딸이 다 주고 이번에는 며느리가 좋은 화장품 작은 것들을 세트로 주어서 가지고 와서 화장도 하고 다녔는데 화장을 하니 너무 더웠다. 가을이라 추울 줄 알고 바바리코트도 가지고 왔는데 더워서 한 번도 못 입고 동생의 얇고 긴 자켓을 빌려 입고 다녔는데 동생이 그냥 주었다.
“칼로스월드미션”을 운영하며 100불을 후원하는 후원자들을 모집하는데 쉽지가 않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은 많고 보내고 싶은 곳은 많은데 후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섣불리 후원하라고 할 수도 없다. “주는 자가 복이 있도다” 받을 때는 미안하고 죄송해서 쩔쩔매고 빚진 죄인 같은데 내가 줄 때는 떳떳하고 물질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가고 그들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의 영광이 그들을 통해서 나타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다.
우리에게 사랑으로 베풀어준 사람들이야 얼마나 감사한가. 기도를 해드리지 않으면 내가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때문에 내 기도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남편이 은퇴하고 한국에서 3년간 살면서 에스더에서 성경공부를 잠깐 인도했는데 그 제자들이 이제껏 정성으로 섬기고 감사를 표하는 것이 타코마에서 31년 동안 정성을 바쳐 목회한 것보다 더 효과가 있나 보다. 한국에서 기이한 제자들의 사랑을 뒤로 두고 꿈같은 여행을 마치고 미국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