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 이야기] 자동차 여행 4,960마일(4)-‘소금제국’

전문가 칼럼

[김수영의 산 이야기] 자동차 여행 4,960마일(4)-‘소금제국’

사람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사람이 된다고 하던 말이 생각이 난다. 5일을 거의 굶다시피 보내고 나니 서서히 생존 본능이 샘 솟듯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러다 혹시 객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이미 너무나 먼 곳에 와 있었다. 온 길을 되돌아가려 하여도 기력도 없었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시 후회도 밀려오고, 가여운 쎄미가 주인을 잘 못 만나 고생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였다.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땅에서 쎄미랑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볼까? 하는 상상의 나래도 펴 보았다. 그러나 일단 배고픔을 해결하고 난 후 유타주, 네바다주, 페이지 애리조나를 다녀오며 생각하여 보자고 스스로를  위로하여 보았다. 이제부터 먹을 곳과 숙박업소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칠흙처럼 어두운 곳에서는 묵고 갈 호텔이나 모텔, 식당은 보이지 않았고, 200~300마일이나 지나야 주유소 한 곳이 겨우 나올 정도였다. 주유소가 보이면  바로 비워진 개스 탱크를 채워야만 했다. 이 어두움 속에서 기름이 떨어진 자동차가 된다면… 정말 절망이 찾아올 것 같았다.  


갈 수 있을 만큼 가보자고 달려보니 벌써 밤 10시가 넘어간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이라는 곳을 지나면서는 등에서 땀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길에서 꼬불꼬불 휘어진 길과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한 무서움이 찾아들었다. 이런 위험한 곳이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을 못 하였었다. 


고도가 6,000~7,000피트나 되는지 귀도 멍멍해지고, 밤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 저 멀리 캠프사이트 KOA 사인이 보였다. 오늘은 저곳에서 쉬어가야겠다. 


새벽 6시쯤 집 떠난지 6일이 되는 날이 밝아지고 주위를 보니 ‘뱀과 전갈 조심하세요’ 사인이 보인다.


가끔 만나게 되는 주유소는 시골의 만물상처럼 소규모 백화점 수준이었다. 블랙 앵거스 소가 유명한 지역인지라 전날 산 비프 저키와 바나나로 아침을 대신하였다. 새삼 세끼 중 한 끼는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오늘 저녁은 블랙 엥거스 디너다. 

시애틀에 비하면 스테이크의 크기는 두 배, 가격은 절반이었다. 과연 소의 주라고 할 만큼 그 맛은 일품이었다. 그것도 잠시 서서히 한국 음식이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구글에서 한국식당을 찾아보니 유타주립대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딱 한 곳이 있었다. 한국밥을 먹기 위해 6시간을 자동차로 달려야 했다. 일단 한끼를 먹고 한국 음식이 없을 곳을 대비하여 2인분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비축하여 두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금제국에 진입하게 되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네바다주 방향으로 달리는 길은 성경에나 나오는 요단강이 옆으로 흐르고 있다. 유명한 영화의 장면들이 수없이 찍혀진 장소들이었다. 


그 유명한 우산(umbrella) 든 소녀 로고의 모튼(Morton) 소금 회사.

눈산처럼 쌓인 소금 저장 공장. 

하얗게 쌓인 눈처럼 망망대해를 이루는 염수호의 절경.

솔트레이크시티의 상징…소금, 소금, 소금.

전체가 소금인 호수가 끝없이 펼쳐진다. 

저물어 가는 석양의 사막과 협곡 지대에서 한 사람이 평화로운 하늘을 즐기고 있다. 


이제 또 어디로 가나…

내일은 네바다로 향해 떠난다.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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